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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23)
♣피서 두 수(避暑二首) 중 둘째♣
당 서응(徐凝) / 김영문 選譯評
얼룩얼룩 무늬 많아
대자리 차고
머리 숱 드물어
관모 시원해
큰 나무 숲 아래서
더위 피하니
서늘한 매미소리
또 들려오네
斑多筒簟冷, 髮少角冠淸. 避暑長林下, 寒蟬又有聲.
생물학적인 면에서 기실 모든 매미는 로미오다. 양쪽 옆구리에 소리통을 달고 있는 매미 수컷은 온 몸뚱이로 노래하며 자신의 줄리엣을 부른다. 로미오의 노래에 공감한 줄리엣은 아무 소리도 없이 로미오 주위로 날아든다. 겨우 한 달 남짓한 지상의 삶에서 로미오는 간절하게 노래하고 간절하게 사랑한다. 인간이 매미의 울음을 고결한 선비의 호소로 듣든 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청량제로 여기든 매미는 자신의 짧은 생애에서 짝을 찾으려고 애절하게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른다. 그런데 요즘 도시의 매미 로미오는 속삭이듯 연가를 부르지 않고 밤낮 없이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로 절규에 절규를 거듭한다. 인간이 만든 온갖 소음으로 사랑의 노래가 고운 임에게 전달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음의 절규를 듣고 인간들은 오히려 매미에게 갖가지 불평을 터뜨린다.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 덮어씌우는 전가보도의 초식이다. 오랜 세월 땅 속에서 살다가 땅 위로 올라와 겨우 한 달 동안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매미에게 이 무슨 만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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