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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

백운거사, 소성거사를 만나다

by taeshik.kim 2023.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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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대사元曉大師라고 하면 주무시다 해골바가지에 담긴 물을 마시고 득도했다는 일화(실제일 가능성은 적다고 하지만)나 개울에 발을 헛디뎌 이룩한 요석공주와의 로맨스로 유명할테지만...

원효라는 분을 그렇게만 평가하고 기억한다면 신라의, 나아가 한국 불교에 대한 실례가 아닐까? 그분의 사상을 논하려면 책 하나로도 모자랄테니 넘어가겠지만 말이다.

그분이 파계한 뒤에는 머리를 기르고 중생 속으로 뛰어들어 스스로를 소성거사小性居士라 하였다.

그는 신라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고, 왕조가 바뀐 뒤에도 많은 이들의 큰 존경을 받았다. 그래서 머리 기른 원효 스님의 초상을 개인적으로 모셨던 스님도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의 술꾼 이규보 어른이 그 소성거사의 초상을 보고 글을 하나 올린 것이 있다.


내가 영聆 수좌首座 족암足庵에게서 소성거사小性居士의 상像을 보고 삼가 두 번 절하고 나서 찬贊을 짓는다.

털을 깎아 민머리면 원효대사시고 / 剃而髡則元曉大師
털을 길러 두건 쓰면 소성거사로다 / 髮而巾則小性居士
비록 몸이 천, 백으로 나타난대도 / 雖現身千百
손바닥을 가리키듯 알기 쉽나니 / 如指掌耳
이 두 가지로 형상을 만든 것은 / 此兩段作形
다만 한바탕 희롱일 뿐이로다 / 但一場戲

-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9, 찬, "소성거사 찬에 아울러 서문을 짓다小性居士贊 幷序"


이규보 왈, 머리를 길렀건 깎았건 그는 그! 원효요 소성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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