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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2847

"추사체는 구제불능" 오경석이 평한 추사 글씨 우리나라의 글씨는 옛날에는 진晉나라 사람 글씨를 배웠습니다. 하지만 순전히 팔을 써서 그저 모양만 추구하였고, 예로부터 서학書學에 대해 강론한 적이 없었으므로 이따금 글씨에 능한 명필이 배출되었더라도 일종의 거칠고 속된 기운을 면하지 못했습니다. 근일에 김 추사秋史 글씨가 성행하는데, 경솔한 데다 더욱 구속됨이 없어 드디어 마계魔界로 들어가 약으로도 구제할 수가 없습니다. 일재日齋의 글씨는 결구가 원만하고 정돈되었으며 풍채가 유창하고 아름다워 비록 골력이 약간 허약하지만 고상한 운치가 넉넉하다 하겠습니다. 재주와 식견이 빼어나지 않았다면 어찌 누적된 악습에서 물결을 되돌려 홀로 깃발 하나를 세우고서 옛사람과 겨룰 수 있었겠습니까? 완상하면서 손에서 차마 놓지 못하여 이에 몇 마디를 덧붙여 공경하는 뜻을 .. 2023. 5. 22.
백제 창왕昌王의 오리무중한 매형공주妹兄公主 부여 능산리 사지 목탑지 출토 이 석조사리감 전면에는 양쪽 줄에 걸쳐 百濟昌王十三年季太歲在 / 丁亥妹兄公主供養舍利 ( /는 줄바뀜 표시) 라는 문구가 확인되거니와, 이는 지금은 이름을 알 수 없는 능산리 백제시대 절이 언제 창건되었는지를 알려주는 결정적인 근거가 된다. 저 문장은 '백제 창왕 13년, 간지로는 정해년에 매형공주가 사리를 공양했다'는 뜻이거니와, 이를 통해 이 절을 창건한 대단월이 매형공주임을 안다. 이 절을 창왕이 직접 창건한 것으로 간주하는 글이 많고, 그에 따라 이를 근거로 하는 논설이 부지기에 이르는데 다 볼썽 사납다. 이 절을 창건한 주체는 분명히 '妹兄公主'다. 이 절을 창건한 백제 창왕 13년, 간지로는 정해년은 567년. 다만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연표를 따를 때는 창왕 14년.. 2023. 5. 22.
곽거병霍去病과 기련천산祁連天山, 그리고 그의 무덤 망가진 몸을 이끌고 《사기史記》 이광李廣·위청衛靑 그리고 곽거병霍去病 열전을 막 통독했다. 그들이 묻힌 곳을 막 다녀와서인가? 이전에 읽을 때보단 조금은 새롭게 다가온다. 곽거병 죽음과 그에 따른 장송葬送 의례가 이 열전엔 잠깐 보이거니와, 그의 무덤을 기련산祁連山을 본떠 만들었다는 구절이 눈에 띈다. 기련산祁連山..기련은 흉노어로 '하늘'이란 뜻이거니와 그런 까닭에 이광 열전엔 이를 '기련천산祁連天山'이라 표기하기도 했으니 '역전앞'과 같은 표현 발상이다. 앞선 포스팅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한 무제漢武帝가 묻힌 무덤인 무릉茂陵을 위성처럼 감싼 소위 배장묘陪葬墓 중에서도 그 동쪽 위청과 김일제 묘 사이에 위치한 곽거병 묘만큼은 동아시아 묘제 역사에서는 돌발 중의 돌발이다. 쐐기형 방형 봉분인 그의 무덤에는.. 2023. 5. 21.
반란은 마흔 전에, 쫓겨나도 신하들한테 이성계랑 비슷하게 아들한테 쫓겨난 중국 황제로 당 고조 이연李淵이 있다. 566년생인 그는 53세에 唐을 개국했다. 너무 늙어서 권좌에 올랐다. 이성계의 최대 약점 역시 너무 늙어 권좌를 탈취했다는 것이다. 1335년생인 이성계가 역성혁명으로 조선을 개국하기는 58세였다. 내일 어찌 될 줄 모르는 할배였다. 오늘의 결론. 거사를 하려거든 적어도 40대 혹은 그 이전에 반란하라. 내 보기에 조선왕조 27왕 중에서 가장 멍청한 임금이 태조 이성계다. 얼마나 못났으면 아들한테 쫓겨나니? 딴 사람들은 신하들한테 쫓겨났지 아들한테 쫓겨나진 않았다. 아들한테 쫓겨나면 가오가 상하자나. 가오가? (2014. 5. 19) *** 조선사에서 이성계는 아들한테 쫓겨난 전무후무한 왕이다. the one and only다. 2023. 5. 21.
이집트어 갈래를 재음미하는 신간 by 유성환 제가 이집트에 머물고 있는 동안 아마존에서 책이 도착했습니다. 책 제목은 『고대 이집트어와 아프리카-아시아 어족: 그 기원을 다시 생각한다』(Ancient Egyptian and Afroasiatic: Rethinking the Origin). 관련 링크: https://www.amazon.com/Ancient-Egyptian-Afroasiatic-Rethinking-Languages/dp/1646022122/ref=sr_1_1?crid=33HSGBEL7TNN0&keywords=Ancient+Egyptian+and+Afroasiatic%3A+Rethinking+the+Origin&qid=1684589473&sprefix=ancient+egyptian+and+afroasiatic+rethinking+the.. 2023. 5. 21.
아랍세계 최대 도시, 카이로는 이렇게 탄생했다 by 유성환 [여기는 카이로였습니다] 이제 카이로를 떠나 한국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오늘날의 카이로는 아프리카와 중동의 아랍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입니다만 멤피스(Memphis) • 테베(Thebes) • 룩소르(Luxor) 등 고대 서아시아 세계를 호령하던 유서 깊은 도시들과 비교하면 그 역사가 겨우(!) 1,300년 남짓인 신도시입니다. 그리스 지배기(기원전 332-30년)부터 멤피스는 쇠퇴하기 시작했고 로마 지배기(기원전 30년-기원후 395년)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로마 제국은 멤피스 북쪽에 "이집트의 바빌론"(Babylon-in-Egypt)이라는 대규모 요새를 건설하여 멤피스를 대체하려 했습니다. 기원후 451년 칼케돈 공의회(Council of Chalcedon)를 계기로 동방정교회(Eas.. 2023.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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