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 페이스북 포스팅이었는지는 내가 기억하지 못해 미안하며, 그리하여 그 출처를 밝히지 못함을 송구하게 생각한다.
그가 이르기를 근자 문화재위원회 궁릉문화재분과가 회의를 열어 어느 광고업체가 세종이 묻힌 여주 영릉을 배경으로 세종을 현창하려는 상업 광고를 촬영하려고 그 허가를 요청했지만, 신성성 훼손을 이유로 불허당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문화재청 홈페이지가 제공하는 문화재위원회 관련 회의록을 검출해 봤더니 이랬다고 한다.
제6차 궁능문화재분과 위원회 회의록
8. 여주 영릉과 영릉 내 광고영상 촬영
가. 제안사항
경기도 여주시 소재 사적 「여주 영릉과 영릉」 내 광고영상 촬영을 위하여 촬영허가 신청한 사항을 부의하오니 심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나. 제안사유
ㅇ다가오는 한글날에 ‘가히’(브랜드) 광고에 사용하기 위하여 여주 영릉(英陵) 능침을 배경으로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에 대한 감사 영상을 촬영하고자 신청한 사항임
다. 주요내용
(1) 신 청 인 : ㅇㅇㅇ
(2) 대상문화재명 : 여주 영릉(英陵)과 영릉(寧陵)(사적)
ㅇ 소 재 지 : 경기도 여주시 세종대왕면 왕대리 901-3 일원
ㅇ 지 정 일 : 1970. 5. 27.
(3) 신청내용 : 상업광고 촬영
ㅇ 촬영장소 : 여주 영릉(英陵) 능침 일원
ㅇ 촬영 주요 내용
- 촬영 일정: 2022. 8. 22.(월) 09:00 ∼ 11:00(2시간)
- 촬영 목적: 한글날을 기념하여 세종대왕께 감사하는 ‘가히’ 브랜드 홍보성 영상 촬영
- 촬영 내용: 세종대왕능침을 전반적으로 보여주며 그 앞을 모델이 지나가며, 능침을 바라보는 장면, 능침을 보고 세종대왕님을 떠올리고 그 감사함을 느끼는 따뜻한 장면 등을 촬영
(4) 신청인 의견
ㅇ ‘가히’ 브랜드는 본 촬영을 통해 한글날을 기념하여 세종대왕을 알리고, 가히 브랜드의 인지도를 넓히고자 함
라. 참고사항
(1) 검토의견(ㅇㅇㅇ)
ㅇ 상업적 목적을 갖고 일반관람객들의 출입이 제한되는 능침주변에서 모델과 함께 촬영하는 것은, 사적(여주 영릉과 영릉)의 보존·관리·활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므로 문화재위원회의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함
마. 의결사항
ㅇ 부결
- 조선왕릉의 능침 신성성 고려
ㅇ 의결정족사항: 출석 12명 / 부결 12명
예서 하나 고려할 점은 문화재위원회 회의록이라 하지만, 그 결정사항만 간단히 공개하기에 저에 이르는 과정에서 어떤 점들이 문제가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간단히 말해 딜링 심의 의결사항만 적었을 뿐이기에 저것만으로는 저와 같은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우리는 짐작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저 심의 내용을 보면서 우리는 이와 같은 의문을 제기한다.
첫째, 문화재청은 할 일이 그렇게 없어 저런 사항조차도 문화재위 심의에 부치는가?
둘째, 문화재청 공무원들이 얼마나 멍청하고 줏대가 없으면 저걸 자체로 결정하지 못하고 위원회에 떠넘긴다는 말인가?
셋째, 그런 까닭에 과연 저런 일이 문화재위 심의에 부칠 사안인가?
넷째, 그것이 성립한다면 궁릉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은 똥싸고 오줌싸러 가는 일도 문화재위 심의를 거쳐야 하는가?
내가 늘상 지적하지만, 문화재행정 문제가 바로 이에서 비롯하며, 저런 사안 하나를 통해 문화재청 문제가 무엇인지를 오롯이 엿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문화재위원회 권능을 규정한 문화재보호법을 보면 실상 저런 일들을 문화재위가 간여할 길을 열어놓았으니, 그것을 보면 심지어 문화재청 인사 예산까지도 문화재위가 간여할 수 있는 길을 터 놓았다.
하지만 문화재청장이 인사를 하면서 문화재위와 협의한 일은 단군조선 이래 없었다.
이 하나 사례를 보면, 문화재위 권한이라 하지만, 결국은 그것이 다루는 사안과 사루지 않는 사안은 관행과 직능 모두에 연관하는 유동하는 사안임을 단박에 안다.
덧붙여 문화재위가 신성성 훼손을 이유로 들어 광고촬영을 불허했다고 하는데, 이젠 문화재위 심의 의결도 저런 개떡 같은 추상 말고 구체여야 한다!!! 저게 뭐냐? 신성성 훼손이라니?
저 따위 망발을 일삼으니 문화재가 일반 시민사회와 더 괴리하는 것 아니겠는가?
묻는다. 광고 촬영이 무슨 신성성을 어떻게 훼손한다는 말인가?
그래 그 논리가 맞다 치자. 그러면 영릉 자체는 아주 특별한 경우, 예컨대 세종 탄신제례와 같은 제향 말고는 문을 꽁꽁 걸어잠궈야 한다. 설혹 상시 일반 개방을 한다 해도 그곳을 관광할 수는 없고 참배해야 하며, 그래서 홍살문에 들어설 적에 능침을 향해 모든 참배객은 대가리 쳐박고 왔음을 고해야 하며
그 능침 앞을 지날 때면 종종걸음으로 뒷걸음치듯 걸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것이 저네들이 말하는 신성성 아니겠는가?
무슨 저 따위 문화재 행정이 있단 말인가?
신성성 훼손이라면 예컨대 그 능침을 배경으로 광고 모델이 벌거벗고 춤을 춘다거나, 요염한 자태로 세종을 기롱 희롱할 우려가 있다는 그 정도 이유는 있어야지 않겠는가?
백 번 양보에서 그래 저 광고가 신성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치자. 그래 상업광고니깐 지네들이 돈 벌려 하는 짓이다. 그래서 신성한 세종을 팔아먹으려 하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 치자!
그렇다면 말이다. 저번 방탄소년단 경복궁 공연은 뭔가?
BTS는 모시지 못해 환장하고, 그리하여 마침 그네들이 경복궁에서 공연하고 싶다, 것도 기왕이면 효과가 더 큰 근정전이랑 경회루에서 공연하고 싶다 했을 적에 문화재청은 버선발로 뛰쳐나가면서
"아이고 어서옵셔 이제야 왕림하십니까?"
이리 읊조렸단 말인가?
도대체 기준이 뭐냐? 방탄은 되고 광고는 안 되는 기준이 뭐냔 말이다.
이 따위 썩어빠진 행정으로 무슨 문화재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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