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은 내 자화상이다. 내 나이들어가는 모습은 나한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친구들을 보면 된다.
근자에는 동년배들인 그네들을 보면서 부쩍 내가 늙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살피면 온몸이 쭈그렁인 징후들이다. 목주름이 부쩍 많아졌고, 더구나 그런 주름들이 그리 아름답게만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새삼 내 얼굴을 거울에 비춰 본다.
피부? 주름?
내가 머리가 하도 일찍부터 허얘져서 그렇지, 피부만큼은 그런 대로 동년배들보다는 더 윤기가 났고, 목주름도 없다시피 했다.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염색만 하면, 동년배들보다는 조금은 낫다는 생각을 스스로 하기도 했다.
그런 내가 올들어 급작스럽게 몸무게가 줄기 시작했다. 대략 보니 5~6킬로그램이 줄어들었다.
로마 한달살이 하면서 아무래도 먹는 건 부실할 수밖에 없고, 또 매일 2만보를 걸으니, 더 빠졌겠지 하면서 귀국하자마자 근수를 달아봤더니 다행인지 더 줄지는 않아 떠날 때 몸무게 그대로였다.
그럼에도 살이 갑자기 빠진 징후는 내 스스로가 본다. 무엇보다 허벅지가 눈에 띄게 가늘어졌고, 볼 살은 거의 다 없어져서 웃으면 팔자 주름이 자동으로 생기며, 무엇보다 없던 목주름이 한가득이다.
무엇보다 가장 늦게 들어간다는 똥배도 자취를 감추어가다시피 한다.
이제 동년배 친구들이랑 같아졌다.
어제다. 나를 오래 보다가 근 반년 만에 만난 친구가 솔직히 말해도 되냐며 말한다.
"단장님 10년은 더 늙으신 듯해요."
나이 때문 아니겠느냐며 애써 넘겼지만 영 뒷맛이 씁쓸하다.
누군가는 이 나이에 갑작스레 몸무게 빠지는 건 좋지 않고, 근력운동을 추천한다.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압박이 점점 심해지는 것만은 분명하다.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야 웃긴다 하겠지만, 내 나이가 적은 것은 아니다. 그런 나이에 급작스레 몸무게가 줄어드니 몸은 가벼워진 듯하나, 몸 여러 곳에서 이상징후를 보낸다.
그래서 그게 맘대로야 되겠느냐마는 여기서 딱 2킬로그램만 더 찌우자 한다.
이 시점에서 단 하나 분명한 것은 나이들어 급작스레 몸무게를 줄이는 건 영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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