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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80주년의 사건> (4) 다급한 전화, 하지만 이미 물은 엎어지고 정확히 언제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관련 인터뷰가 나간 1999년 2월 24일이 지난 어느 시점이었다. 전화가 왔다. 현승종 이사장이었다. 여든하나 뇐네가 손수 전화를 했다는 건 두 가지 중 하나다. 첫째, 기사 내줘서 고맙다둘째, 기사가 뭔가 문제가 있다. 유감스럽게도 두 번째였다. 유선상으로 전해진 그의 말을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다. 20년 전 일이니깐 말이다. 다만 그 요지는 내가 기억할 수 있으니, 다음과 같다. "그 기사 때문에 내가 곤란해졌다. 일본군 소위로 근무했다는 대목이 문제가 됐다. 나를 쫓아내려는 사람들이 그걸 꼬뚜리로 삼아서 들고 일어났다. 내가 친일을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는 나로서는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이게 무슨 낭배란 말인가? 대체.. 2019. 2. 23.
<3.1절 80주년의 사건> (3) 소송전을 불사한 전직 총리 현승종 서울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안영률 부장판사)는 2000년 10월 19일 현승종(81.玄勝鍾) 전 국무총리가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도대체 무슨 일로 현승종은 재판까지 갔던가? 이 소식을 전한 이 날짜 당시 우리 공장 보도를 보면 "'일본군 장교로 독립군과 전투를 벌였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우홍구 건국대 동문교수협의회장 등 5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1천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는 것이다. 계속 기사를 보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현씨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제말 일본군 소위로 일제 군복을 입고 중국 팔로군과 전투하였다'고 밝힌 사실은 인정된다"며 "하지만 중국 팔로군에서 조선의용대 등 일부 독립군이 활동했다는 역.. 2019. 2. 23.
<3.1절 80주년의 사건> (2) 황소를 뒤로 하고 들어간 이사장실 현승종 (玄勝鍾) HYUN Soong Jong. 그는 거물이었다. 힘이 있는 거물이라기보다는 그 각종 화려한 이력이 사람을 질겁케 하는 그런 거물이었다. 우리 공장 인명록을 통한 그의 이력은 대략 다음과 같다. 음력 1919년 01월 26일생인 그는 공직으로는 국무총리를 역임하고, 교직에서는 성균관대와 한림대 두 대학 총장을 역임했으며, 건국대 이사장으로도 일했다. 나아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회장, 인촌기념회 이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아호는 춘재(春齋), 본관은 연주(延州)이며, 올해 만 100세인데 아직 타계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평안남도 개천 출신인 그는 1938년 평양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경성제국대학에 들어가 1943년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1973년 고려대에서 명예 법학박사, 1976년 대.. 2019. 2. 23.
홍매 한 봉오리에 깃든 봄소식 한시, 계절의 노래(275) 봄 소식을 묻다 두 수[問春二首] 중 둘째 [宋] 양만리(楊萬里, 1127 ~ 1206) / 김영문 選譯評 설날에 봄 돌아와도늦었다 못할 텐데 꽃들에게 소식 아직바삐 알리지 않네 도산당 아래 자리한붉은 매화 한 그루만 맑은 햇볕 서둘러 빌려가지 하나 물들이네 元日春回不道遲, 匆匆未遣萬花知. 道山堂下紅梅樹, 速借晴光染一枝. 중국에서는 설날을 춘제(春節)라고 한다. 우리 발음으로는 춘절인데 설날을 전후하여 24절기의 출발점인 입춘이 들기 때문이다. 새봄이 시작된다는 뜻이므로 설날 인사할 때도 “춘제 콰이러(春節快樂)” 또는 “신춘콰이러(新春快樂)”라고 한다. ‘콰이러’는 쾌락을 즐기라는 뜻이 아니라 기쁘고 즐거운 명절을 누리라는 뜻이다.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설날과 입춘이 당도하.. 2019. 2. 23.
<3.1절 80주년의 사건> (1) "특집을 기획하라!" 지금은 100주년이라 해서 난리를 피우는 3.1운동과 상해임시정부 수립이 1999년에는 80주년인 해였다. 그 전 해 12월 1일자로 문화부로 배치되어 문화재와 학술을 담당하게 된 나한테 3.1절 80주년 특집을 하나 기획해 보라는 지시가 부장한테서 떨어졌다. 우리도 특집은 하나 했네 하는 이른바 생색내기는 해야겠고 해서, 이런 압박에 시달리는 기자들이 흔히 생각하는 돌파구가 관련 인사들 인터뷰라, 나 역시 3.1절 관련 담당 주축기자로서, 이런 달콤한 유혹에 빠졌으니.... 이에서 관건은 과연 어떤 사람들을 인터뷰하느가 문제였다. 그리하여 하이바(머리를 지칭하는 언론계 속어다) 열심히 굴려서 생각해 냈다는 것이 실로 단순해서, 1919년 3.1절이 발발한 해에 태어난 사람들을 수소문해서, 그네들에게 과.. 2019. 2. 22.
만 그루 청매화와 바꾼 국가 한시, 계절의 노래(273) 녹악매 두 수(綠萼梅二首) 중 둘째 [宋] 임희이(任希夷) / 김영문 選譯評 수산간악 동쪽에악록화당 자리 했고 매화나무 만 그루이궁을 둘러쌌네 선화 연간 옛일은기억하는 사람 없어 분바른 얼굴 쓸쓸하게북풍을 마주하네 萼綠華堂艮嶽東, 梅花萬數繞離宮. 宣和舊事無人記, 粉面含凄向朔風. 한시 중에서 역사를 소재로 읊은 시를 영사시(詠史詩)라고 한다. 역사 속 일화에 대한 감상, 느낌, 비평 등을 풀어낸다. 시에서 다루는 역사를 모르면 그 시를 이해하기 힘들다. 이 시도 북송 휘종(徽宗) 선화(宣和) 연간에 벌어진 간악(艮嶽) 조성 및 북송 망국이라는 대사건이 배경에 깔려 있다. 남송 시인 임희이가 청매화(綠萼梅) 가득 핀 어느 봄날, 북송 도성 변경(汴京) 간악에 들렀다가 읊은 시로 .. 2019.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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