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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Literature

"너무 오래 사랑하지는 말라" - William Butler Yeats

어떤 여자를 아느냐가 남자의 일생을 좌우하는 일이 많거니와, 20세기 가장 위대한 영시를 개척했다고 하는 William Butler Yeats(1865 - 1939)는 특히 더 그러해 여자 잘못 만나는 바람에 인생 조지게 된다. 21살 때인 1886년, 가족과 함께 런던으로 이주해 이곳 생활을 시작하면서 극작 활동에 몰입한 예이츠는 런던 정착 얼마 뒤 그의 일생에 명운을 좌우하게 되는 한 여인을 만나게 되거니와, 모드 곤(Maud Gonne)이라는 키가 크고 아주 미인이며, 아일랜드 민족주의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곤한테 홀딱 빠진 예이츠는 이후 근 30년간 그에게서 헤어나지 못하는 나날을 보낸다. 





곤에게는 다른 남자한테서 낳은 자식 둘이 있음을 나중에는 알았지만, 그럼에도 곤을 향한 사랑은 미친 열병 앓듯이 했으니, 하지만 곤한테 예이츠는 동지였지, 남자는 아니었다. 예이츠의 청혼까지 뿌리친 곤은 추방 생활을 하는 아일랜드 혁명가 존 맥브라이드(John MacBride)와 결혼하고 만다. 예이츠한테 더욱 비극은 이젠 유부녀가 되었다 해서 곤을 향한 사랑이 결코 식지 않았다는 사실이었으니, 이제나저제나 기회를 엿보던 그에게 마침내 기회가 오는 듯 했으니, 1916년 아일랜드 독립을 외치며 아일랜드 공화파들이 더블린에서 일으킨 부활절 봉기(the Easter Rising)가 엿새만에 실패하고 그에 참여한 곤의 남편 맥브라이드가 영국군에 체포되어 처형된 것이다. 


이는 곤 부부한테는 비극적인 결말이지만, 예이츠에게는 천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매몰찬 여자는 끝끝내 예이츠를 외면하고 말거니와, 그리하여 나중엔 할 수 없이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오매불망 독신으로 지낸 예이츠는 부활절 봉기 이듬해인 1917년 딴 여자 품에 안겨 마침내 결혼에 골인하니, 그의 나이 이미 52살이었다. 


다음 시는 집착이라 해야 할 이 기구한 이 남자가 스스로 털어놓는 심중 이야기다. 이미 노벨문학상까지 거머쥐고 노년에 이른 1926년 런던 Macmillan and Co에서 발행된 그의 《Later Poems》(86쪽)에는 이 시가 1904년 초판이 발행된 예이츠의 이전 시집 《In the Seven Woods》에 수록된 것이라 했지만, 어찌된 셈인지 이 1904년판 시집에는 아래 시가 보이지 않는다. 혹, 그 뒤 개정판에 추기된 것이 아닌가도 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내가 아는 바가 없다. 



1926년 예이츠 선집에 수록된 '너무 오래 사랑하지는 말라'



이 시는 작자인 예이츠 자신이 SWEETHEART한테 주는 교훈 혹은 훈시 형식이라, 언뜻 보면 고답적일 듯하나, 앞서 말한 저런 예이츠 인생 곡절을 조금이나마 알고 나면 심금을 때린다. 이 스위트하트가 그의 딸 Anne이라는 해설을 어딘가서 본 듯한데, 만약 그렇다면, 이 시를 쓴 시점은 그가 결혼한 1917년 이후가 될 것이지만, 이리 보면, 앞서 말한 출판 서지사항과 충돌하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번역에서는 딸로 보기로 한다. 객설이 길었다. 



O Do Not Love Too Long 


by William Butler Yeats (1865 - 1939) 


SWEETHEART, do not love too long:

I loved long and long,

And grew to be out of fashion

Like an old song. 


All through the years of our youth

Neither could have known

Their own thought from the other's,

We were so much at one.


But O, in a minute she changed --

O do not love too long,

Or you will grow out of fashion

Like an old song. 



아, 너무 오래 사랑하지는 말라 


아가야. 너무 오래 사랑하지는 말지어다. 

나는 오래오래 사랑했단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유행에 뒤쳐지고 말았단다.  

마치 철 지난 유행가처럼 말이다. 


우리가 젊은 날엔 줄곧 말이다 

그녀도 나도 각자의 생각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더랬다. 

우리는 그처럼 하나였단다.  

 

하지만, 아, 순식간에 그녀가 변하고 말았으니, 

아, 너무 오래 사랑하지는 말지어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엔 유행에 처지고 말 것이니 

마치 철 지난 유행가처럼 말이다. 


나는 예이츠가 여자 잘못 만나 인생 조졌다고 했다. 하지만 말이다. 그 고통이 예이츠를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 만들었다는 사실 역시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저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어찌했을 것인가? 돌이켜 보니 나 역시 저만치는 아니었다손 쳐도, 그에 못지는 않았다고 자백해 둔다. 


대신 예이츠는 무모했으되, 나는 울렁증이 있었다고 해 둔다. 예이츠는 용감했으되, 나는 소심했다고 해 둔다. 


그럼에도 그와 내가 관통하는 한 가지는 불꽃처럼 사랑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후회는 없다. 49재를 맞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