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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쌍릉 발굴조사를 어찌 볼 것인가? 문화재청은 산하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발표 형식을 빌려 지난 4월 익산 쌍릉(대왕릉)을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재연구소가 발굴하는 과정에서 수습한 인골 조각들을 분석한 결과 이에서 남성 노년층의 신체 특징과 병리학적 소견을 확인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런 성과를 토대로 부여문화재연구소는 "그동안 쌍릉은 백제시대 말기의 왕릉급 무덤이며, 규모가 큰 대왕릉을 서동 설화의 주인공인 무왕의 무덤으로 보는 학설이 유력했는데, 이번 인골 분석 결과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과학적 분석 결과를 토대로 했다는 이런 발표는 곧 대왕릉이 백제 무왕의 무덤임을 사실상 확인한 것인양 하는 것처럼 인식되어, 실제 이를 토대로 하는 관련 언론 보도에서는 그리 보도된 성향이 강했.. 2018. 7. 22.
권위dignity의 자양분 권위dignity 혹은 authority는 신비神秘와 미지未知를 자양분으로 삼는다. 내가 저 친구한테 군림하려면 그 절대조건 중 하나가 저 친구는 나를 잘 몰라야 한다는 점이다. 또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저 친구는 몰라야 한다. 반면 나는 내가 부리거나 부리고자 하는 사람의 구석구석을 훤히 꿰뚤어야 한다. 특히 군주는 신하에 대해 그러해야 한다. 이것이 고대 중국의 정치학 흐름 중 하나인 소위 황로학黃老學을 관통하는 군주론의 핵심이다. 노자를 핵심으로 삼는 그 철학이다. 황로학은 이런 식으로 군주가 신하들을 통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래야 신하들은 군주를 향해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고 충성 경쟁을 벌인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통치술을 대체로 좋다고 생각했다. 내가 대통령 시절 노무현을 비판적.. 2018. 7. 21.
Climbing up 왜 오르느냐 묻지 마라. 낸들 뭘 알아서 가겠는가?언덕 있으니 오르려는 것일뿐, 강물 나타나면 건널 것이요, 막아서면 돌아서면 그뿐. 올라 무엇이 보이느냐 나는 모른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허무하기 때문이라고만 해둔다. 2018. 7. 20.
발가벗고 계곡물에 몸 담그니 한시, 계절의 노래(121) 여름날 산속에서(夏日山中) 당 이백 / 김영문 選譯評 흰 깃 부채 게으르게흔들거리며 푸르른 숲속에서발가벗었네 두건 벗어 바위벽에걸어놓고서 맨 머리로 솔바람을쐬고 있노라. 懶搖白羽扇, 裸體靑林中. 脫巾掛石壁, 露頂灑松風. 더위 탓을 하지만 일탈과 자유를 추구하는 시선(詩仙) 이백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시어가 모두 구속을 벗어던진 신선의 경지를 보여준다. 맨 몸과 맨 머리는 속세의 의관(허례, 가식)을 벗어던진 신선의 모습이다. 누구의 눈길도 받지 않는 푸른 숲속, 솔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곳, 옆에 있는 바위 절벽에 벗은 의관을 걸어두고 맨몸에 깃털 부채를 부치고 있으면 그곳이야 말로 ‘인간을 떠난 신선 세계’에 다름 아니다. 여름날 더러 계곡을 따라 등산을 하다보면.. 2018. 7. 20.
반년을 피고지는 백일홍 한시, 계절의 노래(120) 대청 앞 자미화에 이슬이 맺혀...두 수 중(凝露堂前紫薇花兩株每自五月盛開九月乃衰二首) 둘째 송 양만리 / 김영문 選譯評 멍하니 도취할 듯약하고도 고운 모습 이슬 무게와 바람 힘에심하게 기울었네 백일 붉은 꽃 없다고그 누가 말했는가 자미화는 오래오래반 년 동안 피어 있네 似癡如醉弱還佳, 露壓風欺分外斜. 誰道花無紅百日, 紫薇長放半年花. 배롱나무의 계절이다. 한자로는 자미화(紫薇花, 紫微花), 양양화(痒痒花), 백일홍(百日紅) 등으로 불린다. ‘자미(紫薇)’는 배롱나무의 대표적인 꽃 색깔(紫)과 자잘한(微, 薇) 꽃 모양을 형용한 이름이다. ‘양양(痒痒)’은 ‘간지럽히다’는 뜻인데 배롱나무 표피를 손으로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고 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우리말로도 ‘간지럼나무’라고 한.. 2018. 7. 18.
석양과 어울린 능소화 한시, 계절의 노래(119) 능소화(凌霄花) 명 탕진(湯珍) / 김영문 選譯評 백 척이나 높은 덩굴나무 끝에 매달려 주황 꽃 화려하게푸른 연기 엮고 있네 석양도 더불어색깔 자랑 하려는 듯 붉은 노을 찬란하게먼 하늘 곱게 물들이네 百尺高藤樹杪懸, 朱英燁燁綴靑煙. 夕陽似與矜顔色, 爛著丹霞媚遠天. 색채감이 너무나 선명하다. 옛 시골 마을에는 저녁 무렵 푸르스름한 연기가 감돌았다. 저녁밥을 짓고 쇠죽을 끓이는 등 나무 땔감을 땠기 때문이다. 먼 하늘엔 곱디 고운 노을빛이 은은하게 물들고, 그 노을빛에 물든 것처럼 주황색 능소화가 소담한 꽃을 피웠다. 능소(凌霄)라는 말은 하늘을 타고 넘는다는 뜻이다. 이름처럼 능소화는 높다란 나무에 기대거나 담장을 기어 올라 꽃을 피우는 덩굴 식물이다. 꽃 색깔이 황금빛이기 때.. 2018.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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