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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농부 맘 불타는데 왕손은 부채질만 한시, 계절의 노래(118) 붉은 태양 이글이글 불처럼 타오르자(赤日炎炎似火燒) 『수호전(水滸傳)』 제16회에서 / 김영문 選譯評 붉은 태양 이글이글불처럼 타오르자 들판 논에 가득한 벼태반은 타죽었네 농부 마음은끓는 물처럼 부글부글 귀공자와 왕손은부채만 흔들흔들 赤日炎炎似火燒, 野田禾稻半枯焦. 農夫心內如湯煮, 公子王孫把扇搖. 음력 6월은 여름 맨 마지막 달이다. 1년 중 가장 무더운 달이므로 더위와 관련된 다양한 별칭으로 불린다. 염천(炎天), 혹서(酷暑), 성하(盛夏), 성염(盛炎), 임열(霖熱), 화중(火中) 등이 모두 음력 6월을 달리 부르는 말이다. 대부분 불꽃, 열기 등과 관련된 어휘다. 이처럼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농부들은 농사를 쉴 수 없다. 쌀(米)을 생산해내기 위해서는 글자 모습 그대로.. 2018. 7. 18.
비를 오게 하려면 龍을 열라 패야 요샌 용이라면 날개도 있고 아가리에선 핵분열하듯 불을 뿜는 이미지를 생각하겠지만, 이는 서양놈 드래곤dragon이라 동양, 개중에서도 동북아시아 전통시대 용은 물과 비구름을 관장하는 선신善神이요 영물靈物이다. 그리하여 가뭄이 들어 비를 불러오고자 할 때는 용을 불렀으니, 기우제(祈雨祭)에서 그가 빠지지 않는 이유다. 한데 이런 기우제에서 용을 대접하는 방식이 조금은 독특해 추리자면 열라 패기였다. 토룡土龍이 있다. 흙으로 만든 용이라는 뜻이다. 상상의 동물인 용이 존재할 수도 없으니, 토룡을 만들어서는 주로 동네애들을 시켜 그 토룡을 동네 사방으로 질질 끌고다니게 하면서 용을 열라리 패게 했다. 그러면 하늘이 용을 불쌍히 여겨 비를 내린다 했다. 이런 기우제 의식은 이미 전한시대 초기 인물 저명한 춘추공.. 2018. 7. 18.
듣고 싶은 말만 듣는자, 우리는 그를 독재자라 부른다 〈 HULTON ARCHIVE/GETTY IMAGES 〉 죽을 때가 다 된 킹 리어 King LEAR, 아들 없이 딸만 셋을 둔 그가 딸들을 불러다 놓고 충성 경쟁을 즐긴다. 묻는다. "너희는 얼마나 아비인 나를 사랑하느냐. 날 사랑하는 딸한테 내 왕국 3분의 2를 주겠노라" 첫째와 둘째는 갖은 아양으로 아버지가 듣고 싶은 말을 한다. 막내 코딜리아 차례가 되자 킹 리어는 묻는다. What can you say to draw A third more opulent than your sisters? Speak. 이런 물음 뒤에 이어지는 대화 CORDELIA : Nothing, my lord. LEAR : Nothing? CORDELIA : Nothing. LEAR : How? Nothing will come.. 2018. 7. 18.
남편을 죽인 마누라, 엄지발가락을 밟은 후직의 어머니 후직(后稷)을 시조로 삼은 주(周) 왕조 창업을 노래한 《시詩·대아大雅》 〈생민生民〉과 〈비궁閟宮〉은 주인공이 주 왕조를 개창한 시조 후직이 아니라 그 엄마 강원姜嫄이다. 이 점을 후대 모든 사가(史家)는 혼동했다. 후직을 노래한 것으로 착각, 혹은 무게 중심을 후직으로 보았으니, 이는 패착이다. 내가 늘 지적하듯이, 위대한 시조의 탄생담(이를 우리는 흔히 건국시조, 혹은 시조신화라 한다)에는 늘 같은 구도가 있어 생물학적인 아버지를 없애 버린다. 생물학적인 아버지를 죽여 버리고 그 자리에 하늘[天]을 늘 갖다 놓는다. 이렇게 해서 위대한 왕조를 창업한 시조는 천자(天子), 곧 하늘의 아들[天之子]라는 도식이 만들어진다. 이를 대표하는 인물이 다름 아닌 예수다. 예수한테도 생물학적인 아버지가 없어, 그 .. 2018. 7. 17.
흘러가는 강물 물끄러미 바라보노라니 한시, 계절의 노래(117) 강가에서(江上) 송 범성대(范成大) / 김영문 選譯評 하늘 빛 무정하게담담하고 강물 소리 끝도 없이흘러가네 옛 사람은 근심을 다풀지 못해 후인에게 근심을남겨줬네 天色無情淡, 江聲不斷流. 古人愁不盡, 留與後人愁. 무정하게 그리고 끝도 없이 흐르는 것은 강물이다. 아니 덧없는 세월과 인생이다. 아니 천추만대로 이어지는 근심이다. 나는 한 때 ‘불사재(不舍齋)’란 서재 이름을 쓴 적이 있다. 『논어(論語)』 「자한(子罕)」에서 따왔다. “선생님께서 냇가에서 말씀하셨다. ‘흘러가는 것은 이와 같구나, 밤낮을 쉬지 않나니!’(子在川上曰, ‘逝者如斯夫, 不舍晝夜!’)” 이게 무슨 말인가? 처음에는 아무 의미도 떠오르지 않았다. 정자(程子)가 이 구절을 그럴 듯하게 풀이했다. “쉼 없이 .. 2018. 7. 17.
고목 우거진 산길에 오니 한시, 계절의 노래(116) ♣아침 일찍 길 나서서 다섯 수(早行五首) 중 둘째♣ 송 오불(吳芾) / 김영문 選譯評 이곳은 오로지고목 숲 많아 길가 곳곳 맑은 그늘넉넉하구나 행인은 한 여름에불볕 느끼나 이곳 오니 맑은 바람옷깃에 가득 此地惟多古樹林, 路傍處處足淸陰. 行人九夏熱如火, 到此淸風忽滿襟. 장마가 끝날 무렵부터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너도 나도 더위를 피해 산과 들과 바다로 나선다. 피서철 시작이다. 불볕더위를 피하기 위해서는 서늘한 그늘과 시원한 물이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전국의 산, 계곡, 바닷가가 인산인해를 이룬다. 옛날 시골에서는 바람이 잘 통하는 동네 어귀 당나무 그늘에 느긋이 앉아 부채를 흔들거나 가까운 계곡이나 시내로 가서 발을 담갔다. 또 웬만한 마을에는 고목이 숲을 이룬 동쑤가.. 2018.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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