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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건준 여운형, 정체불명의 여론조사로 쓴 역사

by 초야잠필 2023.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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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몽양기념관이 전시 중인 패널 중에는 필자가 말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걸려 있다. 출처를 밝히지 않는다.

 

필자의 대학 시절은 '해방전후사의 인식'의 시대다.

이 책은 대학 입학과 함께 거의 대부분의 대학생이 보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해방전후사의 인식은 70년대, 이영희의 (필자는 이영희라 쓴다. 리승만이라 쓰지 않는것과 같은 이치이다) 전환시대의 논리의 바톤을 이어받은 책이라 할수 있는데,

이영희의 책이 중국의 예로 냉전시대를 재규정하려 했다면 '해전사'는 한국사, 특히 한국전쟁 발발 이전의 역사를 도마에 올려 재단하려 했던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어쨌건 한국사회에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는데, 

자세히 보면 문제가 없다 할 수 없다. 

양평 몽양기념관



책에서 다른 논리의 대부분은 훨씬 면밀한 검증을 거쳐야 했음에도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내용들로 서둘러 결론을 끌어낸 부분도 많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제대로 읽어가면 예리한 독자의 비판이 그다지 어려운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 할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내용 중에 필자가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건준 여운형의 해방전 위상에 대해 한 여론조사의 결과를 인용한 것이었다. 


1945년 12월에 발간된 잡지 선구(先驅)이다.

45~51페이지에 정치 지도자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있다.

여론 조사는 1945년 10월 10일부터 11월 9일까지 실시되었다.

""가장 역랑이 뛰어나고 양심적인 정치가""라는 주제로 실시된 국내 제1호 여론 조사 결과는 

""여운형 33%, 이승만 21%, 김구 18%, 박헌영 16%, 이관술 12%, 김일성 9%, 최현배 7%, 김규식 6%, 서재필 5%, 홍남표 5%""로 나와 있다.

 

몽양 여운형



'해전사'는 대략 이런 내용의 글을 싣고는 여운형이 해방전후 국면에서 가장 유력한 정치인이었다는 주장했는데, 

이 여론조사는 지금도 여기저기 많은 글과 온라인에 카피되어 돌아다니고 있다. 

이걸 보면 여운형이 해방 전후에 가장 유력한 정치인인것 같지만,

도대체 누구를 대상으로 조사했는지도 불분명하고 어떻게 조사했는지도 확실치 않은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한다는 점에서 쉽게 믿을 수 없는 근거다. 

 

이 양반 스포츠광이었다.



여운형이 정말 해방정국에서 이승만, 김구, 김일성보다 유력했을까? 

12월이면 이미 대부분의 독립운동가들이 귀국하여 활동하던 시기라, 

신뢰할 수 없는 결과라 할 것이다. 

여론조사라는 것이 지금도 별의 별 품질의 결과가 다 있는데, 

해방이후 잡지사 여론조사..이런 건 적어도 학술논문에서는 진지하게 논의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일단 이 잡지는 중도적 입장으로 보기 어려운 가장 문제가.

이 여론조사가 실린 호의 권두언이 '민족통일전선에서 서로 촉진하자'라는 점이다. 

생각해 볼 부분이 많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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