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探古의 일필휘지519 제주원숭이, 제주에 원숭이가 살았을까? 세종대왕이 나라를 다스린지 16년째 되던 1434년 4월 11일, 왕은 전라도 관찰사에게 다음과 같은 명을 내린다."첨지중추원사僉知中樞院事 김인金裀이 제주목사濟州牧使로 있을 때 원숭이[獿子] 여섯 마리를 잡아 길들이게 하여, 지금의 목사 이붕李鵬에게 전해 주고 왔는데, 특별히 사람을 보내어 육지에 가져오게 할 것은 없으니, 만일 어떤 사람이든지 와서 주의하여 먹여 기르겠다면 육지로 가지고 나와서 풀이 무성한 섬[島]이나 갯가에 놓아 기르게 하되, 혹시라도 사람들로 하여금 잡아 가지 못하게 하고 힘써 번식하도록 하라." 이를 보면 제주목사가 제주에서 야생원숭이를 잡아 길들여서 후임자에게 인수인계까지 했음을 알 수 있다.제주에 원숭이가 진짜 살았을까? 기실 부여의 특산물 중 '원숭이가죽'이 보이고, 같.. 2023. 2. 23. 제주 김한평 선생 송덕비 제주종합경기장 뒤쪽에 '사평마을'이란 곳이 있다. 시골 어디나 있을 것 같은 마을회관이 있고, 그 한켠에 비석 몇 기가 옹기종기 모여있다. 제주에서는 흔한 재일교포 공덕비들이다. 역사의 격랑 속에 고향을 떠나야했던 이들이 두고 온 산하를 잊지 못해 경제적인 도움을 주었고, 여기 남은 이들은 그 은혜를 잊지 않고자 비석을 세운 것이다. 2016년부터 3년간 전수조사한 결과 제주 전역에 재일교포를 기리는 비석과 동상이 742개나 된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 있는 비석 중 하나는 그중에서도 꽤 독특한 위상을 갖고 있다. 일부러 육지에서 돌을 갖고 오고 육지 명필 일중一中 김충현金忠顯(1921~2006)의 글씨를 받아 세운 비석이기 때문이다. 일중이 80년 넘게 살면서 숱한 비석글씨를 썼지만 제주에 남긴 그의 비.. 2023. 2. 21. 청나라 병사가 휘두른 개머리판에 두들겨 맞은 조선 군수나으리 지창한 앞서 백송白松 지창한池昌翰(1851-1921)이라는 서화가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요즘 데이터베이스가 잘 되어있다 보니 여러 가지 사실을 꽤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앞선 글은 이 글 맨 아래에 첨부하니 참고바란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그가 수연 박일헌처럼 1880년대 조-청 국경분쟁과 백두산 정계비 문제에 꽤 깊이 관여한 듯한 정황이 보인다는 것이다. 1909년 통감부 간도파출소에서 통감 이토 히로부미에게 보낸 보고서에 따르면, 1887년(光緖 13)의 감계勘界 담판 때 한국 위원의 수행원이었던 전前 무산군수茂山郡守 지창한池昌翰을 조치하여 당시의 정황, 특히 이중하李重夏가 1885년 담판에는 강경론을 부르짖었음에도 불구하고 1887년에는 茂山에서 하류의 豆滿江을 국경으로 하는 것에 동의한.. 2023. 2. 21. 우연히 손에 넣은 만철滿鐵 유리 재털이 1. 나는 담배를 핀 적이 없으므로 담배를 잘 모른다. 그리고 담배 관련 물품도 솔직히 관심이 별로 없다(듀퐁 라이터인지 지포 라이터인지, 뚜껑 열면 챙 소리나는 게 멋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이 손바닥만한 재떨이를 왜 구했느냐면, 밑에 박힌 로고 때문이다(완물상지玩物喪志라고 하실지 모르지만서도, 이런 건 내가 샀어도 내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느 기관에 기증하든지 해서 조만간 나를 떠날 것이기에). 2. 일본이 한국을 넘어 만주와 중국 대륙에 눈독을 들이던 시대, 만주 일대를 헤집으며 철도를 놓고 경영하던 회사가 있었다. 그 이름 남만주철도주식회사-줄여서 만철滿鐵이다. 일본 정부가 지분 50%(나중엔 100%)를 갖고, 제국 일본의 이익을 만주 땅에서 구현하던 이 회사에 관해서는 란 단독 저술도 나온 .. 2023. 2. 17. "애급에서 직수입한 궐련" 개화기 조선을 물들이는 수입산 열풍 1900년대, 개화 바람을 그득 쐰 분들의 니즈를 맞춰줄 외제품이 이 땅에 슬슬 들어오기 시작한다. 곰방대 대신 종이로 도르르 담뱃잎을 감싸 만든 지권련紙捲煙이 서울 개화신사들의 손에 하나 둘 들리게 되는데, 개중 특히 인기있던 것 같은 담배가 바로 '애급지권련', 곧 이집트 담배였다. 이 사진은 경성 정동의 수입상 대창양행에서 낸 애급지권련 광고다. 카이로의 '바피아듸쓰' 상회에서 낸 진짜 이집트 담배라고 하면서 손님을 끄는데, 상자에 붙은 이집트 정부 인지를 확인하라는 걸 보니 그때도 가짜가 적잖이 나돌았던 모양이다. 어쨌거나, 이 담배 꼬나문 수염쟁이 아저씨 옆모습이 우리네 조상께서 처음 접했을 '이집트'의 이미지였던 셈인가. 누구 솜씨인지 특징을 퍽 잘 살렸다는 느낌이다. *** 편집자주 *** .. 2023. 2. 15. 섣달그믐 밤새워 거나하게 걸쳐야는데 하필 능 제사 동원된 백운거사 당직근무를 서는 중이다. 밤 깊어 고요한데 문득 이규보 선생이 숙직 선 이야기가 에 있을까 싶어, 찾아보니 몇 편 있었다. 그중 가장 연대가 이름직한 것을 골라 소개해본다. 엄밀히 말하면 숙직이라기보다는 잠 안자고 있던 데 가깝겠지만. 신령스러운 송악이 몹시 추운 줄 누가 걱정해 주랴 / 神岳苦寒誰更惜 ㆍ동지冬至 제사라 능에 묵을 때 송악松岳이 몹시 추웠다. 광릉에서 해 보내며 스스로 비웃는다 / 匡陵守歲自猶咍 푸른 관복입은 대축이라고 웃지를 말게나 / 靑衫大祝人休笑 매양 시 짓기 내기하면 내 시가 으뜸으로 돈단다 / 每賭新試一首廻 ㆍ낮은 벼슬에 있으면서 늘 축사(祝史, 제사 때 축문 읽는 관리)가 되었다. ㅡ 전집 권10, 고율시, "섣달 그믐밤 광릉匡陵에서 머무르면서 짓다" '광릉'은 어떤 왕이나 왕.. 2023. 2. 15. 이전 1 ··· 44 45 46 47 48 49 50 ··· 87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