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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2267

강남, 천오백년 황무지의 미스터리 강남江南은 강 남쪽이라는 뜻이라, 지구상 어디건 강 남쪽에 위치하는 땅은 이리 부르지만, 한국에서는 특화해서 한강이 관통하는 서울 남쪽 땅, 개중에서도 잠실을 중심으로 그 언저리 서울 동부지역을 지칭한다. 이 강남이 주는 이미지는 이상 야릇해서 간단히 졸부와 등치하니, 그러면서도 20세기 대한민국 엘도라도라 할 만하다. 그런 강남을 그렇게 묘사한 영화도 있고, 그런 강남을 무대로 장대한 드라마를 써내려간 대중가수도 있거니와, 그런 강남이 순전히 고고학적 발굴성과에 기초하기는 하나 이상야릇한 또 하나의 측면이 있으니, 느닷없이 졸부로 출현했다가 느닷없이 그런 위상을 상실하고서는 이후 물경 천오백년간이나 황무지로 방치되었다는 사실이 기이하기만 하다. 물론 이 강남이라 해서 저 기간에 다 버려진 것도 아니요,.. 2024. 2. 28.
거란, 유쾌 통쾌 상쾌를 넘어선 파트너로 때마다 우리는 언제나 적당한 골리앗을 불러내 다윗을 자처한 우리 스스로가 그런 거인을 쓰러뜨리는 일을 소일로 삼고는 그러한 일을 유쾌 통쾌 상쾌로 치부하곤 했으니 근자에 저런 자리에 손님으로 불려나온 이가 거란이라. 수나라도, 당나라도 불려나와 유희거리가 된 판국에 거란쯤이야 해서겠지만, 또 그런 그간의 심리 이면에는 거란으로서는 약발이 약해서였는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거란을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강력한 힘과 광활한 영토,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무장한 거대 제국이었다. 그네들 영토는 동서로 만리를 걸쳤다 했으니, 실상 그 땅덩어리만 해도 한 제국, 수 제국, 한 제국을 능가하며, 당대 중국 대륙을 장악한 송宋조차 발 아래 두고서는 형으로 군림하며 매년 따박따박 세폐라는 이름의 막대한 조공품을 받.. 2024. 2. 28.
씨름하는 식민지시대, 곁다리 고려 거란 내 라이프워크는 식민지시대 이래 근현대다. 본래 이쪽 분야 내 학적 출발은 고고학이나 문화재가 아니었고 식민지시대였다. 그에서 잠시 손을 놓았다가 돌아왔다. 삼십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식민지시대를 접근하는 첩경은 총독부 문건이다. 저걸 섭렵 통독해야 근대가 보인다. 우리가 아는 근대국가가 탄생한 비밀은 독립운동사 문건이 아니라 총독부 공식문건이다, 저와 쟁투 중이다. 저 시대를 접근하는 한 통로로 엽서와 사진을 착목한다. 저 사업은 나도 저 회사 마지막 사업으로 공적자금을 투자해 결실을 보려했지만 미완성으로 남겨놓고 나와 못내 찜찜하다. 다행히 민속원에서 관련 두툼한 자료해제집을 내주었고 한양대에서도 총독부 문건을 완역해주어 접근이 용이하다. 무엇보다 서울공예박물관이 저들을 자료실에 떡 하니 구비해 서비.. 2024. 2. 28.
일본통치기 조선의 재편은 곧 근대국가 탄생의 생생한 보기다 먼저 이를 위해 무엇보다 상식을 철거해야 한다. 한일합방조약으로 조선이 혹은 대한제국이 국권을 상실했다는 믿음을 버려야 한다. 조선왕실은 망하지 않았고 1945년 8월 15일까지 존속했다. 단, 대한제국이란 정체政體가 해체되고 새로운 국가권력이 들어섰을 뿐이다. 국권은 상실한 것이 아니라 일본으로 넘어갔다. 국권 상실은 철저히 대한제국 관점이다. 나는 대한제국 관점에 설 이유가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그렇다고 그것을 대체한 일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를 계기로 식민지 조선은 급격한 재편을 맞는다. 어느 정도 재편인가? 쏵 다 끌어엎어야 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고래의 전통이 면면이 계승되기는 했지만 그야말로 조선은 탈구축 deconstruction 단계로 접어들었다. 위선 행정조직과 기구가 개편되.. 2024. 2. 27.
나는 어디 사람인가? 매양 김천사람임을 표방하는 나는 사는 곳을 기준으로 그 기간을 보면, 그 어중간에 딱 1년 살이 부산이 포함되기는 하지만, 대세에는 지장이 없어 논외로 치고, 고향 김천과 서울로 대별하니, 서울에서 산 기간이 37년으로 20년 김천보다 훨씬 길다. 함에도 아무도 나를 서울사람이라 한 적 없고, 그러고 보니 나 또한 서울사람임을 자처한 적이 없다. 서울에서 범위를 더 좁히면 지금 사는 용산에서만 20년을 내리 사는데, 그렇다고 내가 용산사람이라는 소속감 혹은 정체감도 없다. 그래 어디 사냐 물으면 서울이요 용산이요 하고, 괜히 같은 지역을 산다는 사람을 타지에서 만나면 반갑기는 하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반면 내 아들놈이야 지 애비 따라 본적이 김천이기는 하지만, 아무도 김천사람이라 하지 않고 다 .. 2024. 2. 26.
[독설고고학] 넘쳐나는 자기표절 자기 표절이 가장 극심한 데는 국가별로 보면, 순전히 내 분야 기준이긴 하나 일본이다. 이 일본 쪽 논문들은 보면, 초지일관 자기표절이다. 이는 이들의 논문집 단행본을 보면 그 극심한 양상이 잘 드러난다. 논문 10편을 단행본으로 묶었으면, 중복된 거 제외하고 나면 절반도 남지 않는다. 자기 분야 대가로 통하는 사람들도 보면, 중복된 부분 제외하면 심지어 논문 10편 중 꼴랑 1편 남는 사람도 부지기수에 이른다. 이 일본쪽 전통이 그대로 한국에 침투해 비슷한 양상이 벌어진다. 요새는 자기표절 금지를 강화하는 바람에 한국쪽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나아지는 형국이기는 하다. 한국 고고학계를 보면 논문 묶음 단행본이 거의 없다. 이유는 자기 표절 때문이다. 중복 걸러내면 논문 꼴랑 한 편 남는다. (2018. 2.. 2024.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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