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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훔쳐먹고 벌개진 단풍나무 가을 산 두 수(秋山二首) 중 둘째 [宋] 양만리(楊萬里·1127~1206) / 김영문 選譯評 오구나무는 평소에노련한 염색공이라 서둘러 검푸른 색을선홍빛으로 바꿔놓네 어린 단풍 하루 밤새하늘 술을 훔쳐 먹고 취한 모습 가려 달라고고송(孤松)에 간청하네 烏桕平生老染工, 錯將鐵皂作猩紅. 小楓一夜偷天酒, 却倩孤松掩醉容. 어릴 적 가을 시골 앞산 뒷산에서 가장 붉게 물드는 나무는 뿔나무와 옻나무였다. 뿔나무의 표준말은 붉나무인데 나무 이름 그대로 가을 산을 붉게 장식하는 대표적인 가을나무다. 옻나무 단풍도 뿔나무에 못지 않다. 이 두 나무는 생긴 모양도 비슷해서 초보자는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선홍빛에서 검붉은색으로 물드는 옻나무와 뿔나무 단풍은 가을산을 불태우는 주인공이지만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처럼 크고 높게.. 2018. 10. 30.
쌍둥이 자매가 일으킨 풍파, 숙명여고 그 터를 찾아 각중에 생각이 났다. 어딘가 익숙한 데라는 생각이 미쳤다. 바로 우리 공장 앞마당이었다. 우리 공장 연합뉴스 수송동 사옥과 조계사 사이에 위치하는 작은 공원이어니와 정식 명패도 없으나 이곳이 위치한 동 이름을 따서 보통 수송공원이라 부른다. 사방으로 저들 외에도 고층건물이 둘러쌓으니 코리어리 대한재보험과 목은 이색을 중시조로 삼는 한산이씨 대종친회 건물, 서울지방국세청, SK건설, 서머셋호텔 등등이 병풍처럼 둘러쳤다. 지금은 좁디좁은 이곳은 녹록치 아니한 역사의 현장이라 중동학교가 있었고, 신흥대학이 있었으며 보성사도 있었고, 화가 고희동과 안중식도 이곳을 터전 삼았는가 하면, 대한매일신보가 태어난 곳도 이곳이다. 이곳은 또한 숙명여고가 1980년, 강남 개발 붐을 타고서 강남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대략 .. 2018. 10. 30.
대중스타와 미디어, 수지를 만난 날 언젠가부턴 내가 그날 하루를 시작하는 일상 패턴 중 하나로 내 페이스북 계정에 들어가 우선 '과거의 오늘'을 죽 훑어보는 버릇이 들었으니, 그러는 까닭은 괜한 회한 추억에 잠기기 위한 청승보다는 실은 그에서 혹 지금의 내가 건질 것이 없나 하는 이삭줍기 심정이 더 크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내지르는 타입이라, 그때그때 생각나는 바를 그런 데다가 싸질러놓는 일이 많고, 그런 것 중에 지금 보아도 여전히 쓸 만한 곳이 아주 가끔 발견되거니와, 그것을 건져내어 다른 데다 써먹을 요량으로 되새김질을 하는 버릇이 들었다. 한데 이런 일을 하다 보면, 가끔씩 이런 사진을 만난다. 촬영 혹은 게재시점을 보니 2013년 10월 30일 오늘이다. 딱 5년 전이요, 주인공은 걸그룹 미쓰A다. 뭐 A를 그룹명에 박은 까닭이.. 2018. 10. 30.
단풍 바다 창덕궁과 후원 아침에 시신을 봤다. 아마 우리 공장 유리벽에 돌진해 반열반하셨나 보다. 아님 마누라한테 볶이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아미타 극락왕생 기원할 겸 정화하러 나선다. 어디로 잡을 것인가? 찬바람 쌩쌩하니 이쯤이면 창덕궁 단풍 제철이리란 경험믿고 무턱대고 나선다. 난 품계가 없으니 인정전 뜰 문턱에서 임금한테 안부인사 간단히 하려는데, 문지기 하는 말이 이곳 쥔장도 뒤안으로 비빈 잔뜩 대동하고는 단풍 구경 갔다더라. 쫓는다. 숲길 청단풍 무성하다. 단풍이 덜 들었다 투덜대는 사람도 있어 청단풍이라 그렇다며 실망하긴 이르다 달래며 숲길 통과한다. 주합루로 들어서니 별유천지 비인간이라 글쎄 기다려 보라 하지 않았던가 핀잔한다. 이구동성 왜 비원인가 적이 동의하는 듯 하니 내 어깨 괜히 들썩인.. 2018. 10. 29.
임금을 엎어버리는 배 전국시대 말기 유가儒家 계열 사상가 순자荀子가 전대 문헌에 보이는 말을 인용한 것이다. 《순자荀子》 왕제王制 편에 보인다.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뜨게 하지만 배를 엎어버리기도 한다. 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则载舟, 水则覆舟. 이를 근자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박근혜를 탄핵하고, 감옥에 집어넣어버린 촛불혁명이다. 순자가 인용한 저 문장, 4구체인데, 유독 庶人이라 슨 대목이 2음절이라 벗어난다. 혹 民 혹은 臣 정도 단음절 글자인데 후대에 바뀐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있다. 2018. 10. 29.
두 줄기 눈물 보태 흘려보내는 강물 서쪽으로 위주를 지나다 위주를 보고서는 진천이 생각나서[西過渭州見渭水思秦川] [唐) 잠삼(岑參·715~770) 위수는 동쪽으로 흘러가다 언제쯤 옹주땅에 다다를까바라건대 두 줄기 보탠 눈물 고향으로 흘러갔음 한다네 渭水東流去,何時到雍州。憑添兩行淚,寄向故園流。 출전 : 《전당시全唐詩》·권201이로 보건대, 잠삼 고향 집은 옹주에 있었나 보다. 지금의 서안 인근이다. 이 시는 《김풍기 교수와 함께 읽는 오언당음五言唐音》(교육서가, 2018)에서도 실렸으니(286~287쪽) 참고 바란다. 2018.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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