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분류 전체보기21944 잘 만든 드라마를 보면 기분 더럽다 몇 번 한 말이지만 옛날에는 셰익스피어나 성경이 독식한 폐부를 찌르는 말들이 요새는 드라마 작가들이 모조리 가져갔으니, 제아무리 뛰어난 철학자도 그네를 뛰어넘은 명구 명언을 제조하지 못한다. 한데 말이다. 잘 만든 드라마를 보면 참말로 기분 더러울 때가 많다. 왜? 너무나 폐부를 찌르는 말로 넘쳐나는 까닭이다. 그 명대사 듣다 보면 혜안 아닌 게 없고, 통찰 아닌 게 없다. 그래서 기분 더 더럽다. 그 대사 하나하나는 어째 지금의 나, 그런 나가 처한 현실을 그토록 처절하게, 처참하게 파고들 수 있는지, 그 후벼파짐에 가슴이 찢어진다. 그렇다고 드마라를 안 볼 수도 없고, 보긴 해야겠고, 그렇자니 기분이 더러워지니 진퇴양난인가? 하긴 Drama라는 말 자체도 요새 TV와 결합해서 그렇지 근본이 문학 아닌가? 2024. 1. 1. [백수일기] 새해 마수걸이는 원고 심사료 백수는 벌이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벌이가 일정치 아니한 사람을 일컫는다.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마수걸이를 하느냐 마느냐, 그 시점은 언제인가도 그해 운세를 결단한다. 마침 지난 연말 어느 기관서 투고논문 심사 의뢰가 들어왔으니 마감은 1월 6일이라 하는데 일부러 새해 첫날에 맞추어 후다닥 심사서 첨부해 보냈다. 이 심사비 몇 만원 되지는 않겠지만 나한테는 첫날 마수걸이를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아무래도 새해엔 진짜로 내가 만든 연하장 구절처럼 황금이 비처럼 쏟아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물론 첫 끌발 개끝발이란 말도 있더라만 어쩐지 감이 좋다 음하하. 2024. 1. 1. 담헌을 만나는 길 3-장산리 석불입상 그리고 홍대용 생가터 홍대용과학관 아래엔 작은 집 한 채가 더부살이하듯 있다. 일부러 그쪽으로 좀 돌아서 내려가보니 '천안 장산리 석불입상'이라고 고려시대에 만든 돌부처시란다. 기둥모양 통돌을 깎아서 서 있는 부처를 만들었는데, 퍽 두꺼운 옷을 입으셔서인지 옷주름이 섬세하진 못하지만 제법 소박한 맛은 난다. 또 대좌에 '장명리 향도'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니, 고려시대 이 지역 백성들이 한데 모여 이 분을 새기고 세웠을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데 보호각 앞 설명문을 보고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풍만한 얼굴에 자비로움이 가득하고, 코는 무속적인 습속으로 훼손되었다." 라라나? 실제로 이분 코는 뭉그러진지 오래인지 시멘트로 때워져 있었다. 문제는 코뿐만 아니라 입과 눈에도 모두 시멘트가 베풀어졌는데 이 찬자께서 어.. 2024. 1. 1. [거란의 치맛바람] (6) 졸지에 귀비로 강등된 흥종의 조강지처 소삼천蕭三蒨 거란의 요遼나라 제7대 황제 흥종興宗 야율종진耶律宗眞은 조강지처가 애초 황후가 앞서 본 인의황후仁懿皇后 소달리蕭撻里가 아니라 따로 있었다. 소달리는 흥종이 즉위하면서 후궁으로 입궁했다가 아들을 낳아서 황후가 됐다. 황후 자리를 꿰찬 것이었다. 본래 그 자리 주인은 따로 있었으니, 그가 부마도위 駙馬都尉 소필리蕭匹里 딸 소삼천蕭三蒨이었다. 생몰년을 알 수 없는 소삼천은 태평太平 8년, 1028년, 11월 야율종진이 태자로 책봉되면서 태자비太子妃가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소삼천의 엄마다. 그 엄마는 성종聖宗의 장녀 야율연가耶律燕哥다. 이 공주가 소필리한테 하가下嫁해서 낳은 딸이 나중에 태자비가 되고 황후가 되었으니, 족내혼을 금지하고 족외혼을 규정한 사회가 실제로는 얼마나 눈가리고아옹인지를 이 경우도 여실히.. 2024. 1. 1. 수고한 수선전도에게 부친다 필자 연구실 벽에는 수선전도가 하나 붙어 있는데 조선시대 서울지도다. 이 지도는 폼으로 붙여 놓은 게 아니다. 무엇보다 필자는 연구실벽을 폼으로 뭔가 치장해 놓을 만큼의 심리적 여유가 없이 살았다. 이 지도는 다름 아니라 서울시내에 지금보다 발굴이 많을 때 토양채취를 위해 나갈 때 참고하기 위해 사다가 붙여 놓은 지도다. 출동하는 곳이 조선시대에 어디였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 블로그에서 얼마 전 알려드린 바와 같이 일본에서 최근 출판한 단행본은 필자에게 있어 도시와 질병이라는 명제에 대한 일단락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곳에 필자가 그동한 생각한 내용들을 다섯 편의 글에 요약해 담았다. 그리고 저 수선전도도 자기가 해야 할 일은 이제 다 끝낸 것이 아닐까 한다. 벽에서 내려야 할까? 저 지도도 할.. 2024. 1. 1. 나는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다 나는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많은 이가 의아스럽다 하며, 그 무수한 포스팅은 무엇이냐며 개소리 말라는 표정이 역력하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다. 그것을 내 글쓰기에 이용할 뿐이다. 내가 쓴 내 글을 소통하고 소비하는 통로로 이용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내 일상이 어떻네마네 하는 이야기 거의 하지 않는다. 오직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 글로써 표현한 바를 이야기하고자 할 때 그때에 국한해서 빌릴 뿐이다. 물론 그것만을 위한 놀이에 열중할 때가 있었다. 그때를 회상하는 많은 지인이 그때가 재미있었노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도 한때의 유희에 지나지 아니해서 그런 시절, 지금과 같은 때를 위한 워밍업 정도였다고 이야기해 둔다. 나는 내 글로써 나를 이야기하고 싶지, 한가롭게 셀.. 2024. 1. 1. 이전 1 ··· 1374 1375 1376 1377 1378 1379 1380 ··· 3658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