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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싱글맘을 자처한 만명, 계림을 탈출하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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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진천 태령산. 저 화살표 지점이 김유신 태실이 있는 곳이다.

 
충북 진천은 신라시대 중기에는 만노군萬弩郡이라 일컬었다. 

신라 진평왕 시절, 계림을 흔든 일대 러브 스캔들 당사자 중 한 쪽인 김서현金舒玄은 총망받는 동량이었지만, 진평왕 엄마로 시퍼렇게 살아 아들을 왕위에 앉혀놓고선 신라를 주무른 태후 만호萬呼한테 찍힌다. 

서현이 만호의 딸 만명萬明과 놀아났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서현과 만명은 혈통이 달랐다.

내가 어느 쪽인지 까먹었는데, 모계로만 따지는 이 혈통이 당시 왕비는 다 말아먹었으니,

한쪽이 지금의 경북 의성 지방에 뿌리를 둔 조문국에 뿌리박는 진골정통眞骨正統이요, 다른 쪽은 왜 왕실에서 비롯하는 대원신통大元神統이라 두 인통姻統은 통합이 불가능했다. 

저 새끼 가만 안 두겠다 엄마가 야마가 돌아버리자, 진평이 조용히 나서서 중재를 한다. 

"엄마 쫌만 기달리 주여. 내가 잘 알아서 할낀께. 아 쫌!."

며칠 뒤 해결책이라 해서 아들 진평이 엄마 만호한테 틱 하니 던졌다. 

그에는 새로운 인사 명단이 들어 있었는데 이런 대목이 있었다. 

서현...만노군 태수에 봉함

그렇다고 둘 다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고 엄마는 "니 맘대로 해레이" 하며 못 본 척 했다. 

진평은 만명이랑은 아부지는 달랐지만 엄마는 같은 오누이였다.

하도 엄마한테 후대끼니 동생이 안 되어 보여 할 수 없이 이런 중재안을 마련한 것이다.

그렇다고 꼰대 엄마가 이대로 안심할 리는 없는 법. 

딸내미를 잘 지키레이 하고서는 실상 격리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미 남자에 맛이 간 과년한 여인네 또한 가만 당할 리 없는 법.

갖은 뇌물 동원하며 간수들을 구워 삶는 한편 소문도 냈다. 

"만명이가 서현이 아를 뱄데이. 배가 불룩불룩해여."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역사에는 두 가지 버전이 존재한다.

첫째 상상임신이었다. 간절히 아라도 생기면 엄마 노여움이 좀 풀리지 않을까 싶은 그런 욕망의 발로라는 말이 있다.

그런가 하면 그 반대편에서는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만명의 고육지책이었다는 말도 있다.

나는 후자를 일단 이에서는 따른다. 

좀이 쑤신 어느 야밤.

그믐달도 눈치챌라 노심초사 달빛 하나 없는 칠흑 같은 밤을 빌려 만명을 가두리 양식장 같은 집을 탈출한다.

미리 준비한 말을 타고선, 패물 반지가 될 만한 것들은 배낭 백에 챙기고선 유유히 어둠으로 사라졌다. 

믿을 만한 노비 한 놈만 데리고선, 길잡이 하라 하고선 표표히 사라졌다. 

다음날 아침, 보고를 받은 만호가 노발대발했다. 

하지만 엄마는 알았다.

이제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저러다 딸내미 죽고 말리란 걸 알았다. 

"사람들을 풀까여?"

"냅뚜레이. 것도 지 팔짠기라." 

미필적 고의에 의한 묵인 아래 도망친 만명은 서북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 짜슥 내가 이라는데 고새 딴년이랑 놀고있는건 아이겠제 설마? 어펑 가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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