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런저런

로마의 유산, TV를 단절한 삶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12. 9.
반응형


 
귀국한지 나흘째에 접어든 지금, 물끄러미 방안을 둘러보다가 TV가 보인다. 그러고 보니 귀국해서 단 한 번도 TV 전원을 켠 적이 없다. 왜 그랬을까?

로마를 근거지로 꼭 한달 하루를 보내면서 나는 TV를 보지 않았다. 물론 중간중간 다른 데를 다녀오기는 했지만, 로마 한달살이로 정한 아파트에는 25일 정도 숙식을 했다. 

거기엔 거실과 침실에 각각 TV가 있었다. 단 한 번도 틀지 않았다. 틀어봐야 어차피 알아들을 수도 없는 이태리어 천지고, 또 그렇다 해서 CNN이니 하는 영어 채널을 틀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부러 국내 소식은 멀리 하려한 까닭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TV를 틀어야 할 이유도 없었다. 

이 나이가 되면, 또 이런 나이에 혼자 있다 보면 TV를 켜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외롭기 때문이다. 그 외로움을 TV에서 나오는 소리와 영상으로 상쇄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뭐 꼭 외롭지만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때로는 갖은 잡생각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래도 TV를 찾지 않았다. 찾지 않으니 찾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뉴스를 멀리 하느냐 하면 꼭 그런 것은 아니어서, PC로는 뉴스를 살피기는 한다. 다만, 그날 주요한 뉴스를 집적한 초기 화면은 건너뛰기 일쑤이니, 내가 필요한 섹션만 들어가 소식을 탐색하는 정도다. 

그런 삶이 잠깐이나마 굳어져서인지, 귀국해서도 TV를 켜지 않는 나날이 계속 중임을 이제서야 알아챘다. 

이게 좋은 징조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사世事는 되도록 멀리하려 한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