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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2095

터지는 거미 뱃가죽 가을은 거미가 배터지는 계절이라 그 배때지 터지기 직전 뾰두락지와 같아 이내 도래할 죽음을 아는 까닭일까 가을은 이 땅의 스파이더워먼들한텐 페르귄트 조곡이다. 2019. 10. 20.
두고 온 고향 다시 서울이다. 어쩌다 서울이 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고향이라고 유별날 것은 없다. 평범한 산촌일 뿐이다. 어케 하면 이곳을 떠날 수 있을까 고민한 나날로 젊은 시절을 점철한다. 먹을 게 없어 떠났을 수도 있고 출세를 위해 떠났을 수도 있다. 금의환향은 내 꿈에 없었으므로 출세는 지향했으되 환향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해본다. 그러기엔 고향은 너무나 보잘 것 없었다. 이젠 좀 형편도 나아져 기울어져가는 집도 손봤고 똥물 튀던 화장실도 곤쳤으며 이젠 언제나 뜨신 물로 뜨신 데서 암때나 샤워도 한다. 두고 온 고향 두고 온 마담 두고 온 표고 두고 온 것 천지라 그래도 두고 온 것 중엔 그래도 그래도 노모만큼 밟히는 이 있으랴. 이젠 반백이 훌쩍 넘은 아들이 좋아한다고 노모는 호박죽을 만들더라. 이리 써놓고 .. 2019. 10. 20.
정구지 조로朝露 배차 이파리 찰싹 눌러붙은 이슬이 스멀스멀 김 가루 되어 증발한다. 정구지 늘어뜨린 물방울도 금새 사라질 판이라 조로朝露는 조루早漏다. 한데 어찌하여 아침이슬은 저항의 상징으로 둔갑했던고? 조로는 언제나 덧없음이었다. 부질없음이다. 아둥바둥이다. 2019. 10. 20.
나뒹구는 호박 시즌이 시즌이니만큼 호박 풍년이라 이곳저곳 저절로 굴러다닌다. 문앞에도, 마당에도, 계단에도 쌍으로, 무데기로 농성한다. 개중 실한 놈 하나를 엄마가 또개서 아들놈 좋아하는 호박죽을 맹그는데 두 그릇 후닥닥 해치운다. 그때 견주어 땅이 늘어난 것도 아니요 그때라고 호박이 없었던 것은 아니로대 그땐 왜그리 먹을 게 없었는지 모르겠으니 쪽수 아니었겠는가? 집집마다 가가호호 열이라 호구가 많았으니 마파람 게눈 감추듯 남은 게 없었더랬다. 이젠 호박죽 지어놔도 며칠을 간다. 2019. 10. 20.
독새끼 져나르며 뭐 한가롭게 마실 나온 것도 아니요 내가 꼬나보는 이 저 냇가 독 무데기라 독을 져날라 한다. 오마씨가 조립식 주택 바닥이 내려앉는다 난리라 할 수 없이 그 바닥 공군다며 독 찾으러 나섰는데 이 놈의 독새끼 평소엔 발길에 채더니 엄따 한 짐 져 나르고 또 한 짐 이번엔 덩치 큰 놈들을 골랐더니 팔이 빠질 지경이다. 지게가 편한데 이젠 지게 질 사람이 없어 지게도 엄따. 선친 가시니 뭐.. 그나저나 돌삐 열나 무굽다. 2019. 10. 19.
완성하지 못한 swan song 그래 가능성보단 기대감이었다. 그랬다. 작년에 미룬 것까지 올해 두 명 한꺼번에 발표하는 노벨문학상 후보군에 비록 언론지상이긴 했지만, 한강이 거론된다 했을 적에 혹시나 하는 기대가 없지는 아니했다. 내 나름으로는 트리플 크라운 세우고 떠나고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삼관왕은 무엇인가? 첫째 빌보드 1위..이 꿈만 같은 일이 내가 문화부장 재직시절에 물경 세 번이나 터졌으니 모조리 방탄소년단이었다. 물론 얼마전 슈퍼엠이 또 하나를 추가했지만 말이다. 둘째는 황금종려상..이것도 꿈만 같았는데 마침내 올해 칸영화제서 봉준호가 기생충으로 한을 풀었으니, 그런 소식을 취급하는 문화부장으로서 나는 기쁘기 짝이 없었다. 그에다가 노벨문학상을 마지막으로 추가하고 싶었다. 물론 저들이 어찌 내몫이겠는가? 그냥 기분이 그.. 2019.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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