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214)
낙유원에 올라(登樂遊原)
[唐] 두목 / 김영문 選譯評
넓은 허공 일망무제
외로운 새 사라지고
만고의 모든 역사
그 속으로 침몰했네
한나라 왕조 살피건대
무슨 일 이루었나
다섯 능엔 나무 없어도
가을바람 일어나네
長空澹澹孤鳥沒, 萬古銷沈向此中. 看取漢家何事業, 五陵無樹起秋風.
성당 시대의 이두(李杜)라고 하면 우리는 바로 이백과 두보를 떠올린다. 두 사람은 중국 전통 시단의 쌍벽이다. 하지만 만당(晩唐) 시대에도 이두(李杜)라는 말이 유행했다. 당시 시단을 주름잡던 이상은과 두목을 가리킨다. 두목은 “遠上寒山石徑斜, 白雲生處有人家”라는 「산행(山行)」 시로 천하에 명성을 떨쳤지만 기실 그는 역사를 소재로 흥망성쇠의 비감을 읊는 ‘회고시(懷古詩)’에서 장기를 발휘했다. 이상은은 우리에게 “夕陽無限好, 只是近黃昏”이라는 시(「낙유원에 올라(登樂游園)」)로 유명하다. 그는 역사보다 인간 실존의 비애에 더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낙유원에 올라」라는 같은 제목의 시를 누가 먼저 지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장안의 명소 ‘낙유원’에 올라 시를 지었다. 이상은이 석양을 바라보며 인간 존재의 원초적인 고독감을 노래하고 있는데 비해, 두목은 역사의 흥망성쇠를 비장하게 읊었다. 외로운 새가 가뭇없이 사라지는 광막한 허공, 그곳으로 만고의 제국들이 모두 침몰했다. 천하를 호령하던 한나라 황제들이 이룩한 사업은 무엇인가? 저 까마득한 하늘 아래 누워 있는 다섯 무덤뿐이다. 나무 한 그루도 없이 황폐한 다섯 능엔 가을바람만 마른 풀을 스치며 지나간다. 역사의 교훈은 멀리 있지 않다. 은(殷)나라는 바로 앞 하(夏)나라 멸망의 교훈을 거울삼아야 한다는 ‘은감불원(殷鑑不遠)’이란 말이 있다. 어찌 은나라만 그러하겠는가? 초심을 잃고 오만하게 민심 위에 군림하려는 자들은 예외없이 멸망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 누가 가을바람을 두려워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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