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멍..타오르는 불을 멍하니 보는 이른바 불 멍때리기를 저리 부르는 것으로 알거니와
이것이 요새는 아예 문화상품이 되는 시대인갑다.
이번 설 연휴 막내누님이 사위랑 조카딸 그리고 38개월째 접어드는 꼬맹이를 데리고 김천으로 행차했거니와
이 손주놈 노는 꼴이 가관이라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이제 겨우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놈이 불멍을 좋아한다 해서
마당에서 장작불 피워놓고선 개똥폼 잡고선 제법 불멍하는 폼새를 내는데 웃겨 죽는 줄 알았다.
보니 불멍 상품이라 해서 그런 것도 파는 모양이라
참나무 아닌가 싶은 장작 세트에다 불피우는 화로 세트를 묶어파는 모양이다.
사위놈 불피우는 꼴을 보니 가관이라 할 수 없이 내가 피웠다.
장작을 이리 소비하니 참말로 알다가도 모를 세상이라
종래 장작불이라면 나무 물기가 쏵 빠진 이 무렵 겨울철에 산을 올라 베어서는 지게에다 그 무거운 둥구리를 해다 나르고선
그것을 다시 잘라 도끼로 패고선 쇠죽 끓이고 밥하는 용도로 썼으니
그런 경험들이 너무나 오롯한 나한테는 참말로 요상하게도 보인다.
내가 한창 아버지 꽁무니 따라 나무하는 일을 배우고 또 이후에는 독립해서 혼자서 나무를 해다 나른 일들이 주마등 같이 필름 롤마냥 돌아간다.
그 장작불빛 물끄러미 바라보며 지가 무슨 생각이 있을까마는 꼴에 고글이라 낀 그 안쪽으로 활활 타오르는 불길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아버지 엄마는 그런 간난을 거치며 살아왔고 나 역시 생업으로서의 나무하기와 장작불때기 끄터머리를 겪은 세대다.
그 험난 간난이 이제는 취미가 된 시대요 더구나 그것을 즐감하는 세대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애들로 내려왔다.
누구에게는 질긴 생존이었으나 누구에겐 여가 취미가 되는 시대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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