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수 단장을 앞세워 프로야구단 프론트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이제는 쓰임을 다했다는 구단을 매각도 아닌 해체라는 방식으로 없애버리려는 구단 모기업에 맞서 백승수가 적절한 매입자를 찾아 살리는 줄거리로 대단원을 끌고 간다.
이 과정에서 백승수는 희생되며 백수가 된다.
새로운 구단주는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게임업계 신흥강자로 아주 젊다.
겉으로는 야구단에 관심없는 척 하는 그를 휘어잡고자 백승수는 이 젊은 구단주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다. 나는 이 장면이야말로 이 드라마의 백미로 간주하거니와 이 구단주가 애초 기업을 시작할 때 품은 꿈을 정면으로 건딜었다.
많은 이야기가 생략됐지만 그 구단주는 불알 친구 둘과 함께 셋이서 의기투합해 사업을 시작했다.
그래서 성공했다. 떼돈도 벌었고 이제는 프로야구단까지 매입해도 되는 날이 왔다.
하지만 얻은 것은 돈 뿐이었고, 그렇게 성공이라는 돈을 향해 달리다가 그는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꿈을 잃어버렸고 무엇보다 친구들과 갈라선 채 혼자만 남았다.
그 성공을 위해 그렇게 너 없이는 못 산다는 친구들과 척이 져서 원수가 되고 축출해 버렸다.
백승수는 묻는다.
그 친구들은 다 어디 있는가?
그러고선 야구단을 운영하고 싶다는 그 옛날 구단주의 말을 끄집어낸다.
내가 저 드라마를 보면서 실은 띵한 대목이 바로 저 말이었다.
친구들은 어디 있는가?
그것이 친구가 되건 반려가 되건 애인이 되건 너 없인 한순간도 살 수 없다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또 그렇게 해서 끝까지 간 사람이 몇이나 되던가?
멀리 볼 것 없다. 나를 보며 나를 반추하면 된다.
그래서 나온 말이 친구랑은 돈거래하지 말며 애인이랑은 동업을 하지 말란 소리 아니겠는가?
하지만 덤한 사람한테도 더머한 동행이 있으면 위로나 안심이 되듯이 결코 혼자 갈 수는 없는 숙명이 사람한테는 있다.
그렇다고 그 관계가 또 어찌 한결 같을 수만 있겠는가?
혹 아는가?
나누며 토로하며 격정하며 주먹다짐하다 그렇게 또 더 굳건해질지 말이다.
내가 보건대 모든 비극은 아주 사소한 데서 비롯한다. 서운함이 분노가 되고 분노는 경멸을 낳고 경멸은 증오가 된다.
그렇게 해서 그렇게 죽자사자한 관계는 마침내 파국을 빚는다.
인생은 비극이라는 말, 그래서 한 치 어긋남이 없다.
#스토브리그 #친구 #관계 #파국 #파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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