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임금이나 지방관이 집중으로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는 시기는 장마 직전이다.
그래서 기우제는 실패한 적이 없는 퍼포먼스다.
우스운 것은 곧이어 폭우가 쏟아지니 기청제祈晴祭를 지낸다는 사실이다.
(2015.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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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기호철 선생은 언제나 기우제를 비가 올 때까지 지내므로 실패할 수가 없다고 정의하곤 하거니와, 같은 맥락이다.
저에 얽힌 대표적 한국사 일화로는 태종우太宗雨라는 것이 있어, 왕위를 찬탈한 이방원이가 하도 전국적인 가뭄이 드니 본인이 직접 소복을 입고서는 비가 오길 졸라 빌었더니 마침내 그에 하늘이 응해 폭우를 내려주었다는 고사에서 비롯한다.
본래 정통성이 없거나 약한 왕일수록 저런 쇼를 통해 내가 왜 왕이 되어야 하는지 논거를 만들어내기 마련이라, 이방원이야 그런 점에서 오죽 절박하겠는가?
기우제를 rainmaking rituals 정도로 표현하곤 하며, 실제 그렇게 많이들 소개하거니와, 아마도 북미 인디언들 사이에서 유행한 그 관습을 조사한 인류학도들한테서 유래했을 이 표현이 나로서는 참말로 마음에 들지는 아니하다는 말을 한 적 있다.
저 정도면 비를 갈구하는 것이 아니라 비를 지가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그런 의식을 지내는 자들을 조물주급으로 취급한 것이지, 비가 와 줬으면 하는 간절함과는 무척이나 거리가 멀다.
우리한테 익숙한 기우제는 praying for the rain 정도에 가깝다. 더 구체로 풀어쓰면 a ritual (or rituals) to ask (or pray) for rain 정도가 된다.
그렇다면 기청제는 어찌 표현하면 좋을까? ritual to pray for a clear day? 혹은 좀 구질구질하기는 하나 ritual to pray for the rain to stop 정도로 하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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