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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고래심줄 김정배 살다보면 절친한 사이가 멀어지기도 한다. 지금은 역사평론가, 혹은 강단사학에 맞서는 재야사학 선두로 이름을 날리는 이덕일씨와 나는 초창기에 죽이 아주 잘 맞아 그가 저리된 데는 나도 조금은 일조했다고 본다. 이랬던 사이는 십여년전쯤 그가 기획한 중국 현지 한국고대사 탐방을 계기로 갈라섰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 이덕일과 원수로 지낸다는 뜻은 아니다. 연락을 끊은 채 사니, 나는 이런 식으로 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다만, 이런 무덤덤한 관계가 나중엔 이런저런 관계로 어떤 식으로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있다는 사실을 적기해 둔다. 반면 만남부터 줄곧 악연인 사람이 있다. 고대사학도 김정배 씨가 그렇다. 내가 김정배라는 사람을 직면 대면하기 시작하기는 이른바 중국에 의한 정부차원 역사공작이라는..
국화 만발한 조계사의 밤 간절하진 않으나 이래저래 요샌 타력他力에 기댈 일이 좀 있어 퇴근길에 부러 조계사를 관통했다. 보니 매년 이맘쯤이면 으레 하는 국화 축제가 올해도 어김이 없다. 처음 이 축제를 시작할 적만 해도 좀 서투르지 아니한가 하는 느낌 짙었으나 해를 거듭하니 이젠 그런대로 세련미를 더해 제법 소위 스토리를 구축하기도 한다. 낮엔 부끄러움과 회한, 그에 따른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적지 않아 남들 볼까 두렵기도 하지만, 밤은 역시나 이 때묻은 육신 안심스레 숨겨준다. 수오지심은 義의 출발이라 했지만, 그와는 전연 거리가 멀어, 밤으로, 밤으로만 나는 달린다. 무엇을 구도하며, 그를 위해 무엇을 떨쳐내야 했을까? 저 역시 갈구 아닌가? 집착 아닌가? 하는 생각도 퍼뜩 들지 아니하는 것도 아니다. 싯타르타한테 묻고 싶었다...
천태만상 전봇대 하긴 중국에 가서 보니 이건 약과더라. 애초엔 한전의 전기선 아니었을까? 시대가 변해 전화선 붙고 그러다 각종 통신선 덕지덕지 붙었으니 예서도 농가묵자 정신이 관통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저래서 요즘은 지중 매설이라 해서 저것들을 지하로 묻는 모양이나 그 역시 만만치는 않나 보더라. 하기야 땅을 판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긴? 저 얼키설키도 구분하는 사람들이 신기방통할 뿐이다. 저들끼린 합선도 일어나지 않는 모양이다. 하긴 저리 되니 어디 무너지기야 하겠는가?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부대끼니 지지고복고 하다 보면 지네들끼리도 각자의 영역이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저 무심한 전봇대도 내 기분에 따라 언제나 달라지기 마련이라, 계절에 따라 다르고 하늘 색에 따라 또 다르며, 빗물 들이칠 때 또 다르고 비..
哀金先生誄 주말인 13일, 잠실은 하루종일 시끌벅적이라, 한강으로 흘러드는 탄천 건너편 잠실주경기장 일대는 차량으로 북적였으니, 낮엔 프로야구 경기가 있는 모양이며, 밤엔 H.O.T.가 4만 명을 끌어모은 가운데 해체 19년 만에 재결합 공연을 한다 해서였던 듯하다. 듣자니, 상표권 분쟁 중이라 저들 아이돌 1세대 선두주자는 H.O.T.라는 명패를 달지 못한다나 어쩐다나. 그 꼬리를 문 차량 행렬에 묻어 거북이 걸음으로 탄천 건너편 서울의료원 강남분원으로 뉘엿뉘엿 몰아가는데 차창 내려 보니 저쪽 주경기장 담벼락에 'FOREVER HIFIVE OF TEENAGERS CONCERT'라는 문구 끔지막하니 확연하다. 하이파이브라니, 독수리 오형제가 퍼뜩 떠올라 빙그레 웃는다. 몰랐더랬다. 프로야구는 정규시즌 이미 폐막하고..
