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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千年來之學, 荀學也"
담사동譚嗣同(1865~1898)의 이 말은 2천년 중국사의 사상 흐름을 총괄한 게티즈버그 선언이다. 이천년 중국을 지탱한 사상의 절대 패자는 순학荀學, 곧 순자荀子의 학설이라는 말. 양계초梁啓超(1873~1929) 또한 이와 비슷한 말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선언은 여러 함의가 있다. 특히 이런 선언이 나온 시대 상황, 혹은 시대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
첫째, 순자의 위상 확인이다. 중국을 움직인 힘은 공자도 노자도 맹자도 아니라는 선언이다. 개소리 말라다.
둘째, 순자를 축출해야 하는 당위성이다.
담사동이 이런 선언을 들고 나올 적에, 그리고 양계초가 이에 부화뇌동해서 손뼉을 마주칠 때 중국은 누란의 위기였다. 이런 위기는 그렇다면 이는 어디에서 비롯하느냐 하는 자각을 유발한다. 중국이 왜 이 모양 이 꼬라지인가?
이를 궁구하는 당대의 이데올로그들은 마침내 그 병균의 일대 근원을 찾아내니 그것이 바로 순자였다.
"제기랄, 바로 너였구나"
이 발견이 필연적으로 순자의 축출을 획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담사동의 저 선언은 근대 중국의 선언이기도 하다.
(2014. 1. 11)
***
저 시대 중국의 근대 이데올로그들이 순자의 어떤 점을 지적해 저와 같은 인식이 나오게 되었는지는 추후 기회를 엿보아 정리하기로 한다. 암튼 이 자리에서는 순자에 대한 저런 인식이 있었다는 사실만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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