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역사문화 이모저모 2850

화랑세기가 아니었으면 영영 묻혔을 문노文弩 화랑세기를 통해 부쩍 친숙한 이름이 된 신라 중고기 인물 문노는 표기가 두 가지라, 삼국사기와 같은 기존 문헌에서는 文努라 하지만, 화랑세기는 文弩라 해서 세심한 차이가 보인다. 둘 중 어느 쪽이 실상에 가깝냐 단언하면 단연 후자라, 이는 그가 걸은 길 때문이다. 대가야 왕실 계통이라는 혈통을 지녔다지만 사통해서 낳은 아들로 그 혈통이 확실치 아니한 그는 대가야 멸망과 더불어 신라사회에 편입되기는 했지만, 이렇다 할 배경이 없어 무직武職을 전전할 뿐이었다. 이렇게 해서 간난을 뚫고서 마침내 출세한 그는 군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업적을 냈으니, 이런 족적을 볼 적에 그것이 비록 태어나서 얻은 이름이 아니라 훗날 바꾼 이름일 가능성이 많기는 하지만 당연히 그에 더 어울리는 이름은 文弩다. 글자 그대로는 이.. 2024. 1. 10.
이름이 품은 문화사, 당대 세계를 소비한 김유신 시대의 신라 김유신 조카이자 사위이고, 김흠순 아들인 김반굴金盤屈은 그 이름 반굴이 그 자체 특정한 의미를 지닌 작명법임을 앞서 지적했거니와, 그렇다면 궁금하지 아니한가? 왜 저 시대 하고 많은 이름 중에 저이는 반굴盤屈이라는 이름을 썼을까? 이것이 궁금하지 않냐 이거다. 이는 앞서 밝혔듯이 본래는 산해경에서 출전을 삼는데, 그 반굴은 도삭산度朔山이라는 상상의 산에 자라는 복숭아 나무 가지가 삼천리 가지를 뻗친다 하면서 그것을 묘사할 때 구사된 구절이다. 이를 통해 모름지기 저 시대 신라사회가 산해경을 소비했을 것이라는 발상은 겉핥기에 지나지 아니하고 그것을 소비한 신라사회 앙태 일면을 들여다 보는 증언이라는 데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나는 본다. 도삭산이라는 신선의 산, 복숭아 나무 이런 키워드를 묶으면, 그 시대 .. 2024. 1. 10.
대하드라마가 천년 뒤 대한민국에 소환한 거란 거란인 AI와 쟁투를 벌이며, 나도 그림으로 존재감 각인해보겠다는 강민경 선생 그림이라 TV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이 소환한 거란인 전형의 모습이다. 이 드라마가 그리는 거란 남성은 전부 저 모습인데, 놀랍게도 거란인들이 남긴 벽화 같은 회화 자료를 보면 진짜로 거란 남자들은 저랬다. 자연 대머리도 있을 테지만, 저처럼 머리카락은 양쪽 정수리 부근만 꼬랑지처럼 남겼으니 그런 모습은 천상 독수리머리 그것이라, 아마도 용맹성을 보여주고자 하는 징표였으리라 본다. 귀걸이를 했으며, 코는 전부 매부리코라, 이는 인종학적 특징 아닌가 싶다. 앞 사진은 적봉에서 발견된 거란 벽화 무덤 한 장면이라 하는데, 앞서 소개한 적이 있거니와 이것이 어떤 계층인지 알 수는 없지만 당시 거란 남자들 사정을 엿보는데 좋은 자료가 된다... 2024. 1. 10.
[선화공주의 비밀을 파헤친다] (4) 화랑세기 자매편 상장돈장上狀敦牂과 선화 화랑세기 필사자인 남당南堂 박창화朴昌和 유작 중에 겉표지에 ‘상장돈장上狀敦牂’이라 쓴 족도族圖가 있다. 이 역시 필사본으로 화랑세기 시대, 화랑세기 주요 등장인물들 족보를 그림으로 묘사한 문헌이다. 화랑세기와 같은 필사지인 실록편수용지를 이용한 필사본으로, 제목의 상장돈장은 고갑자古甲子니, 우리에게 익숙한 십간십이지로 표시하면 경오庚午다. 이 경오년은 실록편수용지와 박창화의 서릉부 근무 시점을 고려할 때 1930년이다. 따라서 상장돈장은 이 족도를 박창화가 필사, 혹은 완성한 시점을 의미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상장돈장은 왜 중요한가? 첫째, 풍월주를 필두로 하는 화랑세기 주요 등장인물의 모든 계보가 나온다. 이 계보는 그 선대는 물론이고 후손 관계도 빠짐없이 수록됐다. 둘째, 이 상장돈장을 통해 현.. 2024. 1. 10.
장례식 조문객과 사찰 낙성 축하객 (2) 축하와 조문은 일란성쌍둥이다 국가지대사는 수십 가지가 있으나 이를 크게 다섯 가지로 서브카테고라이제이션 하니 일러 오례五禮라 한다. 이 경우 禮는 예의범절 manner가 아니라 리추얼ritual이다. 다시 이 오례는 그 대상에 따라 축하 경하할 일이면 길례吉禮라 하고 애도 조문할 일이면 흉사凶禮라 하는데 왕의 즉위식이나 왕의 죽음이 각기 전후자를 대표한다. 문제는 길례없는 흉례없고 흉례없는 길례없다는 사실이다. 즉위식만 해도 꼭 죽음이 전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임자의 퇴직이 없으면 있을 수가 없으니 앞선 왕이 죽어야 새로운 왕이 즉위하지 않겠는가? 쿠데타에 의한 강제퇴위? 말 장난에 지나지 아니해서 그것 앞선 왕의 죽음이다. 따라서 둘은 실상 동전의 앞뒷면과도 같아서 실상 세트로 움직인다. 한비자가 갈파했듯이 죽음은 곧 누군가에게는.. 2024. 1. 9.
[선화공주의 비밀을 파헤친다] (3) 미륵사 봉영사리기로 잃은 것과 얻은 것 미륵사지 석탑 출토 봉영奉迎 사리기舍利記 공개는 고대사학계를 일대 후폭풍에 휘말리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이전까지만 해도 무왕의 왕비라고 생각한 선화공주는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선화공주가 가야 할 자리에는 느닷없이 ‘사탁적덕沙乇積德의 따님’이 정좌定座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백제는 부여夫餘에서 남하한 온조 일파가 세운 왕국인 까닭에 왕족은 ‘부여씨夫餘氏’가 독점했지만 후기로 갈수록, 사탁씨沙乇氏를 필두로 하는 다른 성씨가 권력을 주무르는 시대로 접어드는 양상을 뚜렷이 보인다. 봉영사리기奉迎舍利記에 의하면, 지금의 미륵사는 무왕의 왕후王后가 창건했으며, 그 왕후는 좌평佐平 사탁적덕의 딸이다. 사탁적덕의 사탁沙乇은 요즘의 제갈씨諸葛氏나 남궁씨南宮氏처럼 두 글자를 사용하는 복성復姓이며, 적덕績德은 이.. 2024. 1. 9.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