반응형 探古의 일필휘지519 때 벗기러 동래온천 가신 이규보 선생 처음엔 쓸쓸하니 찬 샘물 솟나 싶더만 / 瑟瑟初疑瀉泠泉 도리어 자욱하니 저녁 연기 나는 듯 / 濛濛還似起昏煙 산 속에 들어앉아 섣달 보내는 고승은 / 高僧坐度山中臘 나물 삶고 차 달일 제 불 필요 없으리 / 煮菜嘗茶不火煎 물 솟는 곳에 유황 있다는 말 믿지 않고 / 未信硫黃浸水源 되레 양곡에서 아침 해가 목욕하던가 싶었지 / 却疑暘谷浴朝暾 다행히 외진 곳이라 양귀비가 오지 않았으니 / 地偏幸免楊妃汙 지나는 길손 잠깐 씻어본들 뭐 어떠하리 / 過客何妨暫試溫 온천溫泉 밑에 욕탕지(목욕할 수 있게 만든 둠벙)가 있으므로 목욕은 반드시 여기서 하게 된다. - 전집 권12, 고율시, "박인석朴仁碩 공과 동래東萊 욕탕지浴湯池로 떠나려 하면서 입으로 부르다 2수 同朴公將向東萊浴湯池口占 二首" 이규보가 경주 민란을 진.. 2023. 2. 14. 술꾼의 술병 예찬에서 뽑아낸 세 가지 이야기 술병이여 술병이여 / 壺兮壺兮。 술을 채우니 한 말 두 되라 / 盛酒斗二。 따르고는 다시 채우니 / 傾則復盛。 어느 땐들 취하지 않으랴 / 何時不醉。 나의 몸을 높이고 / 兀我之身。 나의 뜻을 활달하게 한다 / 豁予之意。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니 / 或舞或歌。 다 네가 시킨 것이로다 / 皆汝所使。 내가 너를 따르는 것은 / 隨爾者予。 다만 다하지 않기 때문이라 / 但不竭耳。 - 후집 권11, 찬贊, "술병명酒壺銘" 1) 백운거사가 좀 과하게 술을 마시면 춤추고 노래부르는 것이 버릇이었던가 보다. 다행스럽게도 옷은 안 벗은 모양. 2) 두이斗二를 기존 번역은 '두 말'이라고 풀었다. 고려시대의 한 말[斗]을 지금 식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에서 고려 도량형이 송나라 도량형과 같다고 한 걸 믿고 환산해보.. 2023. 2. 13. 강감찬 엄마는 여우? 전국적으로 널리 퍼진 설화 가운데 '강감찬설화'란 것이 있다. 내용은 거진 엇비슷한데, 강감찬은 99번 유혹을 견딘 남자가 여우에게 속아서 낳은 아들로 워낙 잘생겼는데 남자가 이래서 쓰느냐고 마마손님을 세 번 불러다 얼굴을 얽게 만들었단다. 그러면서 신묘한 재주를 가져 여우가 둔갑한 신랑을 꾸짖어 죽이기도 하고 우리나라에 살던 범을 죄 압록강 이북으로 쫓아내버리기도 한다. 이상하리만치 지역에 따른 내용 차이가 없고 일관적인데, 거 참 모를 일이다. 그 설화들을 읽다 보니 정말 진주 강씨의 위대한 조상 강감찬 공께서 여우의 아들인지 아닌지 아리송할 지경이다. 물론 설화는 설화다. 하지만 그 설화를 낳은 계기는 있게 마련인데, 글쎄... 강감찬 공이 남긴 업적이 그 당시 사람들로서는 不可解할 정도로 위대하게.. 2023. 2. 12. 제주 양수선설養水仙說 제주라는 고장에는 예부터 수선화가 많이 자라난다. 오래 전 제주 사람들은 이를 천히 여겨 말이나 먹는다 하였으나, 서울 사람들이 그 자태를 사모하여 즐겨 완상하였다. 세 꽃잎과 세 꽃받침이 노란 꽃술을 받친 모습을 일러 금잔옥대金盞玉臺라 하니 꽃대가 올라와 망울을 틔우면 아름답기 그지없으나, 돌틈 아무곳에서나 흔히 자라고 피어나며 먹을 수도 없으니 천히 여긴 것이다. 내가 이곳에 내려와 수선화를 길러 보고자 하였다. 완당阮堂을 흉내내고 싶어서였달까. 그리 비싸지 않은 값에 구근 몇 촉을 구했다. 몇은 바깥에 심고 몇은 화분에 심어 안에 두었다. 화분에 심은 수선에는 물을 주고 햇빛을 쬐어가며 나름 정성을 들였고, 바깥에 심은 수선에는 밑거름과 물을 살짝 주었을 뿐 별 조치를 하지 않았다. 며칠이나 지났을.. 2023. 2. 9. 국립제주박물관 고전번역총서 서비스 개시 국립제주박물관 소장 고도서를 번역 출간해 세상에 알리는 '고전총서' 사업을 맡고 있습니다. 작년에 번역 용역을 수행하고 논고를 덧붙여서 발간했습니다만 여러 사정이 있어 이제야 누리집에 올립니다. 1893년, 제주에서 서울로 가다가 표류한 끝에 오키나와(류큐)에 다다른 한 인물의 이야기입니다. 책을 드리고 싶지만, 비매품으로 소량만 인쇄했기 때문에 요청에 다 대응하기는 어렵습니다.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ㅡㅡㅡ 링크를 다시 걸었습니다. https://jeju.museum.go.kr/_prog/book/ 국립제주박물관 jeju.museum.go.kr 2023. 2. 9. 고려 묘지명 최고 인기 작가는 누구? 고려 후기 묘지명은 한 30%가 목은 이색(1328-1396) 작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목은의 글이 많다. 물론 그가 워낙 대단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그의 글을 받아 망자의 가는 길을 보다 영광스럽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겠다. 하지만, 이색이 정치가이자 관료이기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연 그에게 서로 다른 가문의 행장들을 봐가면서 이렇게 많은 산문을 쓸 시간은 있었던가 의문스럽다. 혹 아들이나 제자에게 대필을 시키지는 않았을지, 틀을 갖춰놓고 그에 맞춰서 필요한 표현이나 사건들을 끼워맞춘 것은 아닐지 궁금해지는데, 진실은 저 너머에라도 과연 있을까. *** 편집자注 *** 글, 특히 비문 잘 쓴다 소문나는 일이 달갑지만은 않아 거꾸로 생각하면 얼마나 큰 고통이겠는가? 첫째 거짓말을 해야 한다. 묘지명이.. 2023. 2. 9. 이전 1 ··· 45 46 47 48 49 50 51 ··· 87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