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해주 솔빈강 >
한시, 계절의 노래(79)
상강을 건너며(渡湘江)
당(唐) 두심언(杜審言) / 김영문 選譯評
해 긴 날 동산 숲에서
옛 놀던 때 슬퍼하니
올 봄 꽃과 새는
변방 시름 일으키네
도성에서 남쪽 유배
홀로 가련한 사람 되어
상강처럼 북쪽으로
흘러가지 못하네
遲日園林悲昔遊, 今春花鳥作邊愁. 獨憐京國人南竄, 不似湘江水北流.
이 시를 읽고 시성(詩聖) 두보(杜甫)의 대표작 「춘망(春望)」이나 「절구 2수(絶句二首)」를 떠올렸다면 이미 한시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다. 두보는 「절구 첫째 수」에서 “해 긴 날 강산은 아름다워라(遲日江山麗)”라 읊었고, 「절구 둘째 수」에서 “올 봄도 어느덧 또 지나가나니(今春看又過)”라고 읊었다. 두 구절이 이 시를 의식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둘째 구다. 송나라 사마광(司馬光)은 『속시화(續詩話)』에서 이 구절을 평하여 “꽃과 새는 평소에 우리가 기쁨을 느끼는 사물인데 오히려 꽃을 보고 흐느끼고, 새소리를 듣고 슬퍼한다(花鳥平時可娛之物, 見之而泣, 聞之而悲)”라고 했다. 두보의 「춘망」 함련(頷聯)이 바로 그렇다. “시절을 흐느끼며 꽃이 눈물 뿌리고, 이별을 원망하며 새가 화들짝 놀란다.(感時花濺淚, 恨別鳥驚心.)” 두보는 이 시의 모티브를 자기 것으로 소화하여 훨씬 구체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이 시의 마지막 두 구절도 놀랍다. 사람은 남쪽 먼 땅으로 귀양가는데, 상수 강물은 북쪽으로 흘러간다. 이보다 선명한 ‘대비의 미’가 있을까? 바로 이 시의 작자 두심언이 두보의 할아버지다. 두보의 할아버지가 그의 대표작을 읽는다면 손자의 명작을 대견해할까? 아니면 “이 놈아 베끼지 마라”라고 호통을 칠까?
'漢詩 & 漢文&漢文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멱라수 던진 굴월을 추억하며 (0) | 2018.06.19 |
---|---|
옛사람 보지 못하고 뒷사람도 볼 수 없네 (3) | 2018.06.17 |
동파가 바라본 여산 (0) | 2018.06.16 |
절치부심하며 권토중래를 꿈꾸노라 (1) | 2018.06.16 |
노니는 물고기 물끄러미 바라보노라니 (1) | 2018.06.1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