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족보는 원래 전해오던 비전의 계보가 책으로 묶인 것이 아니고,
처음에 핵심적 집안 몇이 모여 계보를 만들어 놓은 것에
여기에 빠진 사람들이 계속 합류하면서 대동보의 형식을 갖춘다.
이 과정에서 누가 봐도 그 집안 누구 후손이 확실한 사람이나 계보가 새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면
(사실 확실한 사람이나 계보가 당초부터 왜 누락되어 있겠는가),
항상 시끄럽고 의심의 눈초리가 있기 마련이었다.
이렇게 새로이 입보하는 부류는 단지 한 사람, 한 가족에 그치지 않고
아예 별개의 본관으로 알려진 집안까지도 합보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어
오늘날 우리나라 몇십만을 자랑하는 대종중 중에는
이런식으로 문중의 유파 중에는 원래 별개의 본관이었던 사람들이
동종이라는 이유로 나중에 합보하여 집안의 몸체를 불린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식의 합보의 타당성이나 이것이 맞냐 틀리냐는 필자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고,
이렇게 합보가 이루어지거나
아니면 새로이 족보에 들어오는 종원의 경우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족보를 만드는 이들이
그 옆에 적어두게 되니,
이러이러해서 새로 입보하지만 확실치 않으니 후세의 질정을 바란다.
말하자면 이런 식으로 적어두는 것이다.
그런데-.
예전에 김단장꼐서 쓰신 글 중에
나중에 다시 보완하겠다는 논문 치고 보완하는 것을 못봤다고 했던가,
딱 그런 비슷한 이야기로,
새로이 족보에 들어오되 명확히 상고가 되지 않아, 후일의 자세한 상고를 기대한다고 적어 놓은 것 치고
제대로 상고하는 것을 못봤다.
대개 우리나라 파보의 경우 대개 2세대, 60년에 한번씩은 나오는 것이 보통인데,
지난 번 족보에서 "이 부분은 의심스러우니 나중에 다시 상고하자"라고 적어 놓은 건 다음 족보에서 어떻게 되는고 하니,
전부 예전 적어놓은 멘트를 빼버리고 없었던 일로 되어
버젓한 종원으로 거듭나게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남의 족보에 끼어든 경우에도
딱 60년만 참으면 된다는 말이다.
60년이 지나면 어차피 무려 2세대를 같은 집안으로 지냈는데
이걸 어떻게 빼겠는가.
족보는 한번 들어오면 역적질을 하지 않는 한은 절대로 빼지 않는 것이 족보이고,
시간이 흘러갈 수록 부끄러운 부분은 사라지고,
자랑스러운 이야기만 조작해서라도 늘어만 가는 것이 족보라,
그런 일들이 화석처럼 켜켜이 쌓이고 쌓여 오늘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것이 지금 집집마다 꽂혀 있는 대동보가 되겠다.
P.S.) 우리나라 조선시대 기록을 보면
지금 듣도 보도 못한 본관의 성들이 즐비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이 전부 어떻게 되었겠는가.
전부 기존의 같은 성의 큰 집안에 합보하여 사라졌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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