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속한 일본어 강독반에서 택한 다음은 森崎和江라는 분이 쓴 "慶州は母の呼び声"라는 책이다.
필자는 해방전 식민지 조선에서 살던 일본인이라는데, 당시 조선에 나와 살던 일본인 시각에서 바라본 식민지 당시의 조선의 모습을 볼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P.S.) 사실 일본인이라도 한국에서 어린 시절부터 자랐다면 본토의 일본인과는 조선에 대한 정서가 달랐을 것이다.
남아프리카의 Afrikaner를 보면 네덜란드에서 이민 온 후 수 세대를 거치면서 완전히 현지화하여 자란 고향에 대한 정서가 강한 것을 보는데 이들이 정치적 불안에도 불구하고 남아프리카를 결코 떠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정서 때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람들에게는 남아프리카는 고향이지 외국이 아닌 것이다.
사실 이런 사람들 자신의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결국 많은 인종적 갈등이 현지화한 식민모국의 주민과 식민지 주민들 사이에서 발생하는것 역시 사실이다.
식민지 관리와 식민지 주민의 갈등은 매우 정치적인 부분이라 이런 부분의 갈등은 표면적으로 잘 드러나기는 하지만 뿌리 깊은 갈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보다는 사실 민간인인 이주민과 원주민 사이의 갈등. 이것이 수세대가 지나도 살아 남아 다툼의 불씨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북아일랜드, 구 소련 영토내의 러시아 이주민. 모두 다 이런 경우이다. 발칸반도에서 벌어졌던 인종청소도 모두 이러한 역사의 비극적 유산이 만들어낸 참극이다.
이 책의 저자도 일본이 30여년 만에 망하는 바람에 본국으로 철수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아마 수세대 흘러 내려갔다면 조선에서 태어나 살아간 일본인은 이곳에서 현지화하여 내 고향이 바로 여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생겨났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조선이 독립하는 상황이 되었더라도 이들의 추이는 사실 알 수 없다.
이 책의 필자가 조선에서의 기억을 고향에 대한 것으로 남기고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게 된 것은 결국 어찌 보면 30여년 만에 일본이 패망하여 철수한 탓이라고 아니할 수 없을 것 같다.
만약 그 이상 식민지 역사가 더 길어졌다면 한반도는 북아일랜드 처럼 갈등이 지금도 연소하는 장소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 편집자注 ***
필자가 소개한 저 책자 필자 삼기화강森崎和江 은 찾아보니 모리사키 가즈에もりさき かずえ라 읽고 1927年 4月 20日에 식민지 대구에서 나서 2022年 6月 15日 일본에서 몰했다니 거의 백수를 누렸다. 일본 시인이며 논픽션 작가이자 방송작가이기도 했단다.
책 제목 慶州は母の呼び声는 경주는 어머니의 부름? 이라는 정도로 직역 가능하지만, 본문과 문맥을 봐야 어떤 맥락인지가 비교적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을까 한다. 경주가 어머니라는 부름과 동일하다는 뜻인지, 아니면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인지 알 수가 없는데, 경주는 곧 나한테는 엄마라는 말을 들을 때 느끼는 그것과 같은 곳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엥? 검색하니 아래 기사가 보인다. 이 책은 이미 한국어 역본이 있는 듯하다.
https://www.tokyo-np.co.jp/article/80251
지금 검색해 보니 경주는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 라는 제목으로 글항아리에서 출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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