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崩이라는 글자는 의미를 한정 혹은 제한하는 부수가 山인 데서 엿보듯이 애초에는 산이나 둔덕 같은 사물이 무너짐을 묘사하는 동사다.
역대 자전 집성집인 강희자전 이 글자 항목을 보면 그 음을 《廣韻》을 인용해서는 北과 滕의 반절[北滕切]이라 하고 《集韻》과 《韻會》를 끌어다가는 悲와 朋의 반절로서 音은 繃이다[悲朋切,音繃]고 했으니, 그 소리가 지금의 ‘붕’과 같거나 흡사함을 추찰하겠다.
그 의미에 대해서는 《說文》을 끌어다가 이르기를 “산이 무너지는 것이다. 山이 뜻, 朋이 소리인 형성자이다[山壞也,从山朋聲]”고 했으며, 《玉篇》을 끌어다가는 “훼손한다는 뜻이다[毀也]”고 했다.
나아가 《禮·曲禮·註》에서 형병郉昺이 한 말을 끌어다가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붕이라 한다[自上墜下曰崩]고 했다.
이 글자를 쓴 전고로는 《詩·小雅》에 보이는 말, 다시 말해 “남산과 같이 장수할지니 이지러지도 말며 무너지지도 말지어다(如南山之壽,不騫不崩)”를 드는가 하면, 《春秋·僖十四年》에 보이는 “가을 8월 신묘일에 사록이 붕괴했다(秋八月辛卯,沙鹿崩)는 예문을 들었으니, 이에 대한 《註》에서는 ”사록은 산 이름이다(沙鹿,山名)고 했다.
나아가 《강희자전》은 이 崩에는 “또한 조락한다(又殂落也)”는 뜻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그런 실례로는 《穀梁傳·隱三年》 조에 보이는 “(죽음을) 높여서 崩이라 하고, 그 뜻을 깊게 해서도 崩이라 하며, 존숭하여 崩이라 한다(高曰崩,厚曰崩,尊曰崩)는 어구를 들었다.
기타 崩은 명사로써 성씨에도 쓰임을 들었지만 이는 논외로 친다.
이에 모든 한자 자전의 조종祖宗 혹은 남상濫觴을 이루는 《설문해자》를 다시금 볼지면 저 풀이와 같은 어구가 보이면서 朋 왼편에 ‘阝’를 부수자로 붙인 글자를 소개하면서 이르기를 이것이 古文의 崩이라는 말을 덧붙인 대목을 본다.
단옥재가 《설문해자》 전체를 주석하면서 해당 글자에 설명하기를 “산이 무너지는 것이다. 그것을 인신하여 천자의 죽음을 일컫는데 사용한다. 山과 朋을 이용한 형성자이다. 음은 方과 騰의 반절이다.(山壞也。引伸之天子死曰。从山。朋聲。方滕切)”고 했다.
이로 보아 崩이라는 글자는 그 근원이 산처럼 서 있는 것이 무너져 내린다는 뜻이요, 그에서 引伸하여 사람의 죽음을 지칭하는 데도 썼으며, 특히나 천자와 같은 존귀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의 그것을 지칭하는 뜻으로 썼음을 알 수 있다.
諸葛亮의 그 유명한 《出師表》를 보면 “그런 까닭에 선제先帝께서 崩하심에 이르러 신에게 큰일을 맡기셨습니다(故臨崩寄臣以大事也)는 말이 보이거니와 이에서 천자의 죽음을 崩이라 표현했음을 볼 수 있다.
이중에서도 천자의 죽음을 崩이라 한다는 것은 그 근원이 《禮記》 曲禮下에 보이는 다음 구절, 곧 “천자의 죽음은 崩이라 하고 제후의 죽음은 훙薨이라 하며 대부가 죽는 것은 卒이라 하며 士가 죽으면 불록이라 하고, 서인이 죽으면 死라 한다(天子死曰崩,诸侯死曰薨,大夫死曰卒,士曰不禄,庶人曰死)이니, 이것이 절대의 보루다.
한데 우리가 과연 물어야 할 것은 이런 선언이 과연 그대로 실제에 통용했는가 하는 점이다. 과연 崩은 천자 혹은 그에 준하는 최고 권력자만이 독점한 특권어였는가? 이를 우리는 점검해야 한다.
그에 앞서 하나 지적해야 할 것은 그렇다면 山은 무너지는 것을 崩이라 하는데 사람은 왜 굳이 천자만이 독점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불만이 대두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불만 혹은 의문은 뒤에서 살피겠지만, 이미 일찌감치 제기되어 실제 그 ‘반란’이 곳곳에서 일어난다.
그 반란의 양상을 보면 설혹 무령왕의 죽음을 백제인들이 崩이라 표현했다 해서 무령왕을 중국의 천자에 버금가는 존재로 여겼는가는 별개 문제로 대두한다.
이 글자를 토대로 하는 자주 국가, 주체 왕조 백제의 신화를 나는 여지없이 붕괴할 것이다. (2016. 6. 8)
崩이라는 말, 그것을 둘러싼 과한 욕망
崩이라는 말, 그것을 둘러싼 과한 욕망
이걸로 너무 많은 이야기가, 너무 그럴 듯하게 통용한다. 이르기를 같은 죽음인데도 이 글자를 쓰면 그 국가는 제국을, 더 구체로는 중국의 천자국과 같은 국가를 지향했다 한다. 예컨대 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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