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探古의 일필휘지515 호운湖雲 박주항朴疇恒의 또 다른 호 딱 1년 전에 호운湖雲 박주항朴疇恒이라는 난초 화가를 포스팅한 적이 있다. 참 묘하게도, 오늘 호운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하나 더 밝히고자 한다. 그의 난초그림은 꽤 많이 전하기는 하나 연대가 밝혀진 게 거의 없다. 그래서 작품의 편년을 알기 어려운데, 최근 그의 초년작으로 보이는 난초그림을 만났다. 제법 석파石坡를 배운 솜씨기는 하나 먹의 활용이 서툴다. 화제 글씨는 소호小湖 느낌이 강해서 그 연원을 짐작할 만 한데, 주목되는 것은 끝에 찍은 낙관인이다. '박주항인' 아래가 '호운'이 아니고 '벌연筏硯'인 것이다. 벼루 연硯자는 아마 아버지 수연壽硯 박일헌朴逸憲의 호에서 땄을 테고(그런 사례는 많다. 예컨대 琳田 조정규의 손자가 小琳 조석진인 것처럼) 뗏목 벌筏자는 어디서 유래했는지 모르겠다. 하여간 .. 2022. 5. 16. 뭐든지 팔 때는 싸고 살 때는 비싼 법, 불쌍한 이규보 오랜만에 백운거사 이규보 이야기를 하나 해보겠다. 그가 서른아홉살 되던 1206년(희종 2) 3월 11일 아침, 집에 양식이 떨어지고 말았다. 수염이 석 자라도 먹어야 양반인지라, 이규보의 아내 진씨晉氏는 그의 털옷을 전당포에 맡겨서 밥 지을 곡식을 구해오자고 했다. 원빈처럼 생긴 전당포 주인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음력 3월이면 벌써 만화방창 봄날인데 겨울옷을 제값 쳐줄 리가 없다. 게다가 몇 달만 지나면 찬바람 부는 겨울인데, 그날이 오면 나는 어떻게 지내란 말인가. 이규보는 그 이유로 반대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 아내는 남편보다 한수 위인 법, 그에게 당장 가족의 굶주림을 어떻게 해결할 거냐고 되물었다. "이 옷, 내가 직접 바느질한 거니 당신보다 내가 더 아껴요. 하지만 하루에 .. 2022. 5. 12. 나 이런 사람이야, 이규보가 말하는 나 과거에 합격하고서도 벼슬을 오래도록 얻지 못하고, 기껏 얻은 지방관 자리도 떼여 끼니를 거를 정도로 고생하던 우리의 이규보 선생이 드디어 6품 참상관參上官에 오른 것은 그의 나이 마흔여덟 되던 고종 2년(1215)의 일이었다. 그는 그때 임금에게 정사의 잘잘못을 고하는 우정언右正言 자리에 오른다. 쉰이 다 되어 정언 자리냐고 수군대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규보는 별로 개의치 않았고 오히려 한껏 자랑스러워했다. 그가 이때 지은 시 중에는 얼룩무늬 아롱진 서대犀帶, 곧 무소뿔 허리띠를 두고 지은 시가 전해진다. 서대는 아무나 못 매는 허리띠였다. 오죽하면 의종毅宗 임금 때, 그가 총애하는 환관에게 서대를 하사했다가 관료들이 집단 사퇴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던 일이 있었을까. 이규보도 그저 바라만 보던 서대를 허리.. 2022. 5. 12. Angel of the Ming dynasty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天使라는 단어가 적잖게 나온다. 임금이 사신에게 말하기를, "부왕께서 한양으로 천도하였다가 지금 구경(舊京)으로 돌아왔는데 궁실이 마침 불타서 우선 이곳에 영건(營建)하였습니다. 매우 낮고 누추하여 천사(天使)께 황공합니다." 하였다. 유사길(兪士吉)이 말하기를, "이것은 상고(上古) 때 풍도(風度)이니 어찌 비루(卑陋)함이 있겠습니까?"하였다. - 태종 2년 10월 12일 임금이 말하기를, "날마다 천사(天使)를 모시느라 일찍 만나지 못하고 이제야 비로소 와서 뵈니 못견디게 황공합니다. 천조(天朝)에서 봉작(封爵)을 허가하고 조공(朝貢)을 허락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봉작과 조공을 허락한다면 적이 반드시 물러가겠습니까?" 하니 ... - 선조 26년 윤11월 20일 무슨 angel.. 2022. 4. 21. 만화로 본 그 시절 '동양화' 유행 박수동의 에 나오는 에피소드 중 하나이다. 1) 70-80년대에는 어지간한 집마다 '동양화' 한 폭 정도는 걸어두고 있었다. 경제사정이 펴져 예술을 즐기려는 이들, 곧 중산층이 늘어났기 때문이겠다. 그 시기 대중에게 예술의 상징이란 가부장 세대에게 익숙했던 '동양화'였다. 멋진 그림 하나 걸어놓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문화인' 대접을 받을 수 있으니, 너도나도 그림, 글씨를 걸려고 해서 표구사는 연일 활황이었다고 한다. 그저 유행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 긍정적인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끝은 왜 이리 미약해졌는지. 2) 고스톱을 고상하게 '동양화 공부'라고 하지 않던가? 거기서 박수동 화백은 이 내용을 뽑아내었으리라. 하지만 지금 보면, 박 화백이 조영남의 '화투' 시리즈를 예언했다고 할 .. 2022. 4. 3. 양반의 조건, 동래박의東萊博議 연암 박지원(朴趾源, 1737-1805)의 을 보면, 양반이라면 모름지기 꼭 해야 할 것들이 주루룩 적혀있다. 그 중의 하나가 "얼음에 박 밀듯이 를 줄줄 외는 것"이라는데, 그 가 이 책이다. 정식명칭은 . 이 책은 남송대 학자인 여조겸(呂祖謙, 1137-1181)이 에서 뽑은 여러 에피소드를 주제로 논술한 글을 엮었다. 그의 친구였던 주희(朱熹, 1130-1200)는 이를 과거시험에나 쓰이는 책이라고 혹평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주자성리학의 나라 조선에서 이 는 어마어마한 베스트셀러였다. 판본이 꽤 여럿인데 이건 10행18자의 2권본이다. 17세기쯤 판본이 아닐지? 이 책의 전 주인은 꽤 열심히 읽었던지 군데군데 메모도 해놓고 비점도 꼼꼼히 달았다. 과거에 대비하는 수험서였기에 더욱 더 세세하게 보아야 .. 2022. 4. 3. 이전 1 ··· 59 60 61 62 63 64 65 ··· 86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