"남자는 나누기 3, 여자는 곱하기 3" 시린 가을이다. "늙어서 그런가 가을 되니 날 버리고 간 년, 내가 싫어 떠난 년, 한 타스로 파노라마로 스쳐간다" 그랬더니, 어느 박물관 모 여선생이 피식 웃으며 대꾸하기를 "남자는 나누기 3, 여자는 곱하기 3"이란다. 남자는 과거의 여자 숫자를 부풀리고 여자는 과거의 남자를 왕창 줄인다는 말이다. 내가 박장대소했다.한 타스 나누기 삼..그래 이 말이 맞다. (Taeshik Kim October 13, 2016)
Be the reds 우리공장 옥상이다. 17층까지 대략 70미터. 옥상은 공원 녹지라, 이런저런 나무에 풀때기 자라니 이곳에 화살나무 몇 그루 붉음을 한창 탐하며 외치기를, Be the reds! 역광에 담아 보니 이 가을 온통 선지해장국이요, 선혈 낭자함이 구하라 손톱에 긁힌 그 친구 얼굴 상처가 뿜어낸 그 빛깔 같다. 캡틴아메리카마냥 70년 냉동인간 되었다 갓 깨어났더래면 화엄사 홍매라 했을진저. 부디 서리 맞을 때까지 살아남아 내 너를 보고는 상엽홍어이월화霜葉紅於二月花 외치고 싶다만, 내가 먼저 서리 세례구나. 냉동한 붉은 가슴 쓸어 풀고는 단심가丹心歌 부르고 싶노라 하는데, 옆에서 주목이 빙그레 웃더라. "난 살아 천년이요 죽어 천년이노라"라고.
대학로의 주말 동남아시장 대학로에 주말이면 동남아 시장이 들어서기 시작한지가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겠다. 내 기억에 대략 5년 전쯤에도 이런 풍광을 본 듯하고, 지난 주말 벌인 좌판을 보니 그때보다 규모가 훨씬 적어진 게 아닌가 한다. 이쪽에서 시장을 본 적은 없다. 다만, 이번에 얼핏설핏 살피니, 욕심 나는 음식이 더러 있다. 하긴 그새 나로선 동남아를 더욱 다녔으니, 더 친숙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저 빨간 핫도그 함 먹어보는 걸...후회가 막급하다. 좌판 차린 곳은 동성고 앞쪽인데, 아들놈이 댕기는 학교가 바로 여기다. 주말 장을 여는 사람들이 특정한 동남아 국가에 집중하는지, 혹은 동남아라면 아무나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5년 이상 정기 주말 장이 섰다면, 종로구청 허가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일 터이고, 나아가 방치하..
삼밭에 자란 쑥대, 느티나무 곁 뽕나무 종로구 수송동 우리 공장 인근엔 목은영당(牧隱影堂)이라는 사당 하나가 있으니, 목은이란 말할 것도 없이 고려말 정치자이자 유학자인 이색을 말하고, 영당이란 영정을 모신 곳이라는 뜻이다. 오늘 무슨 제향이 있었는지 아침에 북닥였다. 대한재보험 KOREARE와 서울 국세청 사이로 난 영당 입구는 인근 지역 흡연자들이 점거했으니, 노인과 박카스 아줌마가 점령한 탑골공원과 신세가 같다 보면 된다. 그 영당으로 들어가는 길목 왼편에 두 갈래로 찢어 자란 나무 한 그루가 보이는데, 이 나무가 뽕나무라고 하면 사람들이 거개 의아해 한다. 무슨 뽕나무가 이리 크게 자랐냐고. 나 역시 처음 이 나무를 대할 적에 무슨 나무인지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그루터기 근처에서 자란 가지에서 돋아난 이파리를 보고는 뽕나무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