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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1863

맹자 시대의 군자삼락과 21세기의 군자삼락 이천삼사백년 전 중국 땅에 맹가(孟軻)라는 이가 있어, 그가 말하기를 군자에겐 세 가지 즐거움이 있으니, 천하에 왕노릇 하는 일은 그에 들지 아니한다. 부모가 모두 살아계시고, 형제가 별 탈이 없는 것이 첫번째 즐거움이요, 하늘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고 다른 사람들에게 비추어 내가 쪽팔리지 않음이 두번째 즐거움이며, 천하의 뛰어난 인재를 얻어 그를 가르침이 세번째 즐거움이다. 君子有三樂, 而王天下不與存焉; 父母俱存 兄弟無故 一樂也; 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 二樂也; 得天下英才 而敎育之 三樂也.  라 했거니와, 그의 말과 생각을 집대성했다는 저 《맹자孟子》 진심(盡心) 편에 보이는 저 세 가지가 꼭 저에 드느냐 하는 논란은 시대에 따라, 개인 취향에 따라 다름이 없진 않겠지만, 요새는 저 두 번째가 절실히 다가.. 2018. 11. 3.
한결같이 팍삭 늙은 패구나무 조선 순조 연간에 김녕김씨 중시조이며 단종복위 운동에 가담해 순직한 백촌 김문기 선생을 배향한 섬계서원剡溪書院이 이 종족 집성촌 중 한 곳인 지금의 경북 김천시 대덕면 조룡리 양지마을 산기슭에 들어섰으니, 그 축대 서쪽에 기댄 이 노거수老巨樹를 내가 어릴 적에, 그리고 동네서는 지금도 패구나무로 부른다. 개똥이 삼룡이처럼 이 나무를 특정하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그 수종을 일컬어 이리 부르는 것이다. 이 나무가 지난주에 이런 모습이었으되 지금은 아마도 저 노랑잎 다 떨어뜨리곤 앙상하게 변했을 것이다. 그때 이미 바람 한 번 불때마다 쏴쏴 하며 서로 비비는 소리를 지르며 수백 이파리가 한 움큼씩 떨어져 나갔으니 말이다. 이 패구나무는 특징이 울퉁불퉁이다. 곧게 자라는 법이 없어 비뚤비뚤 줄기와 가지가 뻗어나가.. 2018. 11. 1.
폭군은 몰아내고 처단해야 한다 제齊 선왕宣王이 맹자한데 물었다."(제후인) 탕湯이 (천자인) 걸桀을 몰아내고, (역시 제후인) 무왕武王이 쳐들어가서 (천자인) 주紂를 처단했다는데 그런 일이 있습니까?"맹자가 대답했다."전해오는 말에 그런 이야기가 있습니다."왕이 말했다."신하가 그 임금을 시해하는 일이 가한 일입니까?"맹자가 말했다."인仁을 해치는 자를 적賊이라 하고, 의義를 해치는 자를 잔殘이라 하며, 이런 잔적殘賊한 사람을 단지 한 놈이라고 할 뿐입니다. 그 한 놈 주를 주벌했다는 말은 들었어도 임금을 시해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습니다." 齊宣王問曰:「湯放桀,武王入伐紂,有諸?」孟子對曰:「於傳有之。」曰:「臣弒其君,可乎?」曰:「賊仁者,謂之賊;賊義者,謂之殘,殘賊之人,謂之一夫。聞誅一夫紂,未聞弒君也。」 (《孟子》 梁惠王章句下) 2018. 10. 30.
쌍둥이 자매가 일으킨 풍파, 숙명여고 그 터를 찾아 각중에 생각이 났다. 어딘가 익숙한 데라는 생각이 미쳤다. 바로 우리 공장 앞마당이었다. 우리 공장 연합뉴스 수송동 사옥과 조계사 사이에 위치하는 작은 공원이어니와 정식 명패도 없으나 이곳이 위치한 동 이름을 따서 보통 수송공원이라 부른다. 사방으로 저들 외에도 고층건물이 둘러쌓으니 코리어리 대한재보험과 목은 이색을 중시조로 삼는 한산이씨 대종친회 건물, 서울지방국세청, SK건설, 서머셋호텔 등등이 병풍처럼 둘러쳤다. 지금은 좁디좁은 이곳은 녹록치 아니한 역사의 현장이라 중동학교가 있었고, 신흥대학이 있었으며 보성사도 있었고, 화가 고희동과 안중식도 이곳을 터전 삼았는가 하면, 대한매일신보가 태어난 곳도 이곳이다. 이곳은 또한 숙명여고가 1980년, 강남 개발 붐을 타고서 강남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대략 .. 2018. 10. 30.
단풍 바다 창덕궁과 후원 아침에 시신을 봤다. 아마 우리 공장 유리벽에 돌진해 반열반하셨나 보다. 아님 마누라한테 볶이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아미타 극락왕생 기원할 겸 정화하러 나선다. 어디로 잡을 것인가? 찬바람 쌩쌩하니 이쯤이면 창덕궁 단풍 제철이리란 경험믿고 무턱대고 나선다. 난 품계가 없으니 인정전 뜰 문턱에서 임금한테 안부인사 간단히 하려는데, 문지기 하는 말이 이곳 쥔장도 뒤안으로 비빈 잔뜩 대동하고는 단풍 구경 갔다더라. 쫓는다. 숲길 청단풍 무성하다. 단풍이 덜 들었다 투덜대는 사람도 있어 청단풍이라 그렇다며 실망하긴 이르다 달래며 숲길 통과한다. 주합루로 들어서니 별유천지 비인간이라 글쎄 기다려 보라 하지 않았던가 핀잔한다. 이구동성 왜 비원인가 적이 동의하는 듯 하니 내 어깨 괜히 들썩인.. 2018. 10. 29.
임금을 엎어버리는 배 전국시대 말기 유가儒家 계열 사상가 순자荀子가 전대 문헌에 보이는 말을 인용한 것이다. 《순자荀子》 왕제王制 편에 보인다.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뜨게 하지만 배를 엎어버리기도 한다. 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则载舟, 水则覆舟. 이를 근자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박근혜를 탄핵하고, 감옥에 집어넣어버린 촛불혁명이다. 순자가 인용한 저 문장, 4구체인데, 유독 庶人이라 슨 대목이 2음절이라 벗어난다. 혹 民 혹은 臣 정도 단음절 글자인데 후대에 바뀐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있다. 2018.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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