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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개나 소나 떠들던 근왕양이勤王攘夷

by 초야잠필 2024.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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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탈번 낭인 중에는 사카모토 료마처럼 있는 집 자식은 많지 않았다. 특히 가독을 상속해야 하는 장자는 탈번자가 거의 없다. 당연하지 않은가. 먹고 살 게 있는데.



메이지유신 전야에 근왕양이勤王攘夷[존왕양이尊王攘夷라고도 한다]는 하나의 유행이었다. 

시바료타료司馬遼太郎[1923~1996] 소설을 보면 근왕양이의 열풍에 들뜬 젊은이들이 너도 나도 탈번脫藩하여 쿄토로 상경하는 모습을 자못 감동스런 필체로 묘사하는데 이와는 다른 장면을 전하는 책도 있다. 

근왕양이는 그냥 구실이고 사실 실상은 막말幕末이 되면 하층 사무라이들은 녹봉으로 도저히 연명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먹고 살 수가 없어 탈번하는 자가 수두룩했다는 말이다. 

이렇게 탈번한 이들은 우리나라 70년대 무작정 상경하듯이 쿄토로 향하고 이들이 모여 근왕양이를 부르짖으며 나대기 시작하니 치안이 불안해져 동원된 무력조직이 바로 신센구미新選組다. 

웃기는 건 이렇게 동원된 신센구미도 탈번 낭인 浪人부랑자 조직이었다는 점이다. 

막말의 쿄토는 빈민층으로 전락해 가는 하급 사무라이들이 막부를 타도하자는 토막파討幕派와 막부를 옹호하는 좌막파佐幕派로 나뉘어 칼부림하고 서로 베는 상황이었다 하겠다. 

일본 에니메이션을 보면 막말을 그린 드라마에서 폼나는 "지사"와 "검객"이 난무하는데 실제로는 입으로 근왕양이를 외치는 반 거지 상태의 탈번자들이 돈을 주는 쪽에 붙어 칼부림을 하고 있었던 것이 실상에 더욱 가까왔다 하겠다. 

물론 사쓰마薩摩나 조슈長州처럼 번藩 자체가 토막으로 움직였던 경우는 또 다르지만 막말의 탈번 낭인을 대단한 지사로 묘사하는 것-. 

진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을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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