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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깍두기로 오른 김천 복숭아에 감발하여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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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이런 해가 있었다. 대략 40년 혹은 35년전 어간이었다고 기억하는데 그해는 여름 내내 비만 내리거나 똥싸기 직전 변비 걸린 듯 햇볕 구경하기가 힘든 그런 해가 내 생평 딱 한번 있었다.


 

고춧가루와 만난 복숭아

 



그해엔 나락이 온통 쭉정이었고 그나마 살아남은 나락도 멸구 피해가 극심했다. 과수는 과수대로 당분을 생산해야 할 그때 태양을 보지 못해 온통 신김치를 방불했으니 수박 참외 복숭아 자두 포도 등등 당분으로 승부해야 하는 과일은 전멸이라

오직 오이 가지만 살아남는 시절이 있었다.

여느해 같으면 지금은 무더위 기승이어야 하며 그런 무더위가 오늘쯤 한풀 꺾여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들어야 하며 이젠 태풍을 걱정하기 시작하는 무렵이다.

 

 

집중호우로 유실된 농경지

 



8월 5일 무렵이면 내 기억에 해운대해수욕장엔 한류가 몰려드는 시점. 하지만 어이한 셈인지 아직도 한반도는 장마라 오늘도 내내 비만 뿌려댄다.

정확히 2년전 오늘, 그러니깐 2018년 8월 2일 나는 다음과 같이 썼다.



새벽 공기가 변한 건 정확히 나흘전이다.
그날부터 숨이 막히지 않았다.

소나무는 죽기 직전 솔방울을 비처럼 쏟는다.
죽음을 직감한 번식의 본능이다.

왜 가장 더운가?
죽어가는 소나무에 답이 있다.



 

유례없이 긴 장마는 풋고추 다마네기 아스파라고스를 식단에 불러낸다. 복숭아는 당분이 모자라 고춧가루로 버무렸다.

 



단맛 과일은 올핸 글러먹었고 다마네기에 풋고추로 연명해야 한다.

김천에서 복숭아 한 상자를 보내왔는데 당분이 없어 깍두기로 전용했다.

올해 농사는 망했다. 중국 남부 홍수는 그 전조였다.

기상까지 올해는 코로나19에 감염되었나 보다. 

 

 

집중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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