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저 하버드 중국사 시리즈가 유명하기는 하다.
다 살핀 것은 아니나 몇 종 통독하니, 하나하나 주옥을 방불하는 명작이더라.
무엇보다 저 시리즈는 아주 전문적인 학술서임에도 그렇기에 읽기 어렵다거나 부담을 주는 그런 책이 아니다.
읽어내려갈수록 빨려들어가는 그런 느낌이 있다.
나는 매양 가장 학술적인 글이 가장 대중적이라는 말을 쓰는데, 그에 딱 맞는 시리즈가 바로 저 하버드 중국사 시리즈다.
그렇다면 하버드이기에 저런 책이 가능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우연히 그런 책이 하버드중국사 시리즈로 나왔을 뿐이다.
그건 저 시리즈를 기획한 출판사와 그 편집책임자 힘이라고 본다.
그런 의지 노력만 있다면, 하버드대학보다 훨씬 수준 떨어지는 대학, 혹은 그런 출판사에서도 가능하다.
나 역시 저런 출판기획이라는 것을 몇 번 해 보았으나
문제는 역시 저자 역량이다. 저자가 전문성을 갖추고 무엇보다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이 있으면 저런 시리즈 생각보다는 만들기 쉽다.
다음으로 출판사 역량.
출판사는 이럴 때 자금력보다는 인내력이 중요한데, 거의 모든 출판사가 저런 시리즈 하다가 이내 중단하고 만다.
무엇보다 수지타산 때문일 것이며, 나아가 성과(곧 돈)가 바로바로 나야 하는데, 어디 우리 출판사정이 그렇게 좋은가?
물론 저와 비슷한 시리즈가 국내 출판가에서도 드물지 않다.
하지만 그 내력을 살피면 거의 다 박사학위 논문이라든가 논문집 형태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박사학위 논문이라서 문제라는 뜻이 아니라, 학위 논문 그 특유한 딱딱함을 단행본화하면서 저자와 편집자가 모조리 뜯어고쳐야 하는데, 이 일이 어찌 쉽겠는가?
무엇보다 이 경우 저자는 단행본 초짜인 경우가 많아 글쓰기 능력에 한계를 노정할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편집자가 뜯어고치자니 그 분야 전문성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논문집 역시 단행본화하면서 다 뜯어고쳐야 하지만 그런 일은 거의 못 봤다.
무엇보다 저자 출판사 역량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본다.
결국 나 역시 내가 손댄 시리즈는 처음에는 시리즈를 표방했지만, 개별 단행본 형태로 몇 종이 선보이고는 이내 흐지부지하고 말았다.
혹 지금 기회가 닿는다면 진짜 제대로 한 번 해 봤으면 싶은데,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냥 막연한 바람일 뿐이다.
그건 그렇고 같은 책이라도 하버드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이런 이름이 붙으면 더 있어 보이는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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