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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529

청나라 병사가 휘두른 개머리판에 두들겨 맞은 조선 군수나으리 지창한 앞서 백송白松 지창한池昌翰(1851-1921)이라는 서화가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요즘 데이터베이스가 잘 되어있다 보니 여러 가지 사실을 꽤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앞선 글은 이 글 맨 아래에 첨부하니 참고바란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그가 수연 박일헌처럼 1880년대 조-청 국경분쟁과 백두산 정계비 문제에 꽤 깊이 관여한 듯한 정황이 보인다는 것이다. 1909년 통감부 간도파출소에서 통감 이토 히로부미에게 보낸 보고서에 따르면, 1887년(光緖 13)의 감계勘界 담판 때 한국 위원의 수행원이었던 전前 무산군수茂山郡守 지창한池昌翰을 조치하여 당시의 정황, 특히 이중하李重夏가 1885년 담판에는 강경론을 부르짖었음에도 불구하고 1887년에는 茂山에서 하류의 豆滿江을 국경으로 하는 것에 동의한.. 2023. 2. 21.
우연히 손에 넣은 만철滿鐵 유리 재털이 1. 나는 담배를 핀 적이 없으므로 담배를 잘 모른다. 그리고 담배 관련 물품도 솔직히 관심이 별로 없다(듀퐁 라이터인지 지포 라이터인지, 뚜껑 열면 챙 소리나는 게 멋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이 손바닥만한 재떨이를 왜 구했느냐면, 밑에 박힌 로고 때문이다(완물상지玩物喪志라고 하실지 모르지만서도, 이런 건 내가 샀어도 내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느 기관에 기증하든지 해서 조만간 나를 떠날 것이기에). 2. 일본이 한국을 넘어 만주와 중국 대륙에 눈독을 들이던 시대, 만주 일대를 헤집으며 철도를 놓고 경영하던 회사가 있었다. 그 이름 남만주철도주식회사-줄여서 만철滿鐵이다. 일본 정부가 지분 50%(나중엔 100%)를 갖고, 제국 일본의 이익을 만주 땅에서 구현하던 이 회사에 관해서는 란 단독 저술도 나온 .. 2023. 2. 17.
"애급에서 직수입한 궐련" 개화기 조선을 물들이는 수입산 열풍 1900년대, 개화 바람을 그득 쐰 분들의 니즈를 맞춰줄 외제품이 이 땅에 슬슬 들어오기 시작한다. 곰방대 대신 종이로 도르르 담뱃잎을 감싸 만든 지권련紙捲煙이 서울 개화신사들의 손에 하나 둘 들리게 되는데, 개중 특히 인기있던 것 같은 담배가 바로 '애급지권련', 곧 이집트 담배였다. 이 사진은 경성 정동의 수입상 대창양행에서 낸 애급지권련 광고다. 카이로의 '바피아듸쓰' 상회에서 낸 진짜 이집트 담배라고 하면서 손님을 끄는데, 상자에 붙은 이집트 정부 인지를 확인하라는 걸 보니 그때도 가짜가 적잖이 나돌았던 모양이다. 어쨌거나, 이 담배 꼬나문 수염쟁이 아저씨 옆모습이 우리네 조상께서 처음 접했을 '이집트'의 이미지였던 셈인가. 누구 솜씨인지 특징을 퍽 잘 살렸다는 느낌이다. *** 편집자주 *** .. 2023. 2. 15.
섣달그믐 밤새워 거나하게 걸쳐야는데 하필 능 제사 동원된 백운거사 당직근무를 서는 중이다. 밤 깊어 고요한데 문득 이규보 선생이 숙직 선 이야기가 에 있을까 싶어, 찾아보니 몇 편 있었다. 그중 가장 연대가 이름직한 것을 골라 소개해본다. 엄밀히 말하면 숙직이라기보다는 잠 안자고 있던 데 가깝겠지만. 신령스러운 송악이 몹시 추운 줄 누가 걱정해 주랴 / 神岳苦寒誰更惜 ㆍ동지冬至 제사라 능에 묵을 때 송악松岳이 몹시 추웠다. 광릉에서 해 보내며 스스로 비웃는다 / 匡陵守歲自猶咍 푸른 관복입은 대축이라고 웃지를 말게나 / 靑衫大祝人休笑 매양 시 짓기 내기하면 내 시가 으뜸으로 돈단다 / 每賭新試一首廻 ㆍ낮은 벼슬에 있으면서 늘 축사(祝史, 제사 때 축문 읽는 관리)가 되었다. ㅡ 전집 권10, 고율시, "섣달 그믐밤 광릉匡陵에서 머무르면서 짓다" '광릉'은 어떤 왕이나 왕.. 2023. 2. 15.
때 벗기러 동래온천 가신 이규보 선생 처음엔 쓸쓸하니 찬 샘물 솟나 싶더만 / 瑟瑟初疑瀉泠泉 도리어 자욱하니 저녁 연기 나는 듯 / 濛濛還似起昏煙 산 속에 들어앉아 섣달 보내는 고승은 / 高僧坐度山中臘 나물 삶고 차 달일 제 불 필요 없으리 / 煮菜嘗茶不火煎 물 솟는 곳에 유황 있다는 말 믿지 않고 / 未信硫黃浸水源 되레 양곡에서 아침 해가 목욕하던가 싶었지 / 却疑暘谷浴朝暾 다행히 외진 곳이라 양귀비가 오지 않았으니 / 地偏幸免楊妃汙 지나는 길손 잠깐 씻어본들 뭐 어떠하리 / 過客何妨暫試溫 온천溫泉 밑에 욕탕지(목욕할 수 있게 만든 둠벙)가 있으므로 목욕은 반드시 여기서 하게 된다. - 전집 권12, 고율시, "박인석朴仁碩 공과 동래東萊 욕탕지浴湯池로 떠나려 하면서 입으로 부르다 2수 同朴公將向東萊浴湯池口占 二首" 이규보가 경주 민란을 진.. 2023. 2. 14.
술꾼의 술병 예찬에서 뽑아낸 세 가지 이야기 술병이여 술병이여 / 壺兮壺兮。 술을 채우니 한 말 두 되라 / 盛酒斗二。 따르고는 다시 채우니 / 傾則復盛。 어느 땐들 취하지 않으랴 / 何時不醉。 나의 몸을 높이고 / 兀我之身。 나의 뜻을 활달하게 한다 / 豁予之意。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니 / 或舞或歌。 다 네가 시킨 것이로다 / 皆汝所使。 내가 너를 따르는 것은 / 隨爾者予。 다만 다하지 않기 때문이라 / 但不竭耳。 - 후집 권11, 찬贊, "술병명酒壺銘" 1) 백운거사가 좀 과하게 술을 마시면 춤추고 노래부르는 것이 버릇이었던가 보다. 다행스럽게도 옷은 안 벗은 모양. 2) 두이斗二를 기존 번역은 '두 말'이라고 풀었다. 고려시대의 한 말[斗]을 지금 식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에서 고려 도량형이 송나라 도량형과 같다고 한 걸 믿고 환산해보.. 2023.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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