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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Japanese Hackberry 가 된 팽나무, 식민지의 애환

by taeshik.kim 2022.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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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cha.go.kr) DB에서 팽나무를 검색하면 아래와 같은 천연기념물 지정명칭과 그에 대한 영문표기가 보인다.

천연기념물
예천 금남리 황목근(팽나무) (醴泉 琴南里 黃木根(팽나무))
Hwangmokgeun (Japanese Hackberry) in Geumnam-ri, Yecheon

천연기념물
제주 성읍리 느티나무 및 팽나무 군 (濟州 城邑里 느티나무 및 팽나무 群)
Population of Saw-leaf Zelkovas and Japanese Hackberries in Seongeup-ri, Jeju

천연기념물
함평 향교리 느티나무·팽나무·개서어나무 숲 (咸平 鄕校里 느티나무·팽나무·개서어나무 숲)
Forest of Saw-leaf Zelkovas, Japanese Hackberries, and Yeddo Hornbeams in Hyanggyo-ri, Hampyeong

천연기념물
무안 청천리 팽나무와 개서어나무 숲 (務安 淸川里 팽나무와 개서어나무 숲)
Forest of Japanese Hackberries and Yeddo Hornbeams in Cheongcheon-ri, Muan

천연기념물
고창 수동리 팽나무 (高敞 水東里 팽나무)
Japanese Hackberry of Sudong-ri, Gochang

천연기념물
보성 전일리 팽나무 숲 (寶城 全日里 팽나무 숲)
Forest of Japanese Hackberries in Jeonil-ri, Boseong

예천 금남리 황목근(팽나무) (2015년 촬영), 문화재청에서 전재



누가 한 번 이리 쓰니 자동 빵으로 갖다 붙인 것으로 생각되는데, 저 팽나무마다 보통 아래와 같은 설명이 보인다.

팽나무는 느릅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로 우리나라, 일본, 중국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의 남부 지방에서는 폭나무, 포구나무 등으로 불린다. 나무가 매우 크게 자라며 옛날부터 풍수지리설에 따라 마을의 기운이 약한 곳을 보태주는 비보림이나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을 만드는데 많이 심어졌다.

이를 통해 우리가 보는 팽나무는 느릅나무과에 속하며, 주된 분포지는 한국과 중국 일본 동아시아라 한다. 주로 비보림이나 방품림으로 애용했다 하니, 이것이 우리가 보는 팽나무랑 일맥상통한다.

문제는 재수없게 이런 팽나무를 영어로 Japanese Hackberry라 부른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수종에 속하는 나무가 일본에 분포하기는 하나, 그렇다고 일본에만 자생하는 것도 아닌데 왜 Japanese Hackberry란 말인가?

저 팽나무를 저리 부르는 까닭은 분포지 중 하나가 일본열도이며, 그것이 넓은 의미에서 Hackberry로 분류되는 까닭일 것이다. 이 핵베리 여러 종류 중 하나가 팽나무인 것이다.

어디 그런 데가 한두 군데이겠냐마는 이 또한 식민지배라는 잔영이 어른한다. 저리 부른 이유야 보나마나 제국주의 일본 시대에 일본 식물학자가 처음으로 그리 세계 식물학계에 보고했기 때문일 것이다.

저 Japanese Hackberry를 추적하니, 저런 영어 명칭 토대가 된 이름을 부여한 이가 고이즈미 겐이치, 소천원일小泉源一이라 한다. 영어로는 Gen-ichi Koidzumi 라 표기하며, 1883년 11월 1일에 태어나 1953년 12월 21일에 타계한 식물학자라 한다.

그가 집중적으로 일본열도를 필두로 하는 동북아 자생 식물들을 세계에 보고한 모양이라, 린네 이래 식물종은 라틴어로 부여하기 마련이라, 그가 팽나무에 부여한 학명 Binomial name이 Celtis jessoensis 라 한다.

이 셀티스 혹은 켈티스 Celtis 가 틀림없이 hackberry에 해당하는 말일 것이요 예소엔시스 jessoensis가 Japanese의 뿌리가 된다 한다.

일본에 나중에 편입된 홋카이도를 이전에 에조 Ezo, 혹은 예조 Yezo, 혹은 예소 Yeso, 혹은 옛소Yesso라 했으니, jessoensis라는 말은 바로 그 홋카이도 옛 이름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홋카이도가 결국 일본 열도 일부가 되니, 그리하여 Celtis jessoensis 라는 팽나무는 Japanese hackberry 혹은 예소 핵베리 Jesso hackberry 라는 번역으로 영어권에 소개되기에 이른다.

더구나 저 팽나무가 세계 식물학계에 보고될 당시 조선은 대일본제국 일부였으니, 무슨 코리언이나 Joseon과 같은 수식이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못난 조상을 탓할 수밖에 없으리라.

제주 성읍리 느티나무 및 팽나무 군. 문화재청에서 전재


나는 저와 같은 식물 분류에 붙는 japanese라는 경멸한다. 그것이 식물학적인 학술논문 같은 데서야 그네들끼리 약속이니 따라 주겠지만, 내가 미쳤다고 뉴스 보도에까지 재퍼니즈를 운운해야 한단 말인가?

저와 같은 일에 직면할 적에, 내가 그걸 미리 알아차리면 내가 애용하는 방식은 아예 japanese라는 말을 빼고 hackberry라고 하거나 혹은 그것이 서구권에서는 생소하면서도 한반도에서 자라는 식물이니 Korean이라는 말로 바꾸어 버린다.

왜 한반도에서 자생하는 팽나무가 일본열도 팽나무여야 하는가? 나는 문화재 지정 명칭이 식물학과는 다르다고 본다. 왜 한반도 팽나무에다가 재퍼니즈라는 말을 붙인단 말인가?

나무에 국적이 있을 리 만무하다지만, 그것이 자라는 지점을 기준으로 한다면 그것이 제아무리 세계 식물학계에는 저리 보고되었다고 해도 korean으로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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