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1815 갱지의 추억 요즘은 종이가 너무 흔해서 젊은 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필자 세대만 해도 갱지更紙의 시대였다갱지는 한 마디로 재생지다. 종이가 모자라다 보니 한 번 쓴 종이를 풀어 다시 종이로 떠서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색깔이 노르스름 거무튀튀하다. 필자가 국민학교 다닐 적에 이 갱지를 학교 앞 문방구에서 낱장으로 팔았다. 필자는 어릴 때 만화그리기를 좋아해서 종이를 사다 그림 그리는 게 낙이었는데 문방구에 가서 갱지를 돈이 있으면 열 장인가 사다가 그렸다. 종이 열장 주세요 하면문방구 아저씨가 솜씨 좋게 갱지를 쫙 벌려 열장을 세서 팔았다. 그 당시에는 달력 종이도 그냥 버리는 법이 없었다. 일력은 화장지로 썼고 월력 종이는 A4크기로 잘라 연습장으로 썼다. 이 귀한 종이의 기억이 우리는 점점 사라진다. 그러다 보니,.. 2025. 2. 14. 최종산물로서의 필사본 우리의 경우에도 유난히 아름답다고 절찬받는 필사본이 있다. 필자가 보기에 의궤 같은 것이 그렇다. 외교적 문제로 의궤가 이슈가 될 때마다 항상 같이 나오는 이야기는 아름다운 책이란 것이다. 왜 그럴까. 필사본이 최종본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필사본이 판각이나 활자인쇄를 위한 매뉴스크립트인 경우에는그 필사본에 공을 들일 이유가 없다. 요즘이야 워드프로세서가 있어 다르지만필자가 학생 때에도 원고지에 글을 쓰는 경우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필자 기억에 워드가 본격적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퍼져나간 것이 대략 80년대 후반 연간이었는데 이전에는 종이에 글을 썼다. 물론 이걸 남에게 읽히는 최종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손으로 정성스럽게 정서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을때 원고지 악필의 전설은 그렇게 생겨나는 것이다.. 2025. 2. 14. 필사, 활자, 목판 이야기를 마무리 하며 필자가 깊이 알지 못하면서 굳이 이 이야기를 쓴 이유는 이렇다. 우리나라 필사, 활자, 목판에 대해서는 단순히 그 책이 이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가를 규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그책이 하필 그런 형태로 나왔는가 이것을 규명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우리는 활자본을 이해하는 데 있어 서구 인쇄사로 보는데 익숙하다. 그래서 우리나라 금속활자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 만들었지만서양처럼 인쇄혁명까지 이르지 못했다.대량생산까지 가지 못했다. 이것은 서양 인쇄술에서 파생한 기름짜는 프레스를 쓰지 않아서 그렇다 등등의 주장이 나오는데 사실 이것은 서양 인쇄사에서 볼 때 그렇다는 것이고, 동아시아의 경우에는 책 제작이라는 전체 구조물 안에서 인쇄본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상황에서 쓰였는가를 한 번 보.. 2025. 2. 12. 중국에는 오래된 금속활자본이 발견될까 한국의 금속활자본이 부러운 중국이 금속활자본을 찾고 있다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중국에는 우리보다 더 오래된 금속활자본이 있을까.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없는 게 없다는 중국이니까.그런데 필자가 보기엔 동아시아 인쇄의 역사에서 금속활자가 존재하는 조건은 매우 국한적이다. 찍어내는 발행부수, 종이의 가격, 등등 여러 가지를 조합하여 특정 조건을 만족할 때 금속활자가 만들어지고 유지되는데, 예를 들어 찍어내야 할 발행부수가 너무 많아지면필자가 보기엔 금속활자가 목판인쇄로 다 넘어간다. 그 증거는 일본 에도시대에 있다. 중국도 금속활자를 먼저 썼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존재했더라도 아주 짧은 시기에 지리적으로도 국한된 지역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중국 역시 일본처럼 금속활자가 계.. 2025. 2. 12. 활자인쇄의 경제성 이 부분에 대해 필자의 의견이 조금 더 남아 써 본다. 흔히 우리나라 활자인쇄에 대해서는, 선학들의 연구로 그 발전 경위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혀져 있다. 그리고 흔히 활자인쇄에 대한 평가로는위대한 문화적 성과이지만 구텐베르크 인쇄처럼 광범위한 지적 산업적 혁명을 일으키는 데까지는 가지 못했다, 라고 결론내린다. 이 부분에서 우리가 간과하면 안 될 것이, 우리나라의 활자인쇄는 어쨌건 조선왕조가 망할 때까지 계속 되었다는 점이다. 활자인쇄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경제적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돈은 정직하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수지가 맞는 발행부수가 활자인쇄로 가능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장기간 계속되었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자인쇄는 사회 전체에 보편화한 것이 아니라 국가주도의 사업으로 남았다. 이건 .. 2025. 2. 11. 다양한 제책 기술: 폼잡는 목판 결국 이건 김 단장께서도 쓰신 내용이지만전통시대의 우리나라 목판은 목판 만드는 것 자체가 목적인 것도 많았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팔만대장경.이건 필자가 보기엔 목판 각출 자체가 목적이다. 책을 만들어 찍어내는 건 그 다음 이야기고, 길이 전할 법보 목판을 만들어 내는 그 자체가 더 큰 목적이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조선시대에도 이런 목판 자체가 목적인 경우가 꽤 있었을 것으로 본다. 이런 부분까지 더 하면, 우리가 조선시대에 필사, 활자, 목판 중에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가 인쇄물을 만들기에 앞서 복사할 것인가, 인쇄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목판 자체가 목적인가, 완벽한 교정이 목적인가, 보안이 목적인가, 소수 사람이 보는 출판물이 목적인가 되도록 많.. 2025. 2. 11. 이전 1 ··· 12 13 14 15 16 17 18 ··· 303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