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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참새 쫓는 늙은이, 새참 이고 물 건너는 아낙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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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1737~1805)은 확실히 산문에 일가를 이루었지, 그의 문명文名에 견주어 시는 몇 편 남기지도 않았으며, 실제 시 쓰는 일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가 시에 뛰어들었어도 일가를 이루었으리라 보니, 그런 낌새를 짙게 풍기는 작품이 그의 사후 그가 남긴 시문을 모아 집성한 앤솔로지 《연암집燕巖集》 권 제4가 소수所收한 다음 시라, 글로써 그림을 그린다 하는데 그에 제격인 보기요, 그런 점에서는 유종원보다 못할 것도 없다.  



막걸리 마시는 노무현



농촌 풍경[田家] 


老翁守雀坐南陂  늙은이 참새 쫓느나 남쪽 논두렁 앉았건만

粟拖狗尾黃雀垂  개꼬리처름 드리운 조엔 노란 참새 매달렸네

長男中男皆出田  큰아들 작은아들 모두 들로 나가는 바람에 

田家盡日晝掩扉  농가는 하루가 다 가도록 사립문 닫혔네 

鳶蹴鷄兒攫不得  솔개가 병아리 채가려다 잡아채지 못하니

群鷄亂啼匏花籬  뭇 닭이 박꽃 핀 울밑에서 놀란 퍼득이네 

少婦戴棬疑渡溪  젊은아낙 함지박 이곤 머뭇머뭇 시내 건너는데

赤子黃犬相追隨  어린애 누렁이 쫄래쫄래 따르네 


이는 농촌사회 일상을 전하는 실록이기도 하거니와, 계절은 조가 익어가는 한여름 혹은 늦여름일 듯하니, 늙은 농부가 조 밭을 지킨답시며, 그 주된 적인 참새떼 쫓는 모습이 선연하다. 이를 인형으로 대신한 것이 바로 허수아비라, 참새가 바보가 아닌 이상, 허수아비에 속을 리 있겠는가? 요새 농촌을 가 보면 조를 보호한다며, 스타킹 같은 시스루seethru 망태기를 덮어씐 모습을 심심찮게 보거니와, 그 선대 유습을 본다. 한데 익어가는 조, 그래서 고갤 수그린 그 모습을 '개꼬리[狗尾]'라 했으니, 그 발상 기묘하기만 하다.    


하지만 곰방대 담배 물고 한 대 빨지도 모를 이 늙은이 아마도 눈과 귀가 간 듯, 그에 아랑곳없이 참새가 대롱대롱 매달려 조를 열심이 쫀다. 그 참새를 연암은 '황작黃雀'이라 했거니와, 이 대목에서 언뜻 황조가黃鳥歌 어른거리기도 한다. 


아마도 이 늙은이가 가장일 법한 농가는 한창 농사철, 혹은 추수철이라서인지 집안엔 사람 하나 없다. 특히 아들들은 그들이 노동력의 원천이라, 대가족이었던듯, 모두가 들로 들로 일하러 나가는 바람에 하루종일 집안은 사립문 닫힌 상태다. 이는 지금의 농촌 농번기에도 흔한 현상이라, 이 틈을 노리고 요새는 도둑님들이 유유히 달라들어 민속공예품을 몽땅 훔쳐가는 바람에 똥장군 하나 남아있지 않다. 


그런 한적한 농가에 솔개가 내리친다. 닭은 내다 키운 듯한데, 내리쳐 병아리 훔쳐가려한 고공 공습 실패하자, 박꽃 한창인 담벼락 밑에서 먹이 쪼던 뭇닭이 푸더덕거리며 난리가 났다. 


이 집안 아들들은 장가를 간 듯, 그 며느리인 듯한 젊은 아낙은 아마도 새참을 내가는 모양이라, 새참 머리 지고 시내를 건너는데, 아마 돌다리가 있었던 듯, 혹은 맨말로 건너는데, 그 묘사가 실로 압권이라, 행여나 미끄러질 새라, 행여나 새참 쏟을새라, 조심조심 하는 모습 선연하다. 그 뒤를 어린아이와 똥개 한 마리가 쫄래쫄래 따르니, 잘 만든 영화 한 컷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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