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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1613

홍시 모노가타리 아직 이 단계는 아니나, 이달 말이면 대한민국은 온통 홍시로 넘쳐난다. 나훈아는 홍시를 보며 따뜻한 젖가슴 내 주던 엄마를 떠올렸지만, 나는 그냥 초로 등치한다. 제맛을 내는 홍시는 실은 초로 변하기 직전의 그것이라, 하지만 이 무렵,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홍시는 곧잘 땅으로 고공직하하기 마련이다. 먹을 것 없던 그 시절엔 흙만 대강 털어내곤 한 입에 털어놓곤 했으니, 그것 하나만으로도 꿀맛 방불하던 시절이었다. 먹을 것이 지천으로 깔리는 지금은 중력의 법칙을 시험한 홍시는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 괜실이 밟았다간 개똥 소똥과도 같은 대접이니, 하기야 어쩌겠는가? 시대가 변하고 입맛도 변했거늘, 홍시라고 언제까지나 나훈아가 기억하는 그 홍시로 남을 수는 없지 않은가? 터져버려 더는 손 쓸 재간이 없.. 2018. 10. 2.
셀카는 중독이며 정신병리인가? 근자 국내에 이상한 번역본 하나가 나왔으니, 도서출판 지식의날개가 선영아 번역으로 선보인 이 책은 제목이 《나는 셀피한다 고로 존재한다》이며, 저자는 엘자 고다르라 한다. 이 신간을 우리 공장 출판 담당 이웅 차장이 그저께 '우린 왜 스마트폰 속 내 사진에 집착할까'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다. 관심 있는 이는 저 파란 제목 클릭하면 원문 보기 들어간다. 나는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상태라, 이에 대한 간평은 순전히 이웅 차장 소개 기사에 근거함을 미리 밝혀둔다. 이 신간 기사 첫 줄은 "소셜미디어(SNS)에 자신을 노출하기 즐기는 사람일수록 성관계를 맺는 횟수는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가상 세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실제 삶에서 느끼는 기쁨은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다"라는 것이니, 이게 무슨 소.. 2018. 9. 30.
풍납토성, 무령왕릉, 그리고 권오영 여러 번 이곳저곳에서 말했듯이, 나한테 《직설 무령왕릉》은 해직이 준 선물이었다. 나는 2015년 11월28일, 연합뉴스에서 해직되었거니와, 졸저는 이듬해 4월 30일자로 찍혀 도서출판 메디치미디어에서 나왔다. 해직을 축복으로 여긴 나는 이때다 싶어, 기간 미룬 일이나 이참에 마침표를 찍자 해서, 나아가 뭐 이래저래 소일거리 삼아 옛날 원고를 뒤척이며, 이 참에 그 옛날에 사산死産한 무령왕릉 원고 정리에 들어가기로 했으니, 그리하여 마침내 저 졸저가 나왔다. 남들 생각보다 일이 훨씬 빨리 진행된 까닭은 실은 그 원고가 2001년에 이미 완성을 본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15년이 흘러버렸으니, 손볼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었거니와, 무엇보다 그 사이에 무령왕릉을 둘러싼 무수한 변동이 있었다. 지금.. 2018. 9. 29.
섬돌 앞 오동나무는 이미 가을인데... 젊은이는 쉬 늙으나 배움은 이루기 어렵네한 순간이라도 헛되기 보내지 마라연못가 봄풀이 꿈도 깨기 전에 섬돌 앞 오동 이파리는 이미 가을이더라 少年易老學難成一寸光陰不可輕未覺池塘春草夢階前梧葉已秋聲 이른바 권학문(勸學問), 배움을 권하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진 이 짧은 글은 주희가 한 말이라 해서, 그것을 절대의 기반으로 삼는 시문(詩文) 엔솔로지이자, 불후한 한문 학습 교재인 《고문진보(古文眞寶)》 첫머리에 실려, 대한민국이라는 입시지옥을 지탱하는 권리장전으로 통용한다. 이 말이 그토록 질식할 정도이나, 그 입시지옥을 벗어난 처지에서 보면, 이만큼 절실한 말도 없다. 그래서 저 권학문은 실은 《고문진보(古文眞寶)》는 기억 저편, 아련히 입시지옥, 과거 트라우마에서 벗어난 사람들과 이제는 산 날 보다 .. 2018. 9. 26.
고향 아침 누군들, 언제인들 아름다움을 몰랐으리오? 저들이 황홀 교향곡 제9번인 줄 몰랐으리오? 바빴기 때문에 잠시 미뤄뒀을 뿐이다. 그런 미룸이 오래되어 일상이란 이름으로, 언제나 그랬다 해서 잠깐잠깐 미루다가 나는 그 미뤄둠과 이젠 영원히 함께 하고파 잠들었을 뿐이다. 워즈워스가 유별나 누구나 보는 수선화를 신의 경지로 끌어올렸겠는가? 그에겐 바쁨이 없어 즉자적으로 읊었을 뿐이다. 돌아보니 모두가 수선화더라. 2018. 9. 25.
남산에 같이 오른 상념 이틀 뒤면 추석이다. 달 보러 올랐으리오? 지난 여름 참말로 견디기 힘들었으되, 그 여진 한 켠에 짙은 상흔으로 남아 흔들어 털어버리고자 함이라. 은하수에서 사라진 무수한 별이 지상에 깔렸다. 본다. 언제나 저 자리에 앉았더랬다. 상념이 버둥한다. 헛살았나? 석가모니를 생각한다. 당신 진짜로 반열반했소? 날이 좋은갑다. 나도 좋으렴 좋으련만. 2018.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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