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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동시 타격 조병순 타계 vs. 허각 결혼 발표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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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정치지향적인 SNS 지인, 혹은 일상 주변인들한테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언론을 성토하면서 그들 자신이 깊이 관여하는 사안을 두고 "이렇게 중요한 일을 언론이 무시한다"고 분통을 터뜨리곤 하는 일이 있다.

예컨대 작금 촛불시위를 두고, 많은 군중이 몰린 서울시청 앞 사진을 올리고서는 "이렇게 많이 모였는데도 언론이 일언 반구 보도가 없다"고 하면서 이것이 언론이냐고 삿대질을 해대기도 한다.

이르노니 그것이 바로 언론이다. 만 명이 모인 시위라 해서 보도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면 보도하지 않는 것, 나는 그것이 언론이라고 본다.

백만명 모였다고 설레발친 전 정권 어느 친위 시위.실제 그 숫자가 백만이건 아니건 언론은 가치 없다 생각하면 이런 소식을 전하지 않는다.


어제 성암고서박물관 창립자인 조병순 선생이 돌아가셨다. 이 분, 고서업계에서는 신화적인 인물이다. 91세에 달하는 생평에 내가 알기로는 적어도 50년 이상을 고서를 사서 모으는데 투신한 분이다.
사업체를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2000년대 접어들어서도 자식들한테 "용돈 타서" 그 돈으로 책을 사러 다니셨다. 그런 분이다.

이렇게 모은 책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그가 조금은 아쉬움을 준 대목은 있다. 접근이 쉽지 않은 점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생전에 고인께, 그리고 그 자식께 직접 말을 들어보면 이리할 수밖에 없던 피치 못할 곡절도 있었다.

故 조병순


이런 조병순 선생이 타계하던 날...마침 가수 허각이라는 친구가 28살 동갑네기 여식과 결혼을 하기로 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허각이 누구인가? 조병순은 몰라도 허각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적어도 젊은층에서는 없으리라. 지명도 면에서 조병순은 허각에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생평의 족적을 보건대 어찌 허각이 선생한테 비교가 되리오?

함에도 오늘 아침자 신분 피플 면을 봐라. 일부 예외가 있지만 허각의 결혼 발표가 조병순의 타계소식과 나란히, 그것도 거의 같은 비중으로 실렸다. 이것이 바로 언론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론이 나쁘다고 윽박지르거나 비판하지 마라.

장개 가는 가수 허각


나는 조병순의 타계는 1면 톱으로 실려야 한다고 보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론이 이를 몰라준다고 삿대질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2013.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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