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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2468

"내 문장은 한 글자도 손 못댄다"는 고봉 기대승 어우담(於于談) 유몽인(柳夢寅·1559∼1623)이 그의 야담 필기류 집성집인 《어우야담於于野談》에 채록한 증언 중 하나다. 문장을 하는 선비는 간혹 누가 그 문장의 문제점을 말하면 기뻐하면서 듣기를 즐겨하여 물이 흐르듯 그것을 고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발끈 화를 내면서 스스로 그 문제점을 알면서도 일부러 고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고봉 기대승은 문장으로 자부해서 다른 사람에게 굽히지 않았다. 지제교로서 왕명을 받들어 지어 올리는 시문에서 승정원 승지가 그 문제점을 표시하여 지적하면 그것을 가져온 아랫사람에게 화를 내며 꾸짖고는 한 글자도 고치지 않았다. 文章之士, 或言其文之疵病, 則有喜而樂聞, 改之如流者, 或咈然而怒, 自知其病而不改者. 奇高峰大升, 自負其文章, 不肯下人. 以知製敎, 進應敎之文, 政院.. 2018. 10. 31.
18세기, 한반도는 인구가 폭발했다 임진강변을 따라가다 보면, 사람들이 나한테 자주 묻곤 하는 말이, 저기가 북한인가라는 물음이다. 내 대답은 간단하다. "남한 땅인지 북한땅인지 구별하는 방법은 실로 간단하다. 나무 한 그루 없으면 북한 땅이다." 이런 사정은 압록강변, 두만강변에서도 마찬가지다. 그야 두 강이 중국 혹은 러시아와 북한 국경인 까닭에, 어느 곳이 북한 땅인지 견줄 필요조차 없지만, 역시 이곳에서 봐도 북녘 땅 산에는 나무 한 그루 온전히 자라는 데가 없다. 남북화해 국면에 따라 남북 협력 방안이 다양하게 논의되는 형국이거니와, 개중에서도 가장 절박한 곳이 철도와 산림이라 해서, 이 분야에 집중하는 까닭이 그 완비 정비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저 앙상한 산림 사정이 우리 역시 시계추를 거꾸로 돌려 40년.. 2018. 10. 24.
천둥벼락 칠 땐 바람피지 마라..들켰을 적엔 오줌을 마셔야 하느니 조선후기 영·정조 시대에 이른바 북학파(北學派) 일원으로 중국에 다섯 차례나 다녀왔으며, 그 오야붕 연암 박지원을 추종한 이른바 ‘연암그룹’ 일원이기도 한 이희경(李喜經·1745~1805 이후)이란 사람이 남긴 잡글 모음 필기류인 《설수외사(雪岫外史)》란 책에 나오는 일화다. (한양도성) 서문(西門) 밖에 서른이 넘도록 개가(改嫁)하지 않은 과부가 있었으니, 그 이웃에는 아내 없는 홀아비가 살고 있었다. 사내가 결혼하자 아무리 꼬드겨도 여자는 듣지 않았다. 이 때문에 마을에서 그녀를 정조가 있다고 해서 정려문을 세워주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천둥이 치면서 세찬 비가 내리더니 여자 집에 벼락이 쳤다. 이웃 사람들이 깜짝 놀라 가서 보니 집은 전과 같이 온전했지만 남녀가 부둥켜안은 채 쓰러져 있었다. 자세.. 2018. 10. 22.
서자들의 두목 연암 박지원 연암 박지원...조선후기 영정조 시대 재야 문단의 영수지만, 실은 노론 적통에 재산 졸라리 많은 부자요 권력자였다. 뭐, 과거로 출사하는 길을 포기하고, 그러면서도 안의현감인지는 잘해 잡수시면서, 박제가 놀러 오니 안의현에서 관리하는 기생 중에서도 가장 앳된 애를 골라다 수청 들게 해 주는가 했으니, 이런 식으로 수하엔 말 잘 들을 수밖에 없는 또릿한 똘마니들 몇몇 거느리고 재야를 호령했거니와, 박제가 말고도 유득공도 있었다. 나이도 젤로 많고, 그 자신은 적통이지만, 똘마니들은 다 서출이라, 대장 노릇할 수밖에 없었으니, 그럼에도 저이를 높이쳐야 하는 까닭은 그 속내가 무엇이었건, 그래도 저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그들을 인간 대접했다는 점이다. 뭐 이런 동호회 그룹을 요새는 백탑 근처에서 많이 놀았.. 2018. 10. 21.
공주고보와 공주고, 그리고 가루베 지온 식민지시대 조선 땅 문화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중 한명이 가루베 지온(輕部慈恩)이다. 가만...한자 표기가 맞는지 자신이 없다. 내 기억에 의하면 이 친구 1927년 공주고보 한문교사로 부임해 1940년인지 강경여고로 옮기기까지 이 학교에서 죽 생활하면서 송산리 고분군을 비롯한 공주 일대 고분을 무허가로 천기 가까이 도굴했다. 이 와중에 일어난 유명한 사건이 벽화분인 송산리 6호분 도굴사건이다. 2000년 무렵, 무령왕릉 발굴 30주년을 코앞에 두고 그의 행적을 추적한 적이 있다. 가루베에 대해서는 공주 지역 일부 연구자가 學的으로 주목한 적이 있으나 당시까진 글다운 글이 없었다. 그나마 풍문에 의지한 글이 대부분이었다. 이 사람이 도대체 어떤 개뼉다귀냐? 가루베는 일본 제국 패망과 더불어 본.. 2018. 10. 18.
한국 근현대사의 전설 방선주 박사 지난 10일, 민속학 분야 독보의 위치를 구축한 도서출판 민속원 홍기원 창업주 겸 회장이 타계했다. 조문을 이튿날 받기 시작한다 해서 11일 저녁 나는 적십자병원에 차린 빈소로 조문을 갔다. 고인과는 직접 인연이 거의 없다시피 하나, 그 장남으로 민속원을 물려받아 운영 중인 홍종화 사장과는 친분이 남다른 데다, 그것이 민속원 그 자체에 대한 예의 표시라 생각한다. 저녁 약속으로 좀 늦은 시간이었으니, 빈소엔 홍 사장과 친분이 남다른 동료 출판인, 그리고 민속원과 홍 회장한테 음덕을 입은 역사학도들이 삼삼오오 앉아 담소를 나누는 중이었다. 중앙일보 북한 전문기자 출신인 정창현 형은 어부인과 함께 왔다가, 어이된 셈인지 나를 보자마자 자리를 일어난다. 다른 일정이 있단다. "세상도 바뀌었는데, 승님도 한 자.. 2018.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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