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探古의 일필휘지494 흥선대원군이 쓰던 사구인詞句印 만 권이나 되는 기이한 책 쟁여놓고서 欲藏萬卷異書 죽도록 파고들어 휘파람 불며 읊으련다 終身嘯詠其中 평생 정치의 소용돌이를 만든 석파 태공도 마음 깊숙이 저런 삶을 꿈꾸었던 것일까. 하지만 그런 소망을 이루기엔 조선의 근대가 너무도 슬펐으니. (2019. 12. 5) 2022. 12. 8. 거미줄 걸린 매미를 풀어주며 by 이규보 그동안 좀 격조했는데, 모처럼 짬이 난 김에 별밤 들으면서 한 장 그려보았다. --- 저 교활한 거미는 그 종류가 아주 많구나. 누가 너에게 교활한 재주 길러 주어 그물 만들 실로 둥근 배를 채웠는가. 어떤 매미가 거미줄에 걸려 처량한 소리를 지르길래 내가 차마 듣다 못하여 놓아 주어 날아가도록 했더니 옆에 서 있던 어떤 자가 나를 나무라면서, “오직 이 두 미물微物은 다 같이 하찮은 벌레들인데 거미가 자네에게 무슨 손해를 끼쳤으며 매미는 자네에게 무슨 이익을 줬기에 오직 매미만 살리고 거미는 그만 굶겨 죽이려 하느냐? 이 매미는 자네를 고맙게 여길지라도 저 거미는 반드시 억울하게 생각할 것이다. 매미를 놓아 보낸 것에 대해서 누구든 자네를 지혜롭다 하겠는가?” 하였다. 나는 이 말을 듣고 처음에는 이마.. 2022. 12. 8. 《녹파잡기綠波雜記》를 읽고 19세기 개성 문인 한재락韓在洛의 《녹파잡기綠波雜記》는 당대에 이름을 떨친 기생 66명과 명인 5명을 직접 만나보고 적은 일종의 인터뷰다. 19세기 조선의 풍속과 예술 흐름을 엿볼 귀한 자료인데, 근래의 번역본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좀 불완전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안대회 선생님의 새 번역이 나와 기존 번역의 오류들을 상당히 바로잡았다. 나오자마자 사서, "고려시대에도 이런 자료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란 상상을 하며 책장을 넘겼는데, 한재락의 형님 되는 한재렴韓在濂이라는 분은 고려시대 개경의 옛 모습을 고증한 《고려고도징高麗古都徵》이란 저술로 유명해 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녹파잡기》에 비평을 단 자하紫霞 신위申緯(1769~1847)가 "이 책에서 첫째가는 여인이다"라고 극찬한 영희英姬라는 .. 2022. 12. 1. 그 사람네들의 취미, 서화 수집 1. 여러가지 의미로다가 꽤 유~명한 사람의 시집을 보게 되었다. 생각보다 꽤 재미있었다. 당대 이름난 정치가, 실업가, 관료, 학자들이 이 사람과 한시를 주고받으며 하하호호 하는 정황이 그려져서 말이다. 시 수준이 아주 높다거나 현학적이라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오히려 그게 이 사람의 한계 또는 특징이라고 봐야 맞겠다. 2. 그런데 이 사람의 취미 중 하나가 바로 골동서화 수집이었다. 워낙 부자였으니 당연했겠지만 그의 소장품은 규모와 품질이 높기로도 이름났었다. 그런 면모를 자랑하고 싶어 근질근질했던지 이 시집 안에도 관련 내용이 적지 않다. 그는 높으신 분이었지만 틈나는 대로 서예가, 화가들을 불러 술 대접하면서 글과 그림을 받고 자랑하듯 시를 짓곤 했던 듯 하다. 한편으로는 자기 컬렉션을 소재로도 .. 2022. 11. 29. 궁궐이 헐리면서 현판은.. 현판들은 때로 버려지거나 궁 밖 수집가 손에 들어가고, 대개는 수습되서 다른 궁궐 건물 처마 밑에 주렁주렁 걸린다. (2021. 11. 20) *** 편집자注 *** 살아남는 건 극히 일부이며 대부분은 군불로 사라졌다. 장작이었다. 2022. 11. 20. 청자 수선분水仙盆 타이베이 고궁박물원에 있는 중국 옛 도자기 중에서도 첫손에 꼽는다는 보물이 있으니 북송 말 휘종徽宗 때 만든 여요汝窯 자기 수선분이다. 그 옛날 수선화를 심고 즐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그 색이 워낙 맑아, 비 그친 뒤 개인 하늘색 같다 하여 우과천청雨過天晴이라고 불린다. 펜으로 그 색은 재현 못하지만 수선화 두 뿌리 심는 것쯤이야 어렵겠는가. 2022. 11. 12. 이전 1 ··· 45 46 47 48 49 50 51 ··· 83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