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장소 찾기는 내비게이션 발명으로 혁명을 맞았으니
줄리엣 하우스도 구글맵 하나로 금새 찾는 시대라 새삼 구글에 감사한다.
베로나 아레나 뒤로하고선 듬성듬성 주변 풍광 구경하며 이윽고
줄리엣의 집
Casa di Giulietta
https://maps.app.goo.gl/vvYusoF98QcLdEqJ8
저 카자 디 줄리에타는 비좁은 골목길 한 켠에 자리했으니
솔까 줄리엣 자체가 실존 인물이 아닌데 무슨 줄리엣 하우스이겠는가마는
셰익스피어는 저 로미오와 줄리엣 희곡 배경으로 느닷없이 이탈리아 베로나Verona 공국을 끌고 왔으니
이곳 터줏대감으로 이 공동체를 쥐락펴락하는 두 가문을 설정했으니
하나가 몬테규Montague 家요 다른 하나가 캐퓰릿 가라
문제는 불구대천 원수였다.
내가 헷갈리는지 자신이 없지만 로미오라는 청년은 몬테규, 줄리엣이라는 청녀는 캐퓰릿 가문 규수다.
그 이야기 전개야 다 아는 내용이니 신기하게도 베로나에는 캐퓰릿 가문이 실제한 모양이고
그 가문 종가 흔적이라 할 만한 것이 있었던 모양이라 이를 근거로 한 줄리엣 하우스 실제가 19세기 무렵에 만들어진 모양이다.
이럴 때 그것이 얼마나 역사성을 구비했느냐 하는 따위 논쟁은 진부하기 짝이 없다.
관광과 결합한 신화는 계속 커지기 마련이며 설혹 그것이 완전한 허구로 밝혀진다 해서 사람들이 그 때문에 그곳을 외면하는가?
천만에.
그럴수록 더 성업이다.
신을 파는 종교 봐라.
지점에 가까이지려니 이런저런 사람들이 사진 찍는 모습을 보니 예가 거긴갑다 했으니 팻말이 보인다.
골목길 바로 사오층? 삼사층 되는 옆 건물인 줄 알고 두어 장 사진 박았는데 웬걸?
그 벽면 뚫린 통로 지나니 마당 같은 데가 나타나고 사람이 바글바글 예가 바로 줄리엣 하우스라 하고
마당 한 켠에는 언제 만들었는지 모를 줄리엣 청동상 하나가 있는지라
다들 그를 끼고 한 명씩 기념사진을 박아대는데
보니 상은 가슴 부분만 매끌매끌이라 왜 그런지는 금새 밝혀졌는데
남자는 물론이요 여자들까지 줄리엣 찌찌를 손으로 만지는 폼새로 기념 촬영을 하는 것 아닌가?
그러면 복이 온다는 속설이라도 있는 듯했다. 두 찌찌 중에서도 유독 오른쪽 찌찌 점탈 현상이 두드러졌다.
하긴 엄마 찌찌 그립지 않은 사람 얼마나 될까만 그렇다고 요새 기준 줄리엣은 중고교생일 텐데
그 모습 보며 웃고 말았으나 영 보기는 그랬다고 말해둔다.
보니 그 건물 삼층인가 2층인가에 발코니가 있어 아마도 그것을 줄리엣이 아래 마당에 있는 로미오랑 사랑의 말을 쏙닥이는 장면과 오버랩하지 않나 싶은데
그러고 보니 저 희곡 제대로 읽은 적은 수십년 전 대학시절 셰익스피어 희곡 시간에 강독한 일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닌가 한다.
저 작품은 셰익스피어 비극 중에서도 실은 높게 치지 않지만 가장 높은 대중성을 확보했기에 무수한 드라마 영화로 부활하고 기타 대중가요에도 인용되면서 신화로 치고 올라간다.
셰익스피어는 명구 제조기라 아마 저 작품 아닌가 하는데
It burns so quickly like woman's love 라는 말은 지금도 뇌리에 남아
나 또한 자주 써먹지만
저가 연상하는 담배, 그리고 성차별 운운이 화두가 되면서 쓰기도 힘들어진다.
셰익스피어 시대 이탈리아가 그를 만난 건 축복이다.
도시 전체가 셰익스피어로 먹고 사니 말이다.
죽은 그를 끄집어 내어 김천을 배경으로 삼은 희곡 하나 부탁하고 싶다.
셰익스피어, 그리고 로미오앤줄리엣과의 만남은 그렇게 일단락했다.
집안은 박물관화해 있었지만 밖에서 본 것만으로 내가 소기한 목적은 달성했으므로 이내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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