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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골프공인 줄 알았더니 총알이..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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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으로 날아온 총탄…총알 머리에 박힌 캐디 응급 수술 | 연합뉴스

골프장으로 날아온 총탄…총알 머리에 박힌 캐디 응급 수술, 김경인기자, 사건사고뉴스 (송고시간 2020-04-24 21:36)

www.yna.co.kr

 

그 옛날 개념이 없던 시대엔 이런 일을 토픽으로 다루었을 지도 모른다. 마루 땡땡이라 해서 언론에서 쓰던 기사 양식 중 하나인데 ○...이라는 부호로 도입부를 삼아, 예컨대 이 사건은 골프장 캐디가 골프공에 맞아 병원에 옮겼다가 나중에 보니 총알이 박혔더라 하는 그런 식으로 다루는 기사 말이다. 

 

말 나온 김에 이 마루땡땡 기사가 언젠가부터 언론계, 특히 신문이나 방송에서 슬그머니 자최를 감추고 말았는데...

 

암튼 이 사건은 자칫하면 인명까지 앗아갈 뻔한 일이었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어느 사건보다 크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저리 끝나고 말았으니망정이이라 해얄까? 

 

파주 혜음원지. 주변에 군부대 사격장이 있다. 

 

이 사건을 접하면서, 언뜻 떠오른 고고학 발굴현장이 있는데 파주 혜음원지坡州惠蔭院址라 일컫는 고려시대 고속도로 휴게소 유적이다. 한양과 개성을 오가는 산길 길목에 위치하는 유적으로, 그 시대는 대개 이런 목 좋은 데 절을 겸한 숙박시설이 자리를 잡았거니와, 경부고속도로 소백산맥 길목을 차지한 김천 추풍령휴게소라고 보면 딱 대과가 없다. 

 

이 혜음원지는 10년 가까운 연차발굴을 벌여 그 성격이 어느 정도 드러났거니와, 발굴은 단국대 매장문화재연구소라는 데서 시작해서 나중에는 이쪽 연구소 사람들이 독립해서 차린 매장문화재 발굴조사기관인 한백문화재연구원이라는 데서 집중적인 조사를 벌였다. 

 

한데 이 혜음원지 인근에는 사격장이 있어, 발굴하는 시간에도 사격연습하는 총소리가 난무했다. 물론 그 시간이면 발굴현장으로 경고장이 날아들기는 했다. 내가 현장을 방문했을 적에도 총소리가 난무했으니, 그때야 아이고! 무슨 이런 현장이 있노 하고 치웠지만, 저 담양 골프장에서 일어난 사건을 보니, 실은 아찔하다. 

 

파주 혜음원지. 주변에 군부대 사격장이 있다. 

 

이것과 별개로 발굴현장, 특히 산성이나 보루 같은 옛날 군사시설을 발굴하다 보면, 한국전쟁기 무렵 수류탄이나 탄피 같은 유물이 심심찮게 출토하거니와, 이건 그때나 지금이나 군사적 요충성을 지닌 지형은 마찬가지라, 보통 전통시대에 군사시설로 활용한 곳은 현대에 와서도 군사시설로 사용하는 일이 압도적이다. 

 

이런 데서는 탄피가 수수룩하게 쏟아지기도 하는데, 수류탄 발굴현장도 내가 두어번 마주했다. 그 시절 제아무리 경향이 없어도 그렇지, 이런 건 좀 거둬가주시지 말이야. 수류탄이나 대부분 삭아 제기능을 상실해서 다행히 현재까진 그런 발굴현장에서 안전사고 소식은 없지만, 이렇게 가다간 지뢰 발굴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6.25 전사유해자 발굴. 각종 폭발성 무기류도 출토하기도 한다. 

 

20년 전쯤인가? 그때 철원 궁예도성을 들어갈 일이 있었는데, 들어가는 중간에 풍납토성에서 일이 터졌다는 긴급 호출을 받고는 서울로 복귀해 그 현장을 밟지 못했지만, 들어가기 전 군부대서 안전교육을 받았고 발목지뢰 보호 장비를 착용했던 일이 떠오른다. 

 

요새 다시 냉전 기운으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해서 아쉬움이 크긴 하지만, 비무장지대를 중심으로 점점 더 문화재발굴조사가 많아지는 시점이다. 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 더구나 총알이 날아든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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