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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2118

역사에 대한 또 다른 열등감의 표현: 과다한 복원 유심히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역사에 대해 자랑을 별로 안 해도 남들 다 알아주는 나라들은 정작 복원에 별 관심 없는 경우가 많더라는 것이다. 로마 유적이 지금도 카페로 쓰이는 경우도 많고, 무너진 것 그대로 놔두고 그 폐허를 즐기는 곳도 많다. 이 반대 현상을 볼 수 있는 곳의 대표가 일본인데, 일본의 문화유적은 과다한 복원에 복원품 자체가 역사 왜곡 수준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풍조를 우리도 받아 복원된 물건들을 보면 완전히 21세기 신품이다. 얼마전 고인돌 복원 때 문제가 된 부분도 이런 풍조의 여파로 필자는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의 이러한 과다한 복원은 필자 보기에 또 다른 역사에 대한 열등감의 표현이다. *** 편집자注 *** 저 현상에서 중국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끝판왕은 실은 중국이다. 요상하.. 2023. 2. 18.
일을 하면 돈을 줘서 감격했다는 탈북민 가끔 탈북민 유튜브를 보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남한에서는 일을 하면 돈을 줘서 감격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이리저리 나라에서 불러 동원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무보수라 일을 해도 빈손이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조선시대 내내 내려오던 요역의 잔재로 필자는 본다. 조선시대에는 이렇게 공짜로 일시키는데 이력이 나서 각종 부역은 물론 심지어는 때만 되면 불러다 일을 시키는 마을 아전들도 무보수였다. 일본의 경우, 전국시대에 이미 각종 성쌓기 등 부역에 보수를 지급하고 동원하고 있었는데, 조선의 경우 영조 말년에 그의 최고 치적 중 하나가 사람들한테 보수를 지급하고 성취한 청계천 준설이었을 정도로 보수 지급에 전반적으로 인색했다. 조선시대 많은 산성이 왜 그렇게 이도 안맞고 대충 쌓은 것이 많았을.. 2023. 2. 18.
구한말을 보는 시각: 수탈과 농민 구한말 연구를 보기 위해서는 몇 가지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한다. 1. 수탈의 문제: 19세기 민란과 혼란을 "수탈" 때문이라고 간단히 규정하고 넘어가는 것을 보는데, 이것은 삼국지연의식 설명이지 사학계에서는 나올 수 있는 주장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수탈"을 많이 할 수도 없는 나라였다. 수탈을 그렇게 많이 했는데 경복궁 하나를 몇백년 동안 중건도 못하고 선비네들 집에 제대로 쭉 뻗은 기둥 하나 없어 죄다 굽은 나무만 썼겠는가. 그런 "수탈"은 어떤나라든 다 있었고 그건 그런 시대와 결별했다고 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2. 수탈 때문에 민란이 생겼다?: 반대의 시각도 가능하다. 17-18세기에 힘을 기른 피지배층이 비로소 19세기가 되어 지배층을 공격할 힘이 생겨 민란이 발생한 것이다. 왜 영국의 지배에.. 2023. 2. 16.
망국 전야 우리나라 구한말. 특히 갑오경장 이후 을사조약을 거쳐 경술국치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은 우리에게 아마도 당시 국가 행정은 "개판 오분전"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남은 당시 공문서를 보면 생각보다 상당히 행정이 원칙에 따라 돌아가고 있었고 나라가 망하기 직전까지도 국가 운영은 그럭저럭 잘 수행되고 있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일전에 쓴 글에 구한말 대한제국관리 거의 절반이 조선총독부 하급관리로 승계되었다는 이야기를 쓴 바 있는데, 갑오경장 이후 경술국치까지 우리 생각처럼 그 "구한말"이 "나라도 아닌 상태"로 개판 오분전이었는지는, 그야말로 실증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인 느낌인데, 갑오경장 이후 조선-대한제국 정부를 근대국가로 보는 시각과 그게 아니라는 시각이 대립하는 것으로 아는.. 2023. 2. 15.
인문학 데이터 베이스의 다음 단계는 AI와의 접목 사실 고전 번역 사업이 이런 결과를 낳으리라 누가 상상했겠는가? 고전 번역 사업은 단순히 케케 묵은 방에서 고전을 한글화해서 활자화해낸 데 그친 게 아니라 그 결과물을 아낌없이 온라인 공개 해버린데 있다. 그리고 이걸 누가 볼까 싶은 문헌도 번역 리스트에 넣고 한글 번역화함으로써 학자들이 이보다 더 아래로, 더 디테일로 내려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만들어 버린 데 큰 공을 세웠다. 고전번역사업과 같은 인문학 데이터 베이스 구축사업의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당연히 AI와의 접목이다. 지금 시작하면 10년 쯤 후에는 전 세계 인문학을 주도할 수 있다. 2023. 2. 14.
조선시대 문헌의 전산화-번역-공개가 "미시사"를 만들었다 따지고 보면-. 조선시대 각종 문헌의 전산화, 번역, 온라인 공개가 작금의 "미시사" 열풍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지금도 만약 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 각종 원전 문헌이 제대로 전산화, 번역, 온라인 공개되지 않고 있다면 우리나라 사학의 연구 수준은 이 문헌들 언저리에서 계속 맴돌고 있었으리라 단언할 수 있다. 이 문헌들이 번역되고 전산화하고 온라인 공개되어 나 같은 사람들까지도 포함하여, 그야 말로 "개나 소나" 모두 검색 가능하게 되면서 전문학자 연구 대상이 좀 더 아래, 좀 더 디테일, 좀 더 미답의 영역으로 확장한 결과가 지금의 "미시사" 열풍이라고 나는 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조선시대 각종 문헌 전산화 번역, 온라인 공개를 이끈 사람들은 20세기 중반 이후 한국 사학을 발전시킨 가장.. 2023.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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