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探古의 일필휘지529

제주목사 홍종우, 산방산에 오르다 개화의 시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사람은 많고 많았다. 하지만 홍종우(1850-1913)만큼이나 굴곡 심한 인생을 살았던 이는 몇이나 될까. 지금은 김옥균(1851-1895) 암살범이란 꼬리표로 기억되는 인물이지만, 사실 그는 일찍이 프랑스 유학을 갔던 지식인이고 이른바 광무개혁의 주축 중 하나였다. 그런 그가 제주에 온 적이 있었다. 가혹한 수탈과 프랑스 선교사들의 공격적 전교가 원인이 되어 일어난 이재수의 난(1901) 수습을 위해 대한제국 내각은 프랑스통인 그를 제주목사로 임명한다. 그는 2~3년 남짓 목사 자리에 있었는데, 이를 두고 국어학자 김윤경(1894-1969)은 "제주도의 나폴레옹"이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제주를 코르시카나 엘바 섬이 아닌, 세인트헬레나에 비유한 것이었다. 어쨌건 그는.. 2022. 6. 27.
책 없는 홍문관弘文館 시독관侍讀官 홍경모(洪敬謨, 1774-1851), 검토관檢討官 강세륜(姜世綸, 1761-1842) 등이 아뢰기를, "홍문관은 바로 경적經籍을 비치하여 강연講筵에 대비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경서經書 가운데 《예기禮記》가 한 질도 없어서 연전 소대召對 때에 《예기》를 가지고 들어오라는 명이 있었으나 드리지 못하였으니, 강연의 사체가 전혀 말이 아닙니다. 외간에도 판본板本이 있는 곳이 없으니, 이때 활자活字로 인쇄하여 홍문관에 간직해 두고 홍문관에서 또 몇 질을 인쇄하여 외간에 널리 반포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주역》으로 말하면 홍문관에 있는 것이 안책案冊과 상하번上下番의 책뿐이니, 판본이 있는 곳에 공문을 보내어 인쇄해서 가지고 오도록 하고, 선정신先正臣 이황李滉의 문집도 인쇄해서 가지고 오도록 하는 것.. 2022. 6. 15.
조선 초기와 후기의 간극, 변계량과 권근의 경우 정우량이 아뢰기를, “선정(先正) 이이(李珥)가 《대학연의(大學衍義)》는 좋기는 하지만 기사체(記事體)에 가깝다고 하였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승지가 영락(永樂) 원년(1403, 태종3)의 서(序)를 읽으라.” 하니, 신치운이 읽었다. ...... 상이 이르기를, “이 책 발문(跋文)에 들어 있는 사람은 자손이 있는가?” 하니, 윤광익이 아뢰기를, “길창군(吉昌君, 권근(權近))의 자손이 많은데 벼슬하는 자가 있습니다.” 하고, 신치운이 아뢰기를, “세조조의 공신 권람(權擥)과 권제(權踶)가 대제학이었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변계량(卞季良)도 자손이 있는가?” 하자, 윤광익이 아뢰기를, “변은 기이한 성이라 지금은 사대부가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하였습니다.” 하였다. 정우량이 아뢰.. 2022. 6. 13.
고려의 이순신李舜臣 열전36, 폐행전嬖幸傳의 이영주李英柱 열전을 보면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나타난다. 금주金州의 민 대문大文이라는 자는 족당族黨이 거의 100여 명이었는데, 이영주가 권세를 이용해 이들을 협박하여 노비로 삼고자 하였다. 도관좌랑都官佐郞 이순신李舜臣은 알랑거리는 성격으로, 이영주의 비위를 맞추어 아첨하려고 문서를 위조하여 〈대문의 족당을〉 천민賤民으로 만들었다. 대문이 왕부단사관王府斷事官 조인규趙仁規에게 고소하자, 조인규가 그 문서를 조사하여 이영주의 간교한 거짓을 모두 찾아내 왕에게 보고하자, 왕이 이순신을 감옥에 가두고 이영주를 파직시켰다. 도관좌랑 李舜臣이라...우리가 모두 아는 그 이순신과 한자까지 똑같다. 그런데 고려의 이순신은 조선의 이순신과는 영 딴판이었던 모양이다. '알랑거리는 성격'에 권세가의 .. 2022. 6. 13.
사람보다 나은 개, 개보다 나은 사람 충렬왕 8년인 1282년 4월, 개경에서 있었던 일이다. 개경 이첩(泥帖)의 불복장리(佛腹藏里)에 눈먼 아이가 있었는데, 그 부모는 모두 전염병으로 죽고 아이 혼자 흰 개 한 마리와 살았다. 아이가 개꼬리를 잡고 길에 나오면 사람들이 밥을 주었는데 개가 감히 먼저 핥지 않았고, 아이가 목이 마르다고 하면 개가 끌고 우물에 가서 물을 마시게 한 뒤 다시 끌고 돌아왔다. 아이가, “제가 부모를 잃은 뒤로 개에 의지해 삽니다.”고 말하니, 보는 사람들이 가련하게 여기고 의로운 개[義犬]라고 불렀다. - 권29, 세가 29, 충렬왕 8년 4월 아이가 살던 동네 이름이 '부처님 뱃속의 사리장엄'이라니 고려다운 작명센스라고 해야 할까. 그러나 중요한 건 저 흰 강아지다. 아마도 역사상 최초의 시각장애인 안내견이라고.. 2022. 6. 13.
홍패紅牌 사려~ 를 보다가 재밌는 기사를 발견했다. 나라 망하기 한 달쯤 전인 1910년 7월 26일자. 이 시절 작은 집 한 채는 200환이면 살 수 있었다. 요즘 고미술품 가게에 가끔 나오는 홍패 가격을 생각하면, 이 심구택이라는 사람은 순진한(?) 일본인을 얼마나 벗겨먹으려고 한 건지. 그런데 아무래도 이게 문제가 되었던 모양이다. 나흘 뒤 7월 30일에는 일종의 해명기사가 나온다. "낭설이라더라." 이 시기 신문은 거의가 '카더라 통신'이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기사 끄트머리가 꼭 "~라더라"로 끝나기 때문이다. 거 참 묘한 어조로세. 2022. 6. 5.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