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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말벌과 두더지, 천년왕국 신라를 붕괴하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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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없는 보수에 기인하겠지만 그 큰 덩치 무덤들이 물경 천오백년을 버팅긴 힘은

요행

이었다.

딴거 없다. 신라인들이라고 무에 더 쌓는 기술이 탁월하다 해서 간단없는 성상을 견뎠겠는가?

저를 보며 지금의 우리는 찬탄하나 그건 남은 몇 개를 상념하는 착시에 지나지 않는다.

남은 것 몇 곱절 아니 몇배 몇십배 몇백배가 이런저런 이유로 망각 멸실 훼손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단언커니와 저것들이 버티는 힘은 오직 요행이 있을 뿐이니 근자엔 그런 요행이 법과 행정이 결합해 돈을 쳐발라 무너지면 더 튼실히 쌓아올리는 시대다.

무덤을 만드는 기술이 더 특출났기 때문도 아니요 순전히 요행이라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태풍 힌남누인지 한남노인지 한남로가 덮친 이번 수해에 법흥왕 진흥왕 무렵 신라 왕가의 종족묘지인 이곳을 정좌하는 봉분 하나가 붕괴했다.

저런 일이 드물지는 아니해서 가끔 천오백년 견딘 무덤이 저리 붕괴하기도 하는데 저런 상태가 오래 방치되면 결국 평지가 되고 궁극으로는 이곳에 무덤이 있었다는 역사 자체도 기억 저편으로 아스라히 사라지고 만다.

왜 무너졌을까?

피상이야 물기를 무덤이 속으로 머금었으되 그걸 제때 배출하지 못하니 터져버린 것일 뿐이다.

변비가 걸린 것이며 오바이트인 것이지 무에 딴 이유가 있겠는가?

이태전 이들 서악고분군을 구성하는 무덤 중 하나로 선도산 정상에서 가장 가까운 쪽 봉분을 등반하던 어느 지인이 말벌집을 그만 건드려 궁댕이 등등 물경 일곱빵을 얻어맞고는 병원에 후송된 일이 있다.

그 소식을 접하고선 대뜸 나는 저 무덤이 붕괴하겠구나 아니 붕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붕괴한 무덤이 그 무덤은 아니나 마침내 붕괴하고 말았으니 저 큰 무덤을 붕괴한 힘은 결국 말벌집 아니면 두더지 구멍이다.

벌이나 두더지 쥐 따위는 미물이나 그 힘은 태산을 붕괴한다.

천년을 짓이기며 안정화단계에 들어선 흙무지는 벌이 실어파내는 흙덩이 두더지 쥐 따위가 파는 굴로 스며드는 물기가 마침내 폭발해 터지고 만다.

손톱만한 말벌 한마리는 서장훈만한 거인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하거니와 토끼 한 마리는 신라왕국을 붕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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