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세대엔 볼로냐대학 하면 그 어떤 로망이 있다.
중고교 시간 세계사 수업을 통해 세계 최초 대학이라 배웠으며 그 이후에 보니 파리대학 역시 연원이 만만찮아 둘이 일등 다툼한다는 말도 들었다.
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데가 영국 옥스브리지다.
난 캠브리지는 못 가 봤지만 옥스퍼드 가서는 그 켜켜한 세월의 묵직함을 간직한 고빌딩들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었으며
사대주의라 해도 어쩔 수 없는데 그래 같은 강의하고 같은 강의 들어도 이런 데서 하면 디그너티가 훵씬 더 생기겠다는 막연한 생각도 해봤다.
그래서 유럽 오래된 대학이라면 자고로 이러해야 한다는 모델? 그런 모습이 있다.
코로나 직전 찾은 아일랜드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 역시 옥스퍼드인가 캠브리지인가 단과대로 시작했으니 특히 그 long room 도서관이 위압감을 주었고
파리에선 들어가보진 못했으나 콜러쥬 드 프랑스 앞에서 기가 죽었다.
문제는 그 본산 격인 볼로냐대학.
내가 이전 이태리 방문에서 굳이 볼로냐를 찾은 이유는 오직 단 하나 일념 때문이었으니 볼로냐대학을 본다는 들뜬 꿈 딱 하나였다.
그래서 찾아갔다.
정문이라도 있을 줄 알았더니 이건 뭐 천지사방 연립주택 같은 신식 건물만 좌르르하고 고색창연?그 딴 건 눈꼽만큼도 없고
아무튼 그 위상에 걸맞는 풍모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어 대실망을 했다.
작년엔 그 연원이 역시나 저만큼 깊은 로마 사피엔자대학을 부러 찾아갔다.
하도 역사가 깊다 하니 적어도 베드로 대성당 같은 고풍스런 건물이 즐비할 줄 알았더니 웬걸?
볼로냐대학보다는 그나마 나았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이라 정문 비슷한 데가 있는 점이 다르기는 했지만 피장파장 똥끼나밑끼나였다.
세상은 일등을 기억하지 이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파도바대학. 볼로냐에 이은 두 번째 대학으로 설립연도가 1225년인가 그렇지만 누가 기억하는가?
각설하고 이 대학도 캠퍼스 꼬라지는 마찬가지라 갈릴레오 강의실과 최초의 해부학교실로 쓴 팔라초 보 Palazzo Bo가 남았다지만
코딱지 만한 그 뿐이라 캠퍼스는 천지사방 흩어져 어디가 마굿간인지조차 모르게 생겨먹었다.
그래도 우리가 연원이 깊은 대학이라면 기대하는 그 무엇이 있다.
한국대학이야 연원이 짧다지만 그래도 백년 넘긴 연고대와 이화여대 보면 적어도 본관과 그 부속 건물들은 제법 똥폼이 나는 법이다.
돌아다닌 데가 몇 군데 되지 않아 자신은 없으니 적어도 이태리 오래된 대학들은
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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