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분류 전체보기21939

[슬렁슬렁 자발 백수 유람기] (25) 왁싱을 한 로마의 박일준 머리 mushroom pine 소나무 로마를 대표하는 명물 경관 중 하나가 소나무라, 이것이 이탈리아 풍물로 알려지기로는 18세기 무렵 이른바 대여행 grand tour 시대가 아닌가 하는데 이는 내 억측일뿐 제대로 조사한 것은 아니다. 저 생김을 보면 천상 흑인 피가 섞인 박일준 혹은 인순이 머리라 영어권에선 mushroom pine 곧 버섯 모양 소나무라 하는데 그 신체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하겠다. 그 풍경을 잘 보여주는 데가 지금은 터만 남은 로마 구심 중심 콜로세움 바로 남쪽 인접 지점 치르코 마시모 라는 로마시대 원형 경기장 터 주변으로 심은 가로수 나무들이라, 이를 레스피기인가 하는 사람이 아마도 교향곡이던가로 장대하게 읊기도 했다. 그 양태를 보면서 매양 나는 널을 떠올리곤 했으니, 그 아름드리 둥치를 보면 천상 이 나무는.. 2023. 11. 7.
2억1만8천780리를 퍼스트클래스로 사뿐히 내려앉은 해모수 내 옛사람에게 들으니 / 吾聞於古人 하늘과 땅은 거리가 / 蒼穹之去地 이억 만 팔천하고도 / 二億萬八千 칠백 팔십 리란다고 / 七百八十里 이규보의 속 구절이다. 2억 만 팔천 칠백 팔십리라. 같은 문헌을 보면 억億이란 10만을 가리키는 단위였다. 이를 염두에 두고 계산하면 218,780리. 조선시대 단위로는 10리가 대략 5.4~5.7km였다니 5.5km라고 하고 계산해보면 12만 329km 남짓이 된다.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은 가볍게 뛰어넘는다. 그런가 하면 또 하늘과 땅 사이 높이를 이렇게 본 분도 있었다. ‘노락당老樂堂과 하늘 사이가 한 자 다섯 치 밖에 되지 않는다’ 흥선대원군이 그 아들을 왕위에 올리고 운현궁을 대대적으로 지어올릴 때 당시 대제학이던 김병학이 지어올린 한 대목이다. 지.. 2023. 11. 7.
[슬렁슬렁 자발 백수 유람기] (24) 보톡스 맞은 나무들, 단풍이 없는 이태리 로마엔 단풍이 없다. 혹 대도시라 그런 게 아닌가 싶었지만 인근 다른 지역이라 해 봐야 별무 소득이라 단풍은 역부족이다. 시푸루딩딩 아무리 찾아봐도 단풍이라 할 건덕지가 없다. 테베르 강가 플라타나스도 마누라한테 줘 터진 몰골 같다. 그나마 시골 시냇가를 따라 자라는 미류나무만 그런대로 노랑빛이 나지만 그걸 단풍이라 하기엔 수오지심만 일어난다. 그렇다고 상록수인 그 소나무 사이프러스가 붉어지겠는가? 그 멋대가리라곤 쥐꼬리만큼도 없는 올리브나무가 미쳐돌아 노래겠는가? 얘들은 무슨 불사약을 드셨기에 겨울길목인 지금도 시푸루딩딩하단 말인가? 보톡스를 맞았는가? 누군가 그랬다. 단풍 진면목을 보려거든 캐나다를 가라고, 오죽하면 국기에 단풍 이파리를 박았겠느냐고. 그러고 보니 캐다나를 본 적 없다. 그 광활한 땅.. 2023. 11. 7.
[슬렁슬렁 자발 백수 유람기] (23) 궁즉통窮卽通 나랑 피짜는 생득적으로 맞지 않는다. 그 텁텁함이 증오스럽다. 참을 수 없었다. 첫째 피짜를 둘째 허기를 결단을 내렸다. 집에서 해먹자. 쌀가게로 갔다. 한 가마니 지고 왔다. 내친김에 김치도 곁들이고 계란도 사고 신라면도 샀다. 쌀을 앉혔다. 물조절은 옛날에도 내가 잘했다. 음..안남미지만 지가 어쩌겠어? 내가 코리언 쿼이진으로 갈아엎는다는데. 이내 뽀글뽀글 끓는 소리 너머로 달가닥 거리며 김이 푹푹 나는데 그래 이 맛 아니겠는가? 총각 생활 청산하며 처음 시도해본 밥 치고선 그런대로 성공이다. 다만 김치를 중국에서 만들었는지 영 한국토양이 아니지만 이게 어딘가? 마파람 게눈 감추듯 비워버렸다. 내일은 계란을 궈 먹어야겠다. 신라면은 아끼둔다. 낼은 햄도 사서 지질 것이다. 이러다 도로 살쪄 돌아갈 듯.. 2023. 11. 7.
석정石亭 이정직李定稷(1841~1910)을 들어 보았는가? 과천 추사박물관 특별전 석정石亭 이정직李定稷(1841~1910)이라는 이름을 들은 적 있는지 모르겠다. 생몰연대에서 보듯이 주된 활동시기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을 걸치며, 활동 지역은 전북 지역이다. 주된 활동 분야는 서예. 꼭 글씨만이 아니었고, 기타 전방위 활동을 한 지식인으로 그를 ‘조선의 동기창(董其昌)’이라 일컫기도 한다. 중국의 명필뿐만 아니라 석봉 한호, 원교 이광사, 자하 신위, 추사 김정희 등 조선 명필 글씨를 끊임없이 임서하면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쳐 나간 인물로 꼽힌다. 바로 이에서 석정과 추사의 고리를 발견한다. 과천 추사박물관이 이런 그를 주목해 그의 생애와 활동양상을 포착한 특별전을 마련해 지난 4일 개막했다. 내년 1월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무엇보다 석정 띄우기에 주력한다. 아무.. 2023. 11. 7.
한국과 일본사: 디테일의 문제 한국사는 전반적으로 디테일 측면에서 일본보다 많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본다. 일본 중세의 경제주체간 관계를 그린 구조다. 공령과 장원과의 관계, 그리고 재지영주와 부재영주와의 관계가 정확히 그려져 있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우리는 이 정도로 디테일 있게 동시기 경제구조를 그려내지 못한다. 일차적으로 사료의 한계 때문일 수도 있고, 이런 이야기는 그렇지만 양국간 학문의 수준차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건 문제는, 우리는 저렇게 디테일 있게 나와야 할 정보가 없기 때문에, 호족이라던가, 군인이라던가, 신진사대부라는 이름으로 퉁쳐서 설명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수천년간을 항상 똑같은 갈등 구조만 있었던 것으로 역사가 읽힌다. 실제로 수면 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 2023. 11. 7.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