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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1693

벚꽃 절정 경주 느닷없이 기온이 뚝 떨어진 데다 하루 종일 비바람이 친 여파인지 사쿠라 만발한 경주 김유신길은 사람으로 미어터져야 하나 한산하다. 한산하면 한산한 대로 복닥하면 복닥한 대로 각기 다른 맛이 상춘엔 있는 법이다. 변덕하는 봄날씨에 장단을 맞추지 못한 사쿠라가 주말을 고비로 마침내 부풀어 오르다 터져버린 고름처럼 폭발했다. 꽃은 굳은살이 없다. 작년에 보았다 해서 올해는 시들어디는 무딘 살이 아니다. 겪을수록 더욱 새롭고 만날수록 더욱 들뜨고 볼수록 더욱 물림이 없는 이 그걸 꽃이라 부른다. 사랑은 쉬 식어버리나 그 사랑 더욱 새롭게 하는 이 春花라 이름한다. 2024. 4. 4.
벚꽃 축제 끝나기 기다려 만발한 경주 사쿠라 날씨 체크 안했다가 낭패라 경주역 가까워지자 여찔금 지름 짜듯 빗방울 찻장 때리기 시작하더니 버스 갈아타고 대릉원 후문 내려 능원 통과하는데 각중에 빗방울 굵어지기 시작한다. 우산도 준비하지 않았는데 할 수 없이 빵집 피신하고선 오작한테 sos 우산 가꼬 나오라. 문도 열지 않은 빵집 아저씨 닥달해서 문 열게 하고선 아뜨 한잔 땡기니 살 만하다. 이쪽은 부부가 한쪽은 빵집 다른 쪽은 커피숍이라 각자도생이라 해서 어느 쪽이 이문이 남냐 하니 마누래 쪽 빵집이라 해서 쪼끼나지 말고 잘 모시고 살라 부탁한다. 올핸 불순한 달거리마냥 봄이 불순한 까닭에 봄 축제 준비했다 낭패 당한 데 한둘 아니라 하거니와 경주사쿠라축제도 그 모양이 난 모양이라 지난주 축제 기간 내내 사쿠라는 구경도 못하다가 이쪽 대릉원 기준 .. 2024. 4. 3.
쉰이 넘으면 學하는 生은 끝난다 나는 막스 베버가 말하는 직업적 학문 종사자에 속하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일생 그 비슷한 언저리에 걸쳐 살아왔다는 것도 부인하고 싶진 않다. 이런 내가 근자 몇년 동안 뼈져리게 느끼는 바는 나이 오십이면 이젠 무엇인가 새로운 것들로 채우고 담금질 하는 때는 지났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배움은 끝났다. 그게 아니되고자 발악을 해 봐도 이 사회가 그리 나를 놔두지 않는다. 하긴 지금 내 사정이 그런 흐름을 더욱 강화하는 측면도 분명 있으리라. 그럼에도 내가 활동하는 공간들이 그간 내가 축적한 것들을 재가공하지 않으면 안되는 환경으로 몰고간다. 요새 내가 우라까이라는 말을 부쩍 자주 쓰지만, 언젠가부턴 진짜로 우라까이가 점철하는 삶이다. 남들 보기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나, 나는 언제까지나 주린 하이애나.. 2024. 4. 2.
연녹색, 초봄의 특권 이 색깔은 년중 오직 이 무렵만 누리는 특권이다. 나는 다른 어는 색보다 이 빛깔을 혹닉한다. 뽕 이파리 잔뜩 머금은 누에를 채운 뱃살이 이런 색이다. 봄은 고로 파충류다. 2024. 3. 27.
Magnolia, the messenger of spring 올해는 유난히 느려터졌다는 봄을 하마터면 목련이 핀 줄도 모르고 지나칠 뻔 했다. 백수 되고서 집구석 박히는 일이 많아서인지 각잡고 거둥할 일이 별로 없고 또 그 흔한 저 꽃나무가 집 주변으로는 구경이 힘들어 더 그랬겠지만 저처럼 햇볕과 기온에 더 민감한 꽃이 없어 같은 매그놀리아라 하는데 뒤안의 그것과 볕이 잘 드는 앞마당의 그것은 개화 시기가 왕청나게 달라 뒤안에선 꿈쩍도 않는 봉오리가 앞마당에선 이미 만신창이 나서 흐물흐물 지기 십상이라 다행인지 흐드러지게 핀 저 꽃을 조우했으니 그래도 자발 백수 첫 해 봄은 여느 봄이나 마찬가지로 매그놀리아로 시발을 삼는다. 2024. 3. 27.
[aging] 수북히 쌓이는 약봉지 그 증상은 간단해서 각종 약물과의 쟁투다. 아직 혈압은 정상이라 혈압약은 복용하지 아니하지만, 기타 환갑 앞둔 사람들이라면 으레 복용하는 각종 약물이라는 약물은 다 일상으로 복용한다. 절대량으로 비교하면 그 복용하는 약물이 한 끼 식사에 맞먹을 정도다. 결국 평균수명은 약물에 힘입은 바이니, 백세시대란 곧 약물에 의지한 연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초창기 도교도들이 실패한 꿈이 21세기에 다시 살아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네가 꿈꾼 금단대약金丹大藥은 요원할지 모르지만, 혹 아는가? 그런 시대가 올지? 그리하여 세포 자체를 조금씩 교체해서 쭈그렁 피부가 아기 피부가 되는 세상이 오지 말란 법도 없잖은가? 늘어만 가는 약봉지에 이젠 내가 뭘 복용하는지도 모르겠다. 주는 대로 다 틀어넣으니 말.. 2024.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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