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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 쏟아지는 여름날에 한시, 계절의 노래(109) 여름 풍경(夏景) 송 여휘지(吕徽之) / 김영문 選譯評 대나무 안석 등나무 침상돌 연병(硯屛) 펼쳐둔 곳, 주렴에 훈풍 불어향불 연기 맑게 스미네. 빈 서재에 후드득장마 비 떨어지고, 파초 잎 초록빛이뜨락에 가득하네. 竹几藤床石硯屛, 薰風簾幕篆煙淸. 空齋數點黃梅雨, 添得芭蕉綠滿庭. 옛 선비들은 무더운 여름을 나기 위해서 몇 가지 피서 용품을 준비했다. 우선 단오 무렵 합죽선(合竹扇)을 선물로 주고받았다.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없던 시절에는 부채가 여름 나기 필수품이었다. 부채에도 운치 있는 그림 또는 마음 수양을 위한 사군자를 그리거나 늘 가르침으로 삼을 만한 글귀를 써서 품격을 높였다. 여기에다 대나무 안석과 죽부인을 마련하여 몸의 열기를 효과적으로 분산하기 위해 노력했다. .. 2018. 7. 16.
잉어 잡아 찜찜한 이 기분 한시, 계절의 노래(108) 봉모가(鳳艒歌) 수(隋) 양제(煬帝) / 김영문 選譯評 삼월 삼일 삼짇날강머리에 당도하여 잉어가 상류로오르는 걸 보았네 낚싯대 잡고 다가가낚아채려 하면서도 돌아와 쉬는 교룡일까두려운 마음 들었네 三月三日到江頭, 正見鯉魚波上遊. 意欲持釣往撩取, 恐是蛟龍還復休. 1960년대 후반에 활동한 가수 배호는 탄식이 섞인 듯한 저음으로 당시에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만 29세에 세상을 떠나 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호사가들은 「안개 속으로 가버린 사람」이나 「마지막 잎새」를 들먹이며 그가 이미 노래로 자신의 운명을 드러냈다고 숙덕이곤 했다. 조선시대 가장 뛰어난 천재에 속하는 이율곡은 「화석정(花石亭)」 시 마지막 구절에서 “기러기 소리 저녁 구름 속에 끊긴다(聲斷暮雲中)”라.. 2018. 7. 16.
문화재 안내판 무엇이 문제인가 문화재 안내판을 두고 문화재청 주변으로 요란한 상황이 전개한다. 이 문제 심각성을 더는 방치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나는 몇년전 '안내판 문화재의 얼굴'이라는 페북 페이지를 열기도 했다. 내가 이 문제를 제기할 때는 주로 다음 네 가지를 염두에 두었으니, 1. 무엇을 담을 것인가?(내용) 2.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디자인) 3. 어디에 세울 것인가(위치) 4. 영어판은 어찌할 것인가?(독자) 가 그것이다. 이 문제 발단을 정부 차원에서 촉발한 문재인 대통령 지적은 실은 안내판이 탑재한 무수한 문제 중 1번에 지나지 않거니와, 실은 나머지 문제들도 심각함이 중증이다. 1에 대한 대안 중 하나는 국립경주박물관 야외석조물 안내판이 훌륭한 보기다. 이 안내판은 아마 이영훈 경주박관장 작품으로 알거니와 함 보라. .. 2018. 7. 9.
라인강변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아래는 라는 제목으로, July 6, 2015 at 5:37 AM에 내 페이스북 계정에 게재한 글이다. 2년 전 오늘에 있었던 일이기는 하나, 그런대로 음미할 대목은 없는 않은 듯해서 관련 사진을 첨부하며 재게재한다. 《독일 본 라인강변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시간의 혼란으로 이곳 독일 본 기준으로 오늘이라 하겠다. 이곳 제39차 세계유산위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일본 산업유산이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유네스코가 무엇을 인증하고 증명하는 국제기구는 아니다. 그럼에도 현실 세계에서는 세계유산이 되고, 그것을 뒷받침한 여러 조건이 유네스코라는 이름에 맞물려 그리 통용되는 것 또한 엄혹한 사실이다. 세계유산...나도 아직 그 정체를 모르나, 이 현실세계의 통념이 세계유산의 이념 혹은 이상과 갖은 충돌을 빚기도.. 2018. 7. 6.
불감(佛龕)에서 등잔 터널로 - 무령왕릉의 경우 1971년 공주 송산리 고분군에서 기적적으로 무령왕릉이 발견되고, 그 현실(玄室) 내부에서는 네 벽면에 모두 5군대 등잔을 안치한 구멍이 발견됐다. 그 무령왕릉 바로 코앞에 식민지시대에 도굴 상태로 발견된 송산리 6호분이라는 무덤이 있다. 이 무덤 역시 무령왕릉과 일란성 쌍둥이를 방불해 벽돌로 무덤 주체시설을 쌓은 소위 전축분(磚築墳)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그 구조 역시 그랬다. 하지만 6호분은 내부가 몽땅 도굴당한 상태라 그에서 건진 정보는 얼마되지 않았다. 이 6호분에도 무령왕릉과 같은 등잔을 안치한 구멍이 현실 네 벽면에 있다. 숫자는 무령왕릉보다 2개가 많은 7개였다. 도굴 피해를 보지 않은 무령왕릉이 발견됨으로써, 6호분 그 구멍도 비로소 기능을 둘러싼 베일을 벗었다. 한데 무령왕릉이 발견되기.. 2018. 7. 6.
여름날 비 오니 뽀개지도록 마시리 한시, 계절의 노래(107) 여름비가 시원함을 가져오다 세 수(夏雨生凉三首) 중 둘째 송 주숙진 / 김영문 選譯評 높이 솟구친 황금 뱀이우르릉 천둥 울리고 천둥 지나 얼룩진 하늘차츰차츰 맑게 개네 비는 시원함 재촉하고시는 비를 재촉하니 새로 거른 맛있는 술남김없이 마시리라 崒嵂金蛇殷殷雷, 過雷斑駁漸晴開. 雨催凉意詩催雨, 當盡新篘玉友醅. 당시(唐詩)에 비해 송시(宋詩)는 대체로 시어가 어렵다. 첫째 구의 줄율(崒嵂)은 높이 치솟은 모양 또는 높은 산을 의미하고, 둘째 구의 반박(斑駁)은 얼룩덜룩한 색깔을 형용하는 말이다. 여기서는 먹구름 사이에서 번개가 치면서 빛과 어둠이 엇섞여 드는 풍경을 가리킨다. 넷째 구의 신추(新篘)는 술을 새로 걸렀다는 뜻, 옥우(玉友)는 술, 배(醅)는 아직 거르지 않은 술이다.. 2018.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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