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분류 전체보기19511

한결같이 팍삭 늙은 패구나무 조선 순조 연간에 김녕김씨 중시조이며 단종복위 운동에 가담해 순직한 백촌 김문기 선생을 배향한 섬계서원剡溪書院이 이 종족 집성촌 중 한 곳인 지금의 경북 김천시 대덕면 조룡리 양지마을 산기슭에 들어섰으니, 그 축대 서쪽에 기댄 이 노거수老巨樹를 내가 어릴 적에, 그리고 동네서는 지금도 패구나무로 부른다. 개똥이 삼룡이처럼 이 나무를 특정하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그 수종을 일컬어 이리 부르는 것이다. 이 나무가 지난주에 이런 모습이었으되 지금은 아마도 저 노랑잎 다 떨어뜨리곤 앙상하게 변했을 것이다. 그때 이미 바람 한 번 불때마다 쏴쏴 하며 서로 비비는 소리를 지르며 수백 이파리가 한 움큼씩 떨어져 나갔으니 말이다. 이 패구나무는 특징이 울퉁불퉁이다. 곧게 자라는 법이 없어 비뚤비뚤 줄기와 가지가 뻗어나가.. 2018. 11. 1.
무협지의 대부 김용, 셰익스피어를 능가하는 중국 현대문학의 거인 오늘은 긴한 개인 사정으로 하루 휴가를 내고는 지방을 다녀왔다. 출발에 앞서 페이스북 포스팅을 훑어보는데 중문학도 김영문 선생 포스팅에서 다음 글을 접했다. ***진융이 세상을 뜨다***진융(金庸), 김용이 세상을 떠났다. 와룡생 등의 구무협지를 신무협지로 되살려 낸 소설가다. 내가 1997년 베이징대학에서 방문학자 생활을 하고 있을 때 그곳 대학원에 [진융소설연구]라는 과목이 개설되었다. 담당교수는 옌자옌(嚴家炎)이었다. 이 분 강의의 특성은 꼼꼼하게 써온 강의안을 강단에 앉아서 아무 요동도 없이 읽는 것이었다. 나는 호풍환우(呼風喚雨)하는 스펙터클을 기대했지만 옌자옌 선생님은 앉아서 노트를 읽는 외에 별다른 공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진정한 고수의 풍모일까? 그러나 단 한 마디 언급은 지금도 뇌리에 남.. 2018. 10. 31.
애끓는 청남대서 꼭 가야 한다는 윽박은 없었다. 그래도 이맘쯤 본 그곳이 하도 강렬해 그저 보고싶었노라 말해둔다. 다만 그때랑 조금은 다른 코스를 골랐으되 여전히 대청호변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 청주 시내에서 대청호를 향해 달리다 왼편으로 다리 건너 대통령 별장인지 뭔지 있다는 청남대 방향으로 튼다. 햇볕 은어처럼 튀기는 호수 오른쪽으로 끼고 달리나니 숲 터널이다. 그 위상 녹록치 않은듯 해 차 세울 만한 곳에 잠시 똥차 주차하곤 내가 갈 길, 내가 지난 길 번갈아 본다. 노랑 물결이다. 비슷한 패턴이 반복한다. 이 무렵 저 빛깔은 물림 질림이 없다. 권태 나른과도 거리가 멀고, 무엇보다 근자 나를 옥죈 그 어떤 휴밀리에이션 humiliation도 없다. 호수 역시 말이 없다. 빛 등진 수면은 그 멋대로, 그 반대편은.. 2018. 10. 31.
"내 문장은 한 글자도 손 못댄다"는 고봉 기대승 어우담(於于談) 유몽인(柳夢寅·1559∼1623)이 그의 야담 필기류 집성집인 《어우야담於于野談》에 채록한 증언 중 하나다. 문장을 하는 선비는 간혹 누가 그 문장의 문제점을 말하면 기뻐하면서 듣기를 즐겨하여 물이 흐르듯 그것을 고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발끈 화를 내면서 스스로 그 문제점을 알면서도 일부러 고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고봉 기대승은 문장으로 자부해서 다른 사람에게 굽히지 않았다. 지제교로서 왕명을 받들어 지어 올리는 시문에서 승정원 승지가 그 문제점을 표시하여 지적하면 그것을 가져온 아랫사람에게 화를 내며 꾸짖고는 한 글자도 고치지 않았다. 文章之士, 或言其文之疵病, 則有喜而樂聞, 改之如流者, 或咈然而怒, 自知其病而不改者. 奇高峰大升, 自負其文章, 不肯下人. 以知製敎, 進應敎之文, 政院.. 2018. 10. 31.
Changdeokgung Palace 昌德宮, Seoul 2018. 10. 31.
폭군은 몰아내고 처단해야 한다 제齊 선왕宣王이 맹자한데 물었다."(제후인) 탕湯이 (천자인) 걸桀을 몰아내고, (역시 제후인) 무왕武王이 쳐들어가서 (천자인) 주紂를 처단했다는데 그런 일이 있습니까?"맹자가 대답했다."전해오는 말에 그런 이야기가 있습니다."왕이 말했다."신하가 그 임금을 시해하는 일이 가한 일입니까?"맹자가 말했다."인仁을 해치는 자를 적賊이라 하고, 의義를 해치는 자를 잔殘이라 하며, 이런 잔적殘賊한 사람을 단지 한 놈이라고 할 뿐입니다. 그 한 놈 주를 주벌했다는 말은 들었어도 임금을 시해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습니다." 齊宣王問曰:「湯放桀,武王入伐紂,有諸?」孟子對曰:「於傳有之。」曰:「臣弒其君,可乎?」曰:「賊仁者,謂之賊;賊義者,謂之殘,殘賊之人,謂之一夫。聞誅一夫紂,未聞弒君也。」 (《孟子》 梁惠王章句下) 2018. 10. 3